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이 농민 백남기 사건에 대한 청문회를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백남기씨가 경찰의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229일 째 사경을 헤매고 있는 만큼 경찰의 폭력진압에 대한 진상을 밝혀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신명 경찰청장은 관련 CCTV, 내부의 청문감사보고서 등 가장 기본적인 자료도 제출할 수 없다고 맞섰다.

야당 의원들은 29일 오전 열린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백남기 사건 관련해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자료제출을 요청했다.

야당 안행위 간사를 맡고 있는 박남춘 의원은 “가장 중요한 것은 투명하게 모든 걸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건이 발생한 19대 국회 때부터 살수차 CCTV 등 당시 상황을 알 수 있는 핵심자료를 계속 요구했다”며 “하지만 모든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 거부하는 이유는 딱 하나, 수사 중이기에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래서 수사진행 여부를 확인하려고 검찰 조사대상자와 소속 직위, 조사날짜, 조사시간 등을 자료 요청했는데 이것조차 수사중이라고 못 준단다. 그러면 검찰 조사받은 날짜만 알려달라고 했는데 이것도 못 준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안행위원들이 백남기 농민이 227일째 입원중인 서울대병원 외과계 중환자실에 병문안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 의원은 또한 “이틀 전 안행위 소속 야당의원 6명이 경찰청장을 만나 여러 가지 논의를 했고 공통적으로 청문감사보고서를 달라고 했다. 경찰이 자체 조사를 했을 것 아닌가”라며 “긍정적으로 (검토)하시겠다고 했는데 전혀 받질 못했다. 자료 없이는 의혹 부풀리기 밖에 안 되기에 정회를 요청한다”고 강조했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이에 “고발된 경찰관들은 6월에 일정 부분 조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세부적인 시간에 대해서는 검토해서 공개할 수 있는지 말씀드리겠다”고 답했다.

김영진 더민주 의원은 “야당 의원들이 강신명 청장에게 최종완결된 보고서가 아니더라도 청문감사보고서, 자체 진상조사서라도 제출해달라 했더니 그 때 강신명 청장이 한 답변이 ‘긍정적으로 검토해서 제출 여부를 결정해 말씀드리겠다’는 것이었다”며 “이후 보내온 답변서가 ‘수사 및 심리에 영향 미칠 수 있으므로 공개가 곤란함을 양해해주시 바란다’는 한 장짜리 문서다. 결론이 (늘) 똑같다”라고 비판했다.

강 청장은 “청문감사결과보고서 관한 부분은 저희들이 검찰 수사, 법원의 소송 진행 중이고 CCTV 영상은 법원 증거보존 신청과정에서 이미 법원에 제출했다”며 “중요한 자료는 제출됐고 공개 못 할 바는 아니지만 관련 법률의 규정에 의해서 수사가 진행 중이며 법원 소송 진행 중이라는 점을 양지해주시면 좋겠다”고 답했다.

이에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 4조를 보면 군사외교대북관계에 국가기밀에 관한 사안이고 그것이 국가안위 중대한 영향 미친다는 주무부장관의 소명이 잇는 경우에만 (국회의) 자료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 수사받는다거나 재판받는다는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이어 “법원에 제출했기에 국회에 제출 할 필요가 없다거나 법원에 제출했기에 국회에 제출할 수 없다는 건 적절한 답변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강 청장은 “국회 증언 및 감정에 관한 법률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 강신명 경찰청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안전행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더불어민주당 위원들에게 살수차 공개 요구를 받고 있다. ⓒ포커스뉴스
강 청장은 살수차의 위험성을 살펴보기 위해 살수차를 국회로 가져오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도 거부했다. 진선미 더민주 의원은 “살수차의 안정성 여부가 심각한 문제이기에 살수차를 국회로 가져와서 시연할 수 있게 도와달라는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소방차도 국회에 온 적이 있다”며 “협조 요청했더니 나중에는 같은 기종의 살수차를 비공개로 보여주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강 청장은 “장비가 (국회로) 오는 건 적절치 않기에 기동본부에 오시면 보여드리겠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진 의원은 “이미 경찰청에서 기자들에게 공개한 사실이 있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강 청장의 거듭되는 자료제출 거부에 야당 의원들도 거듭 정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유재중 안행위원장을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들은 정회에 반대했다. 유재중 위원장은 “백남기 사건은 차후 검찰 수사, 법원 소송으로 밝혀질 수 있고 얼마든지 질의할 수 있다”며 “경찰청의 여러 가지 사안도 있고 국민이 다른 것도 알고자 하기에 업무보고는 계속 진행하도록 한다”고 말했다.

이에 더민주 의원들이 전원 퇴장하면서 안행위 회의는 잠시 정회됐다. 회의가 다시 속개된 이후에도 야당 의원들은 강 청장에게 자료 제출을 거듭 요구했다. 김영호 더민주 의원은 “20대 국회 첫 번째 경찰청 업무보고 자리에서 자료를 제출하지 않은 것은 이 사건을 은폐하고 이 사건에 대해서 경찰청이 떳떳하지 못하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표명한 거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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