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또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회의 잇따른 자료제출 요구에 고영주 이사장은 “모른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는 “MBC가 아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29일 방송통신위원회와 방송문화진흥회 등 유관기관 업무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MBC의 △노조 상대 무분별한 소송 △백종문 녹취록 부실조사 △트로이컷 판결에 따른 경영진 징계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MBC 출신인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MBC가 노조를 상대로 한 소송에 7개 로펌을 동원했고 노조는 사측의 소송비용이 5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는데도 방문진은 자료제출을 하지 않고 있다. 국회를 무시하는 처사”라며 “MBC 소송현황, 소송비용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관련 자료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언론노조 MBC본부는 관련 소송은 재판 기준 73건이며 소송비용이 5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이치열 기자

고영주 방문진 이사장은 “소송비용의 경우 MBC가 로펌과의 관계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밝혀왔기 때문에 우리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MBC를 감독하는 기구가 사태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다. 그러자 MBC 출신인 최명길 의원은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MBC에서 28년 동안 일한 경험에 비춰 볼 때 방문진에서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MBC가) 거부했다는 걸 누가 믿겠나”라고 말했다.

MBC의 직원사찰 프로그램 '트로이컷' 판결에 대한 후속조치도 쟁점이 됐다. 트로이컷은 2012년 MBC가 직원들 컴퓨터에 몰래 설치한 보안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이 설치된 컴퓨터의 e메일 등을 회사가 들여다볼 수 있어 ‘직원사찰’논란이 불거졌고 노조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달 대법원은 안광한 MBC사장, 이진숙 대전MBC사장 등 당시 경영진에 대해 “묵인하거나 조장, 방조했으므로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실무자인) 차재실 전 실장과 연대해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MBC 출신인 김성수 더민주 의원은 “소송 대상에 이진숙 대전MBC 사장, 안광한 MBC사장이 있고, 법원도 이들을 공동책임자로 명시했다”면서 “징계를 할 건가”라고 물었다. 고영주 이사장은 “다음주 이사회에 안건이 올라와 있다. 책임이 있는지 여부는 이사회에서 논의를 해봐야 안다”고 답했다. 김성수 의원이 징계기준에 대한 자료를 요구했으나 고영주 이사장은 제출을 거부했다. 김성수 의원은 “MBC는 왜 모든 걸 대외비라고 하는거냐”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방문진이 백종문 녹취록 조사 결과 ‘문제없다’고 매듭지은 데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백종문 녹취록은 백종문 MBC 미래전략본부장이 박한명 폴리뷰 국장 등과 만난 자리에서 MBC 노조탄압, 편성개입, 부당해고 등을 실토한 내용이다. 그러나 방문진의 백종문 녹취록 조사는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해명을 듣고 마무리됐다. 방문진은 정부여당 추천위원 6명, 야당 추천위원 3명으로 구성됐기 때문에 정부여당에 불리한 사안에 대해 형식적인 조사만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고영주 이사장은 “충분한 해명을 들었다고 생각한다. 이사 8명이 물을 수 있는 건 다 물었다”면서 “당사자 해명을 들은 결과 취지와 다르게 편파적으로 문제제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MBC 출신인 신경민 의원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왜 제대로 했다고 거짓말을 하나. 폴리뷰와 유착, 부당해고, 보도개입 등 녹취록 내용들은 사실로 밝혀졌다. 이 건 때문에 방문진 이사회 내부의 반발도 있었다”고 반박했다.  

방문진을 감독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방관한 게 문제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방통위 야당 상임위원들은 지난 3월 백종문 녹취록 사건에 대한 진상조사를 논의안건으로 제출하려 했으나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한 여당 위원들이 무력화시켰다. 방통위는 방통위설치법에 따라 방문진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이며, '노사관계 정상화'는 MBC 재승인 당시 권고사항이기 때문에 조사를 해야 한다는 게 야당위원들의 요구였다. 신경민 의원은 “얼토당토 않은 일을 하는 방송사를 방통위가 방관하고 있다. 방관위원회냐”라고 꼬집었다.

▲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고영주 이사장이 잇따라 자료제출 요구를 거부하자 더민주 의원들은 국회법을 근거로 자료제출을 압박하고 청문회를 열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최명길 의원은 “방송문화진흥회, 방송통신위원회가 제대로 일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백종문 녹취록에 대한 청문회를 안건으로 상정하겠다”고 말했다.

고영주 이사장은 MBC의 편향보도 논란에 대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였다.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이 “친정부 보도가 많다는 게 노조의 지적”이라고 말하자 고영주 이사장은 “원래 1노조에서는 그렇게 주장해왔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효상 새누리당 의원 질의 때는 “MBC가 아주 공정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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