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사와 제휴한 서비스의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 제로레이팅(Zero Rating)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행위’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픈넷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구글코리아 사무실에서 포럼을 열고 제로레이팅이 이용자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제로레이팅은 콘텐츠사업자나 통신사(망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나 자회사와 제휴를 맺고 특정 서비스를 이용할 때 나오는 데이터 요금을 받지 않는 것을 말한다.

현재 제로레이팅이 도입되지 않았지만 제로레이팅으로 볼 수 있는 몇몇 서비스가 나온 상태다. SK텔레콤 이용자들은 인터넷 쇼핑몰인 ‘11번가’ 쇼핑을 하는 동안 나온 데이터 요금을 내지 않는다. 통신3사 일부 요금제 이용자들은 자사 모바일IPTV 데이터 요금을 할인받고 있다. 카카오 택시 기사들이 쓰는 택시 앱의 데이터 요금은 카카오가 부담하고 있다.

▲ 인터넷 쇼핑몰 11번가의 데이터 프리 정책. SK텔레콤 가입자의 11번가 쇼핑 데이터 요금은 11번가가 부담해 소비자들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는 “미국에서 제로레이팅을 찬성하는 입장을 가진 사람들조차도 망사업자의 제로레이팅을 반대한다는 보고서가 있다”면서 통신사 주도의 제로레이팅이 갖는 심각성이 크다고 밝혔다. 망사업자가 자회사나 제휴 회사에게만 데이터를 공짜로 제공하게 되면 통신사의 자회사나, 속칭 ‘줄을 댄’ 기업이 경쟁에서 유리하게 돼 쏠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1번가’가 모바일 방문자수 1위가 된 이유가 ‘모바일 데이터 프리를 적극 시행한 게 가장 큰 요인’이라는 ‘11번가’ 관계자 인터뷰가 실린 뉴시스 기사를 인용하며 “다른 나라 같으면 부당거래에 대한 자백으로 볼 것이다. 공정거래법으로 제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미정 변호사는 통신시장의 시장지배력이 쇼핑, 동영상서비스, 음원스트리밍서비스 등으로 이어지는 게 공정거래법에서 규정한 ‘시장지배력 남용’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통신사가 자회사에 데이터를 무료로 제공하는 건 ‘부당지원행위’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김미정 변호사는 “공정거래위원회가 보수적으로 판단하기 때문에 제재로 이어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공정거래법은 사후규제이고, 판단에 몇 년 걸리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 사후규제보다는 사전적인 원칙을 정립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지환 오픈넷 변호사는 “신문법을 통해 과도한 경품을 규제하는 것처럼 별도의 입법을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제안했다. 

제로레이팅은 표면적으로는 이용자에게 혜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장기적으로 피해로 돌아온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박경신 교수는 “독점상태가 되면 경쟁사업자들이 피해를 보기도 하고, 콘텐츠를 제공하는 사업자들도 플랫폼 독점에 따른 피해를 입게 된다”고 말했다. 김미정 변호사는 “제로레이팅은 핸드폰 보조금과 비슷하다”면서 “경쟁이 촉진되고 이용자에게 혜택으로 돌아오지만, 한편으로 그 비용이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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