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구의역 사고 재발방지책으로 스크린도어 시설 전면 교체를 꺼내는 등 서울시를 전면적인 안전사회로 탈바꿈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제한된 예산과 인력 수준에서 근본적인 안전 대책을 수립하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3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민보고회를 열고 △PSD 안전성 확보 △위험의 외주화 전면 혁신 △민간위탁 종사자 근로여건 혁신 등을 목표로 한 후속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는 지난 16일 첫 번째 시민보고회 후 지하철 안전업무 7개 분야 직영 전환, 메트로 출신 퇴직자 특혜조항 전면 폐지, 유진메트로컴 재구조화 등을 추진해오고 있다.

▲ 박원순 서울시장은 6월3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시민보고회를 열고 △PSD 안전성 확보 △위험의 외주화 전면 혁신 △민간위탁 종사자 근로여건 혁신 등을 목표로 한 후속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사고 재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서울시내 전 역사 스크린도어 센서를 ‘레이저센서’로 교체할 예정이다. 전체 센서의 81% 가량을 차지하는 ‘적외선 에어리어 센서’는 장애율이 50%에 달하고 선로 측에서 정비할 수밖에 없다는 단점이 있다. 레이저센서는 장애율이 20%이며 승강장에서 점검이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는 장애발생이 많거나 가능성이 높은 역 53개를 대상으로 올해 하반기까지 교체작업을 끝낼 계획이다. 나머지 아홉 개 호선의 235개 역은 2018년까지 전면 교체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각각 60억 원, 235억 원 비용이 들 것을 예측했다.

서울시는 스크린도어 안전강화를 위해 307개 전 역사의 스크린도어 시설을 전수조사 예정이고 유사 시 탑승객의 통로 확보를 위해 2021년까지 광고판 등이 설치된 고정문을 상시 개폐가 가능한 비상문으로 교체할 계획도 갖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핵심 안전 업무 7개 분야를 직영화한데 이어 시민·노동자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업무 3개에 대한 추가 직영화 방침을 밝혔다. 서울시 산하기관 19개 전수 조사 결과 △시설관리공단의 도심 및 도로 전광표지 정비공사(4명 전담 근무) △서울의료원의 지역응급의료센터 의료구급차 운영(4명 전담 근무) △도로사업소의 위례터널·장지지하차도 관리(13명 전담 근무) 등이 선정됐다.

이밖에 위험의 외주화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으로 서울시는 △3중 의사결정 조치를 통한 신규 사업 외주화 통제 강화 △전적자 취업제한 행동강령 제정 △‘부당계약 조건 10개 항목 지정’을 통한 산하기관 갑을 관계 혁신 △부당행위 신고 창구 ‘원순씨 핫라인’ 운영 등을 약속했다.

▲ 지난 5월31일 고 김군의 친구와 흙수저당, 청년전태일 등에서 나온 청년들, 시민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서울시는 ‘민간위탁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까지 대책 외연을 넓혔다. 위탁업체는 1~2년마다 서울시와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위탁업체 노동자들은 만연한 고용 불안에 시달려왔다. 서울시는 위탁기관이 변경될 시 기존 직원들의 고용 승계 ‘노력’ 규정을 ‘의무’로 변경하고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을 전체 90%까지 정규직화할 것이라 공언했다.

무기계약직과 정규직 간 고용 차별을 줄이기 위해 서울시는 이들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복지혜택과 호봉제, 승진제도 등을 도입할 예정이다.

같은 취지로 서울시는 올해 7월부터 민간위탁 분야에 생활임금제 도입을 결정했다. 2016년 서울시 생활임금은 시간 당 7145원이다. 서울시는 전수조사 결과 350개 민간위탁 사무 중 35개에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규직화, 생활임금제 도입 등 모든 추가 비용은 서울시가 부담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서울시는 건설현장의 다단계 하도급 문제를 방지하는 ‘서울형 하도급 혁신 모델’을 구축하고 노사 간 상생협력, 고용안정 등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기업에게 공공계약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안전은 곧 돈, 정부 움직여야 전면적인 안전 체계수립 가능해

박원순 시장은 보고회를 통해 “동일한 PSD 사고는 더 이상 없다”고 밝혔으나 근본적인 개혁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오선근 사회공공연구원 부원장은 3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안전해지려면 결국 필요한 건 돈”이라면서 “정규직을 늘리는 것이든 시설을 개선하는 것이든 돈이 필요한데, 그 예산을 서울시와 관계기관이 충분히 마련할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 6월30일 오전 서울시청 브리핑룸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속 세부 계획을 발표하고 있는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의 경우 구의역 사고 발생 이후 안전대책으로 서울시와 도시철도공사에 인력충원을 요구해왔다. 이들은 5~8호선의 경우 정규직인 신호 시설 정비노동자들이 스크린도어 점검을 맡았지만 5년 넘게 인력 충원 없이 격무에 시달려 두 시설 정비에 모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노조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8.9%가 정비 업무를 하면서 열차 충돌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으며 작업 중 열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승강장 하부로 대피한 경험이 있는 정비노동자는 42.1%였다.

서울시 ‘무기계약직’ 정규직화에 대해서도 임금, 처우, 소속 등에서의 고용차별 때문에 ‘반쪽짜리’ 정규직화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서울시의 이번 후속 대책을 보면 시설정비와 정규직화 과정에서 당장 비용이 발생한다. 서울시는 올해 센서 교체의 경우 메트로 자체 예산 12억 원과 서울시 별도 예산 48여억 원을 쓸 예정이지만 두 기관 모두 예산이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서울시 지하철 양 공사의 경우 공공복지 서비스인 무인승차비로 발생하는 손실금만 3200억 원 수준이다.

오 부원장은 “공공기관의 예산, 인력 등은 기획재정부의 통제 아래에 있다. 돈이 필요한 안전대책의 경우 중앙정부가 지원할 수밖에 없는데 하지 않고 서울시도 정부를 건들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가 무인승차금만 지원해도 서울메트로는 보다 전면적인 안전대책을 강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철도공사에만 무인비용 65% 정도를 지원하고 지하철에는 하지 않는데, 이건 명백한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오 부원장은 ‘스크린도어-열차신호기 연동’을 거론했다. 정비노동자와 열차의 충돌을 막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라는 것이다. 그는 “사고가 많이 난 1~4호선과 적게 난 5~8호선의 차이는 스크린도어와 열차 신호 시스템 연동에 있었다. 스크린도어가 고장 나면 승강장에 열차가 진입할 수 없도록 안전장치가 돼 있는 식”이라며 “보다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둘을 연동시켜야 하는데 기술적 검토가 불충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현장 노동자들과 긴밀한 소통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9월부터 서울메트로에 직접 고용될 전병훈 은성PSD 기술지사 팀장은 “142명이 일하다 전적자가 제외돼 내일부터 66명으로 줄어든다. 일손이 부족하다고 말했더니 메트로 직원을 파견해준다고 했다”면서 “우리 입장에서는 (그들이) 스크린도어 일을 안 해봤기 때문에 일은 우리가 다 하는 편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내일부터 2개월 동안 일하는데 경력이 오래된 사람이나 팀장, 부팀장의 경우 월급이 10~60만 원 정도 삭감됐다”면서 “임시직이니 참았는데 9월부터 급여를 어느 정도로 맞춰주겠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없다. 고용 보장도 공문으로 요구했는데 대답을 못 들어 (직원들이) 불안해한다. 소통이 잘 안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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