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의 구조과정을 보도했던 KBS의 보도국장에게 청와대 홍보수석이 직접 전화해 언성을 높이며 해경 비판을 자제하라고 요구했다는 내용의 녹음파일이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내용의 녹음파일 등 증거자료가 30일 오후 자유언론실천재단, 민주언론시민연합,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시민단체에 의해 공개될 예정이라 주목된다.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자신이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이던 지난 2014년 4월21일과 4월30일 두차례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에게 해경 등 정부 비판을 자제해달라는 전화를 했으며, 당시 대화내용이 녹음돼 있었다고 이 녹음파일을 들은 한 언론계 인사가 30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밝혔다.

이 언론계 인사가 전해준 대화요지에 따르면, 특히 그해 4월21일 통화내용에서 이 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언성을 높이면서 화를 내는 등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전 수석 발언의 요지는 구조작업이 한창인데 비판하더라도 나중에 비판해달라는 내용이었다고 이 언론계 인사는 전했다. 당시 김 전 국장은 지금 비판하지 말고 나중에 해달라는 말이 안된다고 보고 이 같은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이 언론계 인사는 전했다.

▲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청와대 홍보수석 때 사진) ⓒ연합뉴스
김 전 국장이 이 같은 내용을 녹음하게 된 이유도 보도국 부국장 2명과 편집담당 간부 4명이 같이 있는 자리에서 전화를 받은 것인데, 소리를 지르니 옆의 한 간부가 ‘어떤 사람이 KBS 보도국장에 소리를 지르느냐, 녹음하시라’고 해서 녹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수석은 그해 4월30일에도 김 전 국장에 “대통령이 뉴스를 유심히 봤다”며 비판하는 내용을 좀 빼줬으면 하는 취지로 요청하는 내용의 전화통화를 한 내용이 녹음돼 있다고 이 언론계 인사는 전했다. 그러나 김 전 국장은 이 같은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고 이 인사는 밝혔다.

김시곤 전 보도국장은 이 같은 내용의 녹음파일을 서울중앙지검과 서울고등법원, 세월호 특조위 등에 이미 제출했다고 이 인사는 전했다.

이에 대해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은 여러차례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전달을 했으나 연결이 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자유언론실천재단 등 언론시민단체들은 30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녹음파일의 내용과 육성 등 증거자료를 공개하는 기자회견을 한다고 밝혔다.

▲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 ⓒ 연합뉴스


[기사보강 6월30일 오후 3시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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