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기자회견을 위해 국회에 온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피켓을 빼앗고 폭행 하는 일이 일어났다. 경찰은 “집시법 11조에 따라 국회 앞 100m앞 시위는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28일 4.16가족협의회와 4.16연대는 오후 1시 국회 정문 앞에서 6월 임시국회에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준비 중이었다. 이들은 오전 11시 광화문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국회로 장소를 옮겨 기자회견을 진행하려했다. 하지만 경찰은 기자회견을 위해 단체버스에서 내린 이들을 보고 피켓 등 ‘불법 시위 용품’을 가지고 있다며 기자회견을 막았다.

경찰과 시민단체의 대치는 20여분 동안 계속됐다. 경찰이 피켓을 빼앗자 이에 대항하던 유가족과 시민들이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를 마치고 해당 기자회견에 참가하려고 하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노회찬 정의당 의원 등 국회의원들의 길을 막기도 했다.

▲ 경찰이 기자회견에 참가하려는 윤소하 정의당 의원을 막고 있다. 사진=한정민 대학생명예기자

▲ 경찰이 부숴버린 피켓을 다시 들고 기자회견에 참여중인 세월호 참사 유가족.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이 와중에 격앙된 세월호 유가족들로부터 항의를 받고 취재거부를 당한 TV조선 카메라는 현장을 떠났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영등포 경찰서 경비과장은 “집시법 11조에 의하면 국회의사당 100m 이내에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가 불가능하다”며 “피켓팅과 구호를 외치는 등의 행위를 하지말고 순수한 기자회견을 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실제로 집시법 11조는 ‘누구든지 다음 각 호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청사 또는 저택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하지만 이법은 집회와 시위의 자유를 정한 헌법 제 21조에 어긋나기도 한다. 헌법 제21조는 집회 시간·장소·방법·목적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지난 21일 국회에서 열린 ‘집시법 11조의 집회금지장소의 문제점과 대안’ 토론회에서 남경국 독일 쾰른대 법정책연구소 연구원은 “집시법 11조는 자기 결정권을 절대적으로 제한하는 규정으로 과잉금지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8일 국회 앞 기자회견에 참가한 미류 인권사랑운동방 활동가도 “구호를 외치거나 피켓을 들었다고 해서 기자회견을 미신고집회로 규정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집시의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자회견은 주최자에 의해서 다양한 형식으로 가능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20분 가량 경찰과의 대치가 진행됐으나 기자회견을 준비한 시민들과 국회의원들까지 기자회견을 방해하지 말라고 항의하자 경찰은 피켓을 빼앗는 행위 등을 멈췄다. 이후 기자회견은 예정시간보다 15분 가량 연기돼 시작됐다.

▲ 4.16 가족협의회와 4.16 연대가국회 앞에서 세월호 특조위 조사 기간을 보장하는 특별법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중 국회를 향해 항의의 함성을 지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기자회견이 진행되는 중에도 수백명의 경찰들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과 참가시민들을 둘러싸고 도로에서 보이지 않게 만들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기자회견이 시작되자 참가자들은 “도대체 순수한 시위가 무엇이냐”며 경찰을 비난했다.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정치의 전당 국회 앞에서 정치의 주인인 유권자가 정치적인 기자회견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공권력의 수호자라는 경찰 경비과장이 할 수 있느냐”라며 “억울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라고 만들어 놓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못하게 하는 것이 민주국가냐”라고 비난했다.

윤소하 정의당 의원(비례대표)은 “순수한 기자회견이라니, 순수한 기자회견의 매뉴얼을 알려 달라”라며 “세월호 유가족이 세월호 특별법 기간 보장을 요구하는 것만큼 순수한 내용이 어디 있느냐”며 경찰을 비판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야당 국회의원들은 모두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꼭 통과시키겠다고 입을 모았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세월호 TF 팀장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르면 1년 6개월 동안 특조위가 존치될 수 있다고 하는데, 실질적으로 특조위가 일을 시작한 것은 정부가 주장하는 2015년 1월1일이 아닌 5월부터다”라며 “적어도 금년 12월까지는 특조위가 조사를 할 수 있어야 법의 취지에 맞기에 꼭 세월호 특조위 조사 기간을 보장하는 개정법을 통과시키겠다”고 말했다.

▲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영등포경찰이 부숴버린 세월호 유가족의 피켓을 들어보이며 분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노회찬 정의당 의원(경남 창원시성산구)도 “세월호 특조위가 활동을 늦게 시작한 것은 게을러서가 아니라 특조위 활동을 못하게 하려고한 정부의 방해 때문”이라며 “세월호가 아직 인양되지 않았는데 어떻게 특조위 활동을 마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노 의원은 “세월호 특조위가 완전히 조사를 마칠 때까지 활동 시한을 보장하겠다”며 “또한 진상 규명을 위해 세월호 특검도 반드시 관철시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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