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 방송을 갈망하는 언론 노동자들과 시민의 뜻이 한데 모였지만 언론 정상화 문제를 풀어갈 국회의원들에게 뚜렷한 전략이 보이지 않고 있다는 한계를 드러낸 자리였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김환균)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이날 콘서트는 락밴드 크라잉넛 공연으로 시작됐다. 옥상달빛, 브로콜리너마저, 전인권 밴드 등도 노래로 무대를 빛냈다. 

또 김진혁 전 EBS PD(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연출한 다큐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 트레일러와 현직 방송 언론인들이 가면을 쓰고 자기 검열 실태를 폭로하는 영상 등도 방영됐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첫 무대는 크라잉넛의 공연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사진=이치열 기자)
MBC에서 퇴사한 박혜진 아나운서와 노종면 YTN해직기자가 3시간 동안 진행된 콘서트 사회를 봤고 해직 언론인들은 무대로 나와 공영언론 정상화를 다시금 강조했다. 

2012년 파업 과정에서 해고된 최승호 전 MBC PD(현 뉴스타파 앵커)는 “MBC에서 쫓겨나간 뒤 뉴스타파 취재진으로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습 인터뷰를 하면서 4대강 돌발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며 “제도권 방송사에 있었다면 그런 질문은 어려웠을 거다. 잘리고 나서야 내 스스로의 한계와 가능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해직 언론인들은 무대에서 토크콘서트를 열고 공영방송 정상화를 강조했다.(사진=이치열 기자)
최 PD는 “현재 MBC 같은 경우는 기자가 기자를 못하고 PD가 PD를 못하는 상황”이라며 “‘황우석 논문 조작’을 밝힌 한학수 PD에게 스케이트장 관리나 하라고 했던 게 MBC였다. 지금 여러분들이 보는 MBC뉴스 대부분은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기자들의 결과물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종편까지 탄생하자 한국 언론 지형이 극심하게 기울어졌다”면서도 “그러나 총선 결과를 보면 시민들은 위대하며 공영언론은 시민 재산이다. 국민들이 주권을 행사하면 다시 언론을 제대로 세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조승호 YTN 해직기자(왼쪽)와 노종면 YTN 해직기자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이치열 기자)
함께 무대에 선 조승호 YTN 해직기자는 2008년 MB정부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을 하다가 해고됐다.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가 ‘복귀 전망’에 대해 묻자 그는 “희망은 있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직 8년여 세월이 한줌 희망마저 희미하게 만든 것이다.

조 기자는 “YTN조합원들은 펄쩍 뛰겠지만 ‘반드시 돌아가겠다’는 말씀마저 쉽게 드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그러나 우리 싸움과 투쟁의 정당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면 미련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콘서트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다음과 같이 당부했다. 

“YTN 뉴스 이면을 봐주셨으면 좋겠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비판해주시면 감사하다. 그러나 TV화면에는 나가지 못하지만 내부에서 방송을 조금이라도 개선해보려고 싸우는 조합원들과 동료들이 있다. YTN은 욕하시되 우리 조합원들은 응원해주실 바란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최승호 전 MBC PD(가운데)와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오른쪽)의 모습. (사진=이치열 기자)
지난 2012년 공정방송을 위한 170일 MBC 파업을 주도했던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자신을 해고한 김재철 전 MBC 사장에게 메시지를 전했다. 정 전 위원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김 전 사장이 해직자들에게 죽을 때까지 미안하다고 말했다”며 “그 기사를 보면서 너무 웃다가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MBC 파업과 관련한 핵심 재판은 모두 노조가 승소해 대법원에 계류돼 있다”며 “재판부에 제출할 수 있도록 자수 내용의 진술서를 받으러 가겠다”고 농을 던져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백미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날이 선 질문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날 콘서트 백미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 진행자였던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 시사인 기자, 그리고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정의당 야3당 국회의원들의 토크 콘서트였다.

