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가 없으니 동일한 포맷으로 몇 년 동안 똑같이 제작하거나 쉽게 제작하는 방법으로 가고 있다. 더구나 제작 인력 감축과 신입사원 채용이 거의 없다시피 하면서 제작 현장의 상황은 최악이다.”

지역방송인의 콘텐츠 제작 역량에 대한 평가와 강화 방안에 대해 한 현직 지역방송인이 토로한 내용이다. SBS 전국네트워크(지역민방)와 지역MBC 등 지역방송인들은 지역방송의 콘텐츠 제작 역량은 서울 등 수도권 방송사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인력과 방송장비, 시간, 제작비 지원 등 환경이 열악해 제작 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지난 2014년 방송의 다양성과 지역성 실현을 위해 지역방송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의 산물로 제정된 ‘지역방송지원 특별법’이 지역방송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제도적 지원을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성과는 있었지만, 재원 확보 방안과 예산 배정 등에 대한 문제로 여전히 실효성에 대한 우려가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22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지역방송의 새로운 패러다임 찾기-법적, 제도적 지원 방안을 중심으로’ 정책토론회에서 김영수 KNN 경영사업본부 차장(언론학 박사)은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규모와 지역방송이 부담하는 규모에 비해 지역방송에 지원되는 예산 규모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올해 지역방송발전지원 예산은 지난해 23억 원보다 약 74%가 증가된 40억 원이 배정됐다. 

김 차장이 지난달 10일부터 지난 2일까지 3주간 지역방송 종사자들을 인터뷰한 결과 한 지역방송인은 “40억 원이면 1사당 1억 원 수준”이라며 “이 정도 예산으로 지역방송 발전에 도움이 되는 데는 한계가 많아 매년 예산 전쟁을 해야 하고, 지역방송 발전을 위한 재원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역방송사가 감당하는 방발기금이 100억 원이 넘는데 돌아오는 액수는 이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다는 것이다. 

또 한 지역MBC 관계자는 “서울MBC의 광고 배분 왜곡으로 광고비가 축소됨에 따라 지역방송의 제작비 절감 노력이 강화되고, 제작비 과다 집행 프로그램은 폐지되기도 한다”며 “특집프로그램도 외부기관의 제작비 지원을 받는 경우에만 진행되는 현상이 발생한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지역방송은 지상파라는 규제의 틀에서 벗어나야하고 예산 확보를 위한 전략도 좀 더 치밀하게 짜야 한다”며 “지역방송이 지역성을 제대로 구현하고 지역방송의 역할을 제대로 해야 지원 명분이 되므로 지역민이 관심 가질 수 있는 지역뉴스와 현안을 깊숙이 다뤄 달라”고 주문했다.  

강철수 고구려대 교수는 지역방송 발전을 위한 법적·제도적 지원 방안에 대해 “우선 단순 자문 기능에 머물러 있고 안건 제출 기능은 유명무실한 지역방송발전위원회의 위상 제고가 필요하다”며 “현재 방발기금의 일부로 편입돼 있는 지역방송발전기금의 독자성을 확보하고, 지역방송 방전을 위한 지역방송 프로그램 제작 능력과 유통 구조를 지원하는 분야의 활성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방청객으로 참여한 부현일 전국언론노동조합 제주방송(JIBS)지부 지부장은 “제주방송의 경우 자본금의 4배가 넘는 유보금을 확보하고 있음에도 협찬이 안 들어오면 프로그램 제작도 어렵고 탐사보도 할 여건도 안 된다”며 “회사는 지역민을 위한 여론 형성은커녕 수익이 안 되는 프로그램을 만들려는 생각도 안 하고 있는데 법적, 제도적 방안을 확보해도 대주주의 방송사 소유와 경영을 분리할 수 있도록 방송통신위원회가 규제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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