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설치·수리기사가 작업 중 추락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당시 제대로 된 안전대책이 없었던 것으로 알려져 추후 기술서비스 노동자에 대한 안전 대책 강화 주장이 잇따를 것으로보인다.

삼성전자서비스 서울 성북센터 가전제품 수리기사인 진아무개씨(44)는 지난 23일 오후 3시경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 있는 빌라 3층 외벽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하던 도중 딛고 있던 받침대가 무너지며 함께 추락했다. 진씨는 사고 직후 노원 을지병원으로 긴급 후송됐으나 이날 오후 9시경 결국 사망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에 따르면 진씨는 실외기를 점검하기 위해 창밖 난간에 몸을 의지하는 순간 난간 전체가 벽에서 이탈돼 추락했다.

▲ 사고가 발생한 빌라 전경. 숨진 진씨는 이 건물 3층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수리했다.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진씨는 삼성전자서비스 노원센터 및 성북센터에서 20여 년간 근무해 온 수리기사로 초등학교 2학년, 5학년 자녀를 둔 가장으로 알려졌다.

사고와 관련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진씨가 추락 위험에 무방비한 상태였다고 지적했다. 안민지 교선위원은 24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수리기사들은 대단한 안전장비없이 일한다. 줄(안전보호대) 하나 다는 식인데 연결하는 앵글(받침대)이 위험하면 별다른 도리가 없다”면서 “노조가 생기면서 고층 수리의 경우 사다리차를 쓰게 됐으나 그러려면 예약을 해야 하고 사측에서 돈도 부담해야 해서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센터의 강도 높은 실적압박이 안전 사고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다. 안 교선위원은 “삼성전자서비스의 경우 건당 수수료 체계기 때문에 성수기에 출혈적으로 일해야 비수기에 생계가 유지된다. 대부분 연장근무를 하는 등 쫓기듯이 일을 하는 상황”이라면서 “전날 비가 많이 온 데다 3층 높이는 위험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기사들이 꺼리기도 하는데 나간 것을 보면, 조금 급하게 할 수밖에 없지 않았나”라고 지적했다.

▲ 삼성전자서비스 서부산센터는 진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24일 오전 “비온다고 에어컨 (수리를) 다음날(로) 넘기지 마세요. 무조건 조치할 수 있음 조치 당부드립니다”라고 수리기사에게 문자로 공지했다. 사진=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실제로 삼성전자서비스 서부산센터는 진씨의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하루 뒤인 24일 오전 “비온다고 에어컨 (수리를) 다음날(로) 넘기지 마세요. 무조건 조치할 수 있음 조치 당부드립니다”라고 수리기사에게 문자로 공지했다. 안 교선위원은 “실적 때문에 비가 와도 수리하라는 말인데, 이런 식으로 노무관리가 이뤄지니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삼성전자서비스 노조는 이날 성명을 통해 "아직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 19세 청년노동자 김군의 산재현장에 놓였던 꽃들이 시들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또 다른 국화를 준비해야 한다"면서 "위험을 외주화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생명보다 이윤을 앞세우는 탐욕의 책임"이라고 비판했다. 

센터 측 입장을 듣기 위해 삼성전자서비스 성북센터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 등을 보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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