공영방송 정상화 방안을 조목조목 따져 묻는 김 총수와 주 기자의 질문에 초선의원들은 제대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쩔쩔 맸다. 이에 일부 객석에서는 야유 섞인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김 총수의 첫 질문은 최명길 더민주 의원을 향했다. MBC 기자 출신으로 유럽지사장 등을 지낸 최 의원에게 “수많은 기자들이 해직되고 좌천됐을 때 본인은 무엇을 했느냐”는 질문을 던진 것.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이 최일구 전 MBC 앵커(오른쪽)와 함께 콘서트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최 의원은 “파리 사무실에는 (서울과 연결되는) 직통 전화가 있었다. 오후 10시가 되면 후배들에게 전화가 왔고 같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에 김 총수가 재차 질문을 하자 “해외 지사장은 파업에 동참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최 의원은 언론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국회 상임위인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장직을 새누리당이 차지한 것에 대해 “공영방송을 정상화하려면 치밀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야 하는데 미방위원장을 얻지 못했다”면서도 “협상 과정에서는 어려움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주진우 기자는 국민의당 리베이트 의혹을 직격하며 “국민들이 판을 다시 짜줬는데도 미방위원장은 새누리가 맡고 국민의당은 리베이트 논란만 불거졌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싸워야 하는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미방위 간사를 맡은 김경진 국민의당 의원은 “잘못했다”며 고개를 숙였다. 김 의원은 한국 공영언론이 망가진 이유에 대해 “그분께서 사람들 머릿속에 자신이 원하는 글자만 집어넣으려고 하고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김 총수와 주 기자의 날카로운 질문이 계속되자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마치 청문회하는 것 같다”며 “오늘의 방송 상황이 마치 ‘시일야방송대곡’ 같다. 울고만 있을 수 없어서 왔다”고 말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최 의원은 공영방송 정상화 해법과 관련해 “새누리당이 야당될 수 있으니 이번 기회에 우리와 협상해서 방송을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도록 살살 꼬실 것”이라고 말한 뒤 “직권상정을 믿고 계속 협상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의원은 사장 선임을 위한 특별다수제 등 2013년 여·야가 추천한 전문가 10명이 만들었던 방송공정성특위 제도 개선안이 기본 골격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시민들의 갈증을 풀어주진 못했다.

되레 “과거 민주정부 때 MBC에서 한나라당을 비판하면 어버이연합이 와서 데모하고 항의했고 그 뒤 MBC 보도들은 아무래도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야당은 KBS와 MBC가 아무렇게 비방해도 그냥 지나간다. 14명이 달려가서 항의라도 하면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라는 주 기자 발언이 박수갈채를 더 받았다. 

야당이 방송언론 모니터링 활동이라도 하면서 적극적으로 언론 편향성에 문제를 제기하라는 주문도 나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 사회를 맡은 박혜진 전 MBC 아나운서(왼쪽)와 노종면 YTN해직기자. (사진=이치열 기자)
해직자 복직 문제에 대해서도 “국회에서 조인트를 까도 (공영방송 경영진들이) 신경도 안 쓰고 지나가면 그만”(김경진), “현 정부를 이끌고 있는 사람들도 애국심이 있다면 국정 운영을 위해 여소야대 국회에 협조할 것”(최명길) 등 두루뭉술 넘어갔다. 

반면 김어준 총수는 “새누리당이 바뀌는 걸 기대하시는 것 같은데 안 바뀌면 어떻게 하느냐”고 되물었고 주 기자는 “솔직히 지금 정부가 애국심이 있다고 볼 수 있느냐”며 “(공정방송) 약속을 지키면 박근혜가 아니”고 비판했다. 

노 의원은 “박 대통령은 선거를 인정하지 않고 변화할 생각도 없는 것 같다”며 “앞으로 박근혜 정부 1년 동안 야권이 결속해서 피비린내나게 싸워야지 정권교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백미는 딴지일보 김어준 총수와 시사인 주진우 기자의 날이 선 질문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김경진 의원은 “영리하게 잘 싸워야 한다”며 “박 대통령만 상대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보수 진영 지지자들은 두텁다”며 “선명한 언어를 드러내는 것이 잘 싸우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를 테면 ‘종편 폐지론’ 등을 말하는 순간, 소속 언론인들이 모두 적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방송법 개정을 통해 종편에 노사 동수 편성위원회 등을 실현하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것이다. 

국회의원들의 토크콘서트가 끝나고 마이크를 잡은 박혜진 아나운서는 “(국회의원들의) 토크가 답답하고 실망스럽다”며 “역시 국회만 바라볼 수 없겠다고 생각한다”며 언론 문제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북돋았다.

노 기자 역시 “역시 기댈 때는 여러분 밖에 없다”며 “시민들이 국회와 언론을 견인하셔야 한다. 그래도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시민들에게서 희망을 본다”고 강조했다. 

이날 행사는 ‘걱정말아요 그대’ ‘사노라면’ 등 전인권 밴드 노래와 함께 시민들이 ‘공영언론 정상화’ 메시지가 담긴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것으로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이날 성황리에 개최된 행사는 전인권 밴드 노래와 함께 시민들이 ‘언론 정상화’ 메시지가 담긴 종이비행기를 던지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사진=이치열 기자)
▲ 전국언론노동조합이 24일 주최한 ‘공정언론 바로세우기 콘서트’에는 1800여 명(주최 측 추산)의 시민과 언론인들이 참여하며 공영 언론 정상화에 대한 열망을 고취시켰다. 밴드 브로콜리너마저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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