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대만 중화항공(China Airlines) 승무원들의 대규모 파업은 대만 항공사 최초 파업이었다. 

회사의 무임 초과근무 연장과 휴식 시간 단축 시도 등에 반발하며 시작됐던 파업은 근로기준법과 휴가제도 준수 등을 관철시키며 성공으로 끝이 났다.

지난달 취임한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은 “(고통을) 참을 수 있다면 누가 파업을 선택하느냐”며 “승무원들의 노동 권익을 제대로 보장하고 파업 참가자들이 외롭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만 중앙 정부가 중화항공 경영진에 파업 사태를 수습하라고 지시했다. 결국 국민당에서 민진당으로 정권교체를 이뤄낸 대만 국민들의 성과다.

승무원들이 파업하며 불렀던 노래는 한국 민중가요 ‘님을 위한 행진곡’이었다. 후렴 멜로디는 한국의 것과 다르지만 도입부의 비장함은 그대로였다. 노래는 대만 노동자들을 하나로 잇는 연결고리였다.

▲ 대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24일 대만 항공사 최초로 파업에 돌입한 중화항공(국적 항공사, China Airlines) 승무원들이 타이베이 본사 앞 파업 현장에서 한국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다. (사진 = 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

이들은 24일 늦은밤 ‘파업 승리’ 소식에 또다시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며 승전고를 울렸다. 

루치홍(盧其宏) 타오위안 노동연합총연맹 고문은 “외모나 차림이 화려하든 그렇지 않든 우리 노동자는 사측의 착취 대상이 돼 버렸다”면서도 “이 노래를 부르며 함께 싸우자”고 말했다.

이처럼 ‘님을 위한 행진곡’은 세계 곳곳에서 승리의 노래로 위상을 높이고 있다.

▲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사진=이치열 기자)
반면 한국에서는 천대받고 있다. 보수정권은 매년 제창 여부를 두고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지난달 18일 “국가보훈처는 국가유공자들, 보훈단체 분들의 명예를 유지하고 그 분들을 예우하기 위해서 업무하는 부서”라며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 회원들이 행사를 거부하겠다는 그런 의견을 갖고 있는 노래를 국가보훈처가 주관하는 기념행사에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유가족의 반발로 지난달 광주 5·18 국립묘지에서 열린 기념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보수진영은 이 노래가 북한 영화 ‘님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 음악이라며 종북 논란을 일으켜 왔다. 

조우석 KBS 이사는 지난해 보수단체 토론회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북한 때가 묻은 노래이며 북한으로 인해 훼손된 노래”라며 “ ‘정치적 시체’인 북한이 붕괴되기 전에 이 노래를 공식 지정곡으로 삼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폄하했다.

그러나 북한 김일성종합대학 출신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는 지난달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허락없이 부르면 잡혀간다”며 “이 노래를 북한과 연결시키는 지질한 짓거리는 그만하라. 임을 위한 행진곡은 종북 가요도 김일성 찬양 가요도 아니”라고 비판했다.

▲ (사진=주성하 기자 페이스북 화면 캡처
누리꾼들은 중화항공 승무원들이 ‘님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는 영상을 보고 “본국에서만 인정받지 못하는 한류”, “내 마음 속의 애국가”, “한류 대통령이 좋아할 것”, “우리나라에서 탄압받는 노래가 ㅠㅠㅠㅠ”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관련 대만의 유튜브 영상에는 “대만 근로자 여러분들의 권리가 보호받을 수 있길 바랍니다.이기세요”라는 응원 메시지도 달렸다.

한류가 단순히 돈벌이가 아니라 한국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목적이 있다면, 누리꾼 말대로 ‘님을 위한 행진곡’은 대한민국 민주화 정신을 전파하고 시민들을 연대하게 만드는 진정한 의미의 한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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