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홍보수석 시절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보도통제 전화를 걸었던 것을 계기로 이전에도 김 전 국장에 부탁 또는 불만 전화를 했던 사실이 관심을 끌고 있다.

이번에 공개된 세월호 참사 당시 두차례 전화 외에 박근혜 대통령 첫 해인 2013년에도 두차례 등 모두 4차례의 전화를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법원에 제출된 이른바 ‘김시곤 비망록(국장업무 일일기록)’에는 박 대통령 취임 초 터진 윤창중 사태와 관련한 이정현 의원의 전화 통화 내역도 기록돼 있다. 이 의원은 당시 홍보수석이 아닌 정무수석이었다. 김시곤 당시 보도국장은 비망록에서 “지난 2013년 5월13일 9시뉴스 제작을 앞두고 윤창중 사건 속보 5건을 1~5번째로 가편집했으나 사장이 ‘내일부터는 윤창중 사건 속보를 1번째로 다루지 말라’고 지시”했으며, “이정현 정무수석도 전화를 걸어와 대통령 방미성과를 잘 다뤄달라고 주문했다”고 썼다.

또한 박 대통령 청와대 행사 보도가 홀대받았다는 불만전화까지 김 전 국장에게 했다. KBS가 지난 2013년 10월27일 <뉴스9>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이라는 청와대 내부행사 소식을 뉴스의 맨 마지막 순서인 16번째 리포트로 방송하자 이정현 당시 홍보수석이 전화를 걸어왔다고 비망록에 썼다. 김 전 국장은 “저녁 무렵 이정현 홍보수석이 전화를 걸어와 ‘청와대 안뜰서 아리랑 공연’을 맨 마지막에 편집한 것은 문제 있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토로하길래 내가 맨 뒤에 편집하는 것은 이른바 빽톱으로 오히려 시청자들의 주목도가 높아서 홀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 @연합뉴스
이에 대해 이정현 의원은 지난 5월12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방송에서 이미 나가버렸는데 불만을 토로하면 뭘하냐”며 “아리랑(공연이) 순수한 것인데, 청와대 안에 이례적으로 불러들여 한 것이기 때문에 (뉴스) 앞에서 내줬으면 좋았을 것인데 (하는 것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내가 청와대의 언론창구로서 아쉬움과 불만(을 얘기한 것)”이라며 “(나는) 이를 자연스럽게 한다, 안하는 것이 직무유기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공개된 이른바 ‘이정현 녹취록’을 보면, 이 의원은 김시곤 전 국장에게 비판하는 것을 열흘만 참아달라고 했으나 정작 열흘(아흐레) 뒤에도 다시 ‘빼달라’는 청탁전화를 했다. 결국 처음부터 대통령 심기 경호를 위한 전화일 뿐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든 요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지난 2014년 4월21일 밤 10시쯤 김 전 국장에게 “지금 그런 식으로 9시 뉴스에다가 해경이 잘 못 한 것처럼 내고 있잖아요”, “나중에 한 열흘 뒤에 뭔지 밝혀지고 이렇게 했을 때는 해경이 아니라 해경 할애비도 하나씩 하나씩 따져가지고 다 작살을 내도…”, “그게 지금부터 오늘부터 10일 후에 어느 정도 정리된 뒤에 하면 안 됩니까”, “씹어 먹든지 갈아 먹든지 며칠 후에 어느 정도 극복한 뒤에 그때 가서는 모든 것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며칠 후에요 그때가서 아주 갈아먹으십시오 그냥 지금은 조금 봐 주십시오, 제발 좀 봐 주십시오”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약 열흘(정확히 9일) 뒤인 그해 4월30일 9시뉴스에서 정부 비판 보도가 나오자 이 의원은 다시 전화를 걸어 “한번만 도와줘 진짜 요거 하필이면 또 세상에 (대통령님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아이~한번만 도와주시오 자~ 국장님 나 한번만 도와줘 진짜로”라고 부탁했다.

이를 두고 성재호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장은 1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KBS가 청와대와 정권에 얼마나 유린됐는지 극명하게 드러났다”며 “특히 윤창중 사태 때 전화한 이정현 수석은 홍보수석도 아닌 정무수석이었다. 정치적 문제를 관장하는 책임자가 왜 언론에까지 이러쿵저러쿵 간섭하느냐”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방송하고 있는데, 보도국장한테 전화해서 ‘대통령’ 운운하는 모습 등을 보면서 참담했다”며 “김시곤 전 국장이 늦게 나마 진실에 대한 증거를 공개한 것에 대해 세월호 쪽에 조금이라도 빚을 덜어낼 수 있게 된 것 같다. 만약 ‘미리 공개되지 않아 검찰에 의해 드러났으면 최악이지 않았을까’와 같은 오만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연합뉴스
성 본부장은 ‘열흘 있다 조지라고 해놓고, 열흘 뒤 다시 대통령이 봤으니 도와달라’고 전화한 것에 대해 “앞뒤가 맞지는 않는 주장일 뿐 아니라 방송내용의 배열을 하는 방송편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열흘 뒤 보도순서를 잡아달라’고 한 것으로, 이는 방송편성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이라며 “해명이나 보도에 대한 항의차원을 넘어선 자신들의 관점과 이익대로 보도해달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수석에 대해 “당시 세월호 유족이나 사고에는 관심이 없었던 것이며, 보도를 막기에 급급했던 것”이라며 “보도에 간섭할 것이 아니고 다른 일에 신경썼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세월호 언론청문회가 열려야 하며 KBS 방송편성규약 및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등 제도개선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성 본부장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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