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역 내 화재·누수·감전 등 사고를 예방하는 정비업무도 직영 대상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도시철도 역사시설 정비노동자들은 역사시설정비가 직접고용 대상인 ‘지하철 안전 업무’에서 제외된 데 대해 “도시철도공사와 서울시가 내세우는 시민안전과의 관련성 기준은 전혀 현실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송문정 전국공공운수노조 서울도시철도ENG노조 시설관리본부장은 지난 21일 미디어오늘과 만난 자리에서 “8년 동안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제기해왔고 이제야 문제로 불거졌는데 이 업무는 ‘핵심 안전 업무’가 아니라고 한다”면서 “역사시설 정비 또한 어느 분야보다 중요하게 시민의 안전을 담당하고 있는 분야다. 해당 분야의 직원들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분노하고 있다”고 밝혔다.

도시철도ENG노조 시설관리본부는 지난 16일 보도자료를 내 "서울시가 구의역 사고를 계기로 정말로 시민 안전을 우선으로 하고 차별받는 공기업 자회사 직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시민안전과 직결된 업무’를 직영화를 하고자 한다면, 여러 분야의 특성을 정확히 조사하고 정말로 시민안전에 중요한 분야가 임의로 직영화에서 배제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며 주장한 바 있다.

앞서 서울시는 ‘지하철 안전 업무 직영 전환 및 메피아 근절 방침’을 발표해 5~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도시철도의 경우 △전동차 정비 △궤도 시설 정비 등 2개 분야를 민간 위탁 방식에서 직영체제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1~4호선을 운영하는 서울메트로의 경우 △PSD(스크린 도어)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 △특수차(모터카 및 철도장비)운영 △역사운영 등 안전 업무 5개 분야가 직영화될 예정이다.

▲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은 6월14일 오전 서울시청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안전업무 외주화 중단 및 직접고용을 주장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서울도시철도는 △전동차 중·경정비 △궤도 보수 △소방·냉방·환기 시설 보수 △PSD 청소 등 157개 역 및 6개 차량기지에 대한 시설 정비 업무 대부분을 자회사인 도시철도엔지니어링(도시철도ENG)에 위탁하고 있다. 이 중 전동차 정비와 궤도 시설 보수 업무만 서울도시철도 직영화 대상 업무로 선정된 것이다. 직접고용으로 전환될 전동차 정비 노동자는 176명이고 궤도 정비 노동자는 19명이다.

도시철도 역사시설 정비노동자들이 강조하는 업무는 소방 및 냉방·환기 시설 정비다. 유도등, 스프링쿨러, 수막, 차단벽, 소방배관 및 펌프 등을 점검하는 소방시설 정비는 화재로부터 시민을 보호하는 중요한 안전업무라는 것이다. 공기 조정 시설과 화재 시 연기를 배출하는 제연설비를 관리하는 환기시설 정비 또한 인명피해와 직결된 업무라는 지적이다.

역사시설 정비는 누수로 인한 감전·폭발 등 대형사고를 예방하는 필수적인 사전 정비라는 주장도 있다. 송문정 시설관리본부장은 “역 천장엔 소방배관, 위생배관, 냉방·환기 덕트, 각종 통신선, 전기선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다. 항상 물이 들어차 있는 소방, 위생배관에서 누수가 되면 감전, 폭발 사고가 날 수 있다”며 “동파로 배관이 터진 적이 여러 차례 있으며 시설 노후화로 누수 가능성을 언제나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본부장은 역 내엔 각종 설비가 밀도 높게 설치돼있고 고압선도 있기 때문에 더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전동차 전력공급선은 2만2500볼트의 전압이 흐르는 고압선이다. 그는 “일반 건축물에 설치되는 시설물과 달리 역사 내에 설치되는 기계시설물은 한정된 지하공간에 집약적으로 설치돼 사고 발생 시 대형화재, 감전, 폭발 등 대형 인명피해의 위험성이 상존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문제가 된 PSD 정비노동자들처럼 자신들도 인력 부족과 업무지시 압박으로 안전 관리에 소홀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있다고 주장했다. 도시철도 역사시설 정비노동자 160여 명은 소방시설관리단, 궤도시설관리단, 각 지역 시설관리단 등 총 11개 관리단으로 나뉘어 소속돼있다.

소방시설관리단의 경우 12~13명의 정비노동자가 157개 역사와 6개 차량기지의 정비를 맡고 있다. 25개 역사 정비를 담당하는 강동기술관리단의 2015년도 점검실적 및 보수실적 현황을 보면 점검실적은 총 3278건, 보수실적은 3522건으로 총 6800건을 실 정비 인원 7명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한 해 900여 건을 맡아 수리하는 것이다. 송 본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도시철도공사가 이들의 근태를 상시적으로 감시해 업무 처리 속도를 높이라는 압박을 한다고 주장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그는 이들의 업무가 ‘직영화 방침’에서 배제된 후 정비 노동자들 사이에서 “다같이 중요한 일 아니냐”며 “직원들이 사고가 나지 않게 힘들게 일해서 사고를 막고 있는 것인데 이제 그만하자. 사고가 몇 번 나야 알아준다”는 토로가 빗발쳤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공병엽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교통정책과 도시철도관리팀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현재 외주화된 업무가 굉장히 많아 전부 일시에 직영으로 전환하기에는 제약이 많다”며 “직영 전환이 되지 않는 직원들이 모두 직영화 주장을 하고 있다. 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안전과 관련이 있는 중요한 업무이지만 제약이 있으니 시민 안전과 더 직접 연관된 핵심 안전 업무를 꼽은 것”이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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