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24일 대만 항공사 최초로 파업에 돌입한 중화항공(국적 항공사, China Airlines) 승무원들이 타이베이 본사 앞 파업 현장에서 한국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다.

이번 파업은 회사의 무임 초과근무 시간 연장과 휴식 시간 단축 시도 등에 여승무원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됐다. 

사측이 일방적으로 승무원 출퇴근 신고 방식을 바꿔 노동자들이 소모해야 하는 시간이 늘게 됐는데도 근무시간으로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 파업의 불씨가 됐다.

▲ 대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24일 대만 항공사 최초로 파업에 돌입한 중화항공(국적 항공사, China Airlines) 승무원들이 타이베이 본사 앞 파업 현장에서 한국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다. (사진 = 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
중화항공은 이번 파업으로 인해 24일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타이베이, 타오위안발 국내선‧국제선 운행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날은 올해 취임한 차이잉원 대만 총통이 파나마로 첫 해외 순방을 떠나는 날이었다. 차이 총통 전용기만 이륙할 수 있었다.

조합원 2000여 명이 농성 중이던 파업 현장에서 흘러나온 님을 위한 행진곡은 한국의 것과 비슷하면서도 멜로디 일부가 다르다. 

▲ 대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24일 대만 항공사 최초로 파업에 돌입한 중화항공(국적 항공사, China Airlines) 승무원들이 타이베이 본사 앞 파업 현장에서 한국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다. (사진 = 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
이에 대해 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1980년 대 말 대만 운동권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님을 위한 행진곡을 듣고 귀국해 중국어판 가사를 만들고 부르기 시작했다”며 “가사 내용은 한국어판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기에는 투쟁 현장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고 전한 뒤 “2000년대 후반 특히 마잉주 전 총통이 취임 뒤 노동자 투쟁이 빈번하게 발발하면서 대표적인 테마곡이 됐다”며 “한국 노조 투쟁을 모범으로 삼고 한국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실제 여러 나라에서 애창되고 있다.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지난 5월 발표한 논문 ‘임을 위한 행진곡의 세계화: 홍콩 대만 중국을 중심으로’를 보면, 처음 해외에서 이 노래가 불린 것은 1982년 홍콩이었다.

▲ 대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24일 대만 항공사 최초로 파업에 돌입한 중화항공(국적 항공사, China Airlines) 승무원들이 타이베이 본사 앞 파업 현장에서 한국 민중가요를 부른 것이다. (사진 = 양첸하오 BBC 중국어판 객원기자)
정 교수에 따르면, 님을 위한 행진곡을 현지에 맞게 각색해 부르는 나라는 대만,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중국, 태국, 캄보디아 등 7개국이다. 

대만의 경우 노동자 왕리샤(汪立峽) 등이 1988년 한국에서 열렸던 아시아노동자대회에 참석해 이 노래를 들었고 ‘노동자전가’라는 노래로 만들어 지금껏 불렀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1982년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이 작곡했다. 소설가 황석영씨가 1980년 12월 노동운동가 백기완씨가 옥중에서 지은 장편시 ‘묏비나리’ 일부를 차용해 가사를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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