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충돌을 피하면서 강력 단속?

호국보훈의 달 6월의 이맘때는 어떤 이들에게는 분통 터지는 달이 된다. 봄철 꽃게잡이가 절정에 이르는 서해 바다의 어민들 이야기다. 이명박 정부 이후 남북한의 군사적 긴장과 충돌이 고조되면서 북방한계선(NLL) 근처의 바다는 남도 북도 아닌 중국의 불법 어선이 차지해버린 형국이다. 군사적 충돌을 우려한 당국의 단속이 느슨할 수밖에 없는 건 어제오늘 벌어진 사정이 아니지만 참다못한 어민들이 6월 5일 직접 중국 어선을 나포해 오자 새삼 많은 사람들이 놀랐다.

위험천만한 일이었지만 여론은 어민들을 동정하고 정부를 질타했다. 보수-진보가 따로 없었다. “오죽했으면…”그랬겠냐(한겨레 사설 6/7)며, “어민들이 중국 불법 어선을 나포하는 나라”(중앙일보 사설 6/7)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강력하고도 근본적인 대책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주류 언론들은 무엇보다도 당국에게 강력 단속을 주문했다. 하지만 그들도 이곳이 남북 간의 첨예한 군사분쟁 지역이어서 단속의 한계가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중국 어선들이 NLL 북쪽으로 달아나면 군사 충돌 우려 때문에 단속이 어렵다는 해경의 설명도 “일리는 있단다”. (한국일보, 동아일보 6/7) 그러면서도 해군과 해경이 협조해 NLL 부근의 중국어선을 강력 단속해야 한다(중앙일보 6/7)니 뭘 어쩌란 말인가? 혹시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도 무릅쓰고 강행하라는 이야기인가? 말이 좋아 “단호하고도 신중하게”(한국일보 사설 6/13) 하라는데 아무래도 뻔한 말 같다.

▲ 지난 6일 오전 인천해양경비안전서 전용부두에 서해 연평도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조업하다 우리 어민들에게 나포된 중국어선이 입항해 있다. 사진=인천해경
중국이 해결해야

저들도 이게 근본대책에 미흡한 줄 아는지라 이번에는 중국 정부에 화살을 돌린다. 한중어업협정회의 합의문을 지키라고 요구하고 중국 측에 강력한 단속을 촉구해야 한단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우리 바다에 들어온 너희 나라 배니까 너희가 와서 단속하라는 건 어딘가 주권국가로서 체면이 안 선다. 그래서일까. “중국 정부가 자국 어선들의 이웃 국가에 대한 약탈적 어획을 구경만 한다는 건 G2 국가로서 체통에 맞지 않는 일”(조선일보 사설 6/10)이며 “시진핑 주석이 천명한 중국의 주변국 외교원칙은 꽃게에 관한 한 빈말”(중앙일보 칼럼 6/17)이 되었으니, “국제사회에 중국어선의 해적이나 다름없는 영해 침탈 행위를 널리 알려야 하며”(조선), “주한 중국대사는 시진핑 주석에게 꽃게 문제의 중대성을 느끼게 해(……) 중국당국의 어민들에 대한 준법교육과 예산투입, 자체 단속강화로 이어지게”(중앙)해야 한단다. 당위론만 내세운 우리 정부에 대한 주문보다 얼마나 구구절절한가.

하지만 이런 외교적 노력은 결국 상대국의 실천 여하에 목을 매는 셈이라 근본대안이 될 수없다. 잘 알다시피 중국의 경제발전으로 수산물 수요는 늘고 있는데 공해와 오염, 그리고 남획으로 자국 어장은 황폐화되다시피 됐으니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동남아, 아프리카, 심지어 남미 해역에까지 중국의 불법 어선이 활개를 친다. 단속과 처벌을 강화해도 불법어업을 고위험 고수익의 비즈니스로 만들어주는 꼴이다. 결국 우리 바다는 우리가 지켜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게 무엇 때문인가 그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근본 대안이 아니고 뭔가.

남북간 공동 대응 = NLL 포기

보수언론들은 여기에서 말문을 닫아버린다. 이미 2007년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바 있는 공동어로수역 지정을 “꽃게철만이라도 시행해보자”(한국일보, 경향신문 6/7)는 일견 합리적인 대안은 절대 입에 담을 수 없다. ‘공동어로 수역’, 그것은 지난 대선과 국정원 개입 파문 당시 새누리당이 불법 유포한 정상회담 회의록의 한 대목을 근거로 보수 매체들이 ‘노무현 정부가 NLL을 포기했다’고 대대적으로 여론을 선동했던 바로 그 대상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이제 와서 “중국의 불법어로에 남북이 함께 대응하는 방법”(한국일보)을 거론한다면 NLL을 성역으로 여기는 이들에게는 자가당착이 되는 셈이다. 그러니 심지어 최근 새누리당 일각에서 나온 “남북 공동어로수역 검토”, “남북 수산물 공동 파시 제안” 등의 발언도 일체 보도하지 않은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NLL 포기 논란으로 재미를 봐놓고 이제와 딴소리를 하는 새누리당에 비하면 우리 보수언론은 이념적 일관성이 훨씬 단단하다고 해야 할까, 장하다.

공동어로 수역 만들자고 왜 말을 못하나

어쩌면 좋을까? NLL의 군사적 가치가 더 중요하므로 어민들에게 꽃게를 포기하라고 할 수도 없으니 계속 숨바꼭질식 단속을 끝없이 해야 하나, 아니면 “해군이 나서 중화기를 동원해 발포 등 무력 응징하고 단속요원도 총기를 제압용으로 사용하게”(세계일보 6/10) 해서 일촉즉발의 수위를 더 높여 버릴까? 이런 고민에 쌓인 가운데 동아일보의 6월 18일 자 칼럼은 조금 다른 각도에서이지만 뜬금이 없다. “중국어선 문제를 단순히 국민감정 차원으로만 바라볼 게 아니라”고 한다. 근본문제는 바다에 대한 인류의 약탈적 남획으로 지속가능성이 사라지는 것이다. “어족자원의 중요성을 깨닫고 바다의 미래에 대한 경고로 봐야” 한단다. 중국인들이여! 부디 대오각성하시라.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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