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리베이트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의 거취에 대해 ‘기소 시 당원권 정지’라는 당헌에 따르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이번 결정은 징계를 받더라도 의원직을 계속 유지할 수 있으며 출당되는 것도 아니므로 사실상 가장 약한 징계를 결정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오후 4시 국민의당은 비공개 의원총회를 열고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김수민 의원, 왕주현 사무부총장에 대한 거취를 논의했다. 이미 이날 새벽 긴급회의와 첫 번째 의원총회를 거쳤지만 의견이 갈려 결정이 지연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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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징계수위 등 논의를 위한 국민의당 의원총회를 마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퇴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1시간가량 의원총회가 이어진 후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당헌당규대로 하겠다”는 공식 브리핑을 내놨다.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당은 엄격한 당헌에 따라서 확인되는 진실에 기초해서 당사자에 대한 징계 여부를 즉시 실행에 옮길 것” 이라며 “사법 기관이 아닌 정당이 그 구성원에게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위의 징계인 당원의 권리를 몰수하고 정당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 당헌이 다른 당보다 엄격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안 대표는 “우리 당은 창당 시 다른 정당이 갖지 못한 강력한 당원징계조항을 당헌에 담은 바 있다”라며 “과거 검찰 수사를 통한 야당 탄압 등을 경계하면서 검찰의 수사와 기소를 부정하던 관행도 과감하게 폐기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당헌 제11조는 당직 선거 및 공직선거에서 금품을 수수한 자는 그 횟수와 금액에 관계없이 제명하고 뇌물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등 부정부패와 관련된 자는 기소와 동시에 당원권을 정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안 대표는 “마지막으로 또다시 국민께 걱정 끼쳐드리는 일이 없도록 재발 방지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관련한 위원회들도 조속히 구성하고 더욱 엄격하고 단호한 기준과 절차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징계수위 등 논의를 위한 국민의당 의원총회를 마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 박지원 원내대표가 퇴장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의 이번 결정에 있어 안철수 대표는 지도부 책임이 필요하다는 강경한 의견을 냈으나 천정배 공동대표와 박지원 원내대표 등 지도부가 주장한 ‘당헌대로’라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록 국민의당 대변인은 브리핑 이후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안철수 대표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치적 조치가 필요하다며 본인도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라며 “하지만 지도부를 비롯해 많은 의원들이 당헌당규대로 하자는 의견을 강력하게 주장해 그에 따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변인 “당사자 조치는 의총으로 결론을 지은 것”이라며 “그 외 재발방지 노력이나 (안 대표의) 본인 책임을 지겠다는 부분은 의총에서는 의원들이 반대했지만 최고위에서 다시 논의해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대표는 공식 브리핑 이후 어떤 정치적 책임을 고려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내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리베이트 의혹에 연루된 박선숙, 김수민 의원과 왕주현 전 사무부총장 징계수위 등 논의를 위한 국민의당 의원총회를 마친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국민의당의 이와 같은 결정은 의총에서 나왔던 출당 논의나 지도부 책임 논의보다 수위가 낮은 징계라고 볼 수 있다. ‘기소 시 당원권 정지’란 우선 검찰이 기소를 하지 않을 시에는 아무런 징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의원의 경우에는 당원권이 정지되어도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중징계는 아닌 셈이다.

김정재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 사건과 관련 브리핑에서 “국민적 시각에선 미흡한 조치”라며 “당 지도부가 이번 사건을 직간접으로 키웠고, 지금까지 대응과정도 역시 국민적 분노와 배신감만 키우고 있어 오늘의 조치는 미봉 수준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변인은 “‘새정치’가 구호에 그치며 정치불신의 대상으로 추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안철수 대표는 새정치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각오를 밝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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