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중앙위원회가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었지만 발제와 참여자 간의 ‘혁신’ 방향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진박(진짜 친박)계는 “노선이 다르면 같이 갈 수 없다”며 ‘단결’을 강조했고 비박계는 “수평적 리더십” 정착을 혁신 방향으로 내세웠다.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혁신본부는 20대 총선 참패 이후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상태에서 “실질적인 당 지도부가 스스로 책임지는 자세를 볼 수 없다”며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새누리당과 중앙위원회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를 열고 혁신 방안 모색에 나섰다.

축사를 포함한 토론회 참가자들은 ‘혁신’을 외치면서도 계파별 동상이몽을 드러냈다. 범친박계인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혁신의 길로 전진해야하는 것을 멈출 수 없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민생의 회복과 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혁신의 다른 이름은 단합”이라며 “새누리당은 민주적으로 복당 문제를 해결하고 여러 가지 당내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는 중이다. 새누리당이라는 용광로 안에서 한 덩어리가 돼야 내년 대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 요구를 민생의 회복과 안정으로 치환하고 ‘단합’을 강조하면서 당내 민주화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분석된다. 그 끝에는 ‘대선 승리’라는 목표가 있다.

진박계로 분류되는 정종섭 새누리당 의원은 발제에서 “정당은 동일한 가치·이념을 추구하는 집단으로서 정치 노선이 다르면 같이 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종섭 의원은 “새누리당은 집권을 추구하는 집단으로 이념·결속력·행동력이 필요하다”며 “지난 총선에서 우리가 왜 이렇게 쉽게 무너졌나. 결속력이 있었나, 행동력 있게 움직였던가”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정종섭 의원은 “야당과 싸울 때 여기에 근본적 허점이 있다. 앞으로 당 이념과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한다”며 “우리당 이념과 맞는 새로운 사람을 발굴해 당원으로 충원해야한다. 선거 조직으로서 확실한 영향, 정책화, 전술화, 조직화 등을 당이 등한시하고 방치해왔다. 그래서 총선에 패배한 것”이라고 말했다.

▲ 새누리장 정진석(왼쪽) 원내대표와 정종섭 의원이 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중앙위원회 혁신을 위한 대토론회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당 정체성'은 새누리당 친박계가 특히 강조하는 덕목이다. 친박계는 지난해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이 야당과 협상해 국회법을 통과시킨 것을 두고 ‘새누리당 내 야당’이라고 비판했다.

결국 지난 총선 공천 당시에는 ‘당 정체성과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낙인찍어 유승민 의원을 내보내다 시피 했다. ‘유승민 의원의 고집이 지난 총선을 망쳤다’는 일부 친박계의 인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방증이다.

정종섭 의원은 또 “후보자 선정 시스템 문제 또한 심각하다”고 지적했는데 이유는 “정당 내부에서 미리 키우고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이 공천 과정이다. 외부에서 인재를 수혈하는 것이 안 되면 정당 기능은 상실된다”고 지적했다.

적재적소 배치는 ‘전략공천’, ‘외부 인재 수혈’은 인재영입을 의미한다. 역시 지난 총선 공천 당시 친박계가 강조하며 비박계 김무성 대표와 대립각을 세웠던 쟁점이다. 당시 김무성 대표는 인재영입과 전략공천에 반대하며 당원과 일반 유권자 투표를 통한 상향식 공천을 강조했다.

정종섭 의원은 이를 두고 “‘공천에서 야당보다 나아졌을까’라는 생각에서 출발했지만 실망해서 이러한(총선 참패) 결과가 나타났다”고 책임을 상향식 공천으로 돌리는 듯 한 발언을 했다. 정종섭 의원은 “제일 중요한 것은 당 운영체계와 당 대표의 역할, 최고위원은 무엇을 하는가”라며 “원내교섭단체는 원내 활동을 하기 위해 있지만 이것이 당 조직보다 커진다면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친박으로 분류되는 이주영 의원이 “지난 4·13총선에서 분노를 느낄 수밖에 없던 공천이 원인이 돼 참담한 결과를 맞았다”는 발언이 오히려 도드라졌다.

비박계로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정병국 의원은 축사에서 “당 운영 실태와 봉숭아 학당이라고 비판받는 당 지도부의 최고회의가 혁신하자며 우리만의 리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비대위를 구성하면서 혁신하자며 우리만의 리그를 하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자. 천박한 계파싸움을 청산하자”고 말해 참석자들의 박수를 받았다.

정병국 의원은 2분 남짓 돌아간 토론 기회에서도 “지도부는 지시하고 당원은 무조건 따르는 상명하복이야 말로 쇄신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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