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勞)하고 사(使)하고 장기전 가면 사(使)가 안 져요. 우린 버티면 돼. 정 저거하면(힘들면) 이사회 결의해서 팔아버리면 돼. 꼴 보기 싫으면. 근데 쟤들(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지부장 홍혜란)은 당장 (파업하면) 급여가 안 나가니까, 뭐 여러 가지로 시간이 가면 불리하게 돼 있는데, 노조(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애들이 ‘대법까지 (임금)밀린 거 받아준다 투쟁해라’ 하니까…”

용인정신병원 환자 인권문제와 직원들의 열악한 노동권을 폭로한 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보건의료노조)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파업 7일차인 지난 15일, 용인정신병원 박아무개 행정원장이 미디어오늘 인터뷰 중 한 말이다. 사용자 측의 속마음을 그대로 나타낸 발언이었다. 이곳에서 행정원장은 원무부, 총무부 등 병원관리를 총괄하며 노사위원회, 인사처리위원회, 윤리위원회 등을 산하에 두고 있는 책임있는 자리다.

행정원장은 기자에게 “쌍용차 선고 나온 거 아세요?”라고 물은 뒤 “노조 측에서 졌죠. 우리(병원 측)는 해보려고 최선을 다했다”며 “우리는 굽히지 않고, 법대로 사법부 판단을 받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병원 측은 지난 10일 홍혜란 지부장에 대한 징계해고, 20명 정리해고(이중 19명이 노조 조합원)를 진행했다.

▲ 파업중인 용인병원유지재단지부 조합원들. 사진=장슬기 기자

행정원장은 ‘낙하산 인사’다. 그는 “경기도청에서 용인정신병원 감독업무를 했었다”며 “은퇴하고 집에서 쉬는데 이사장이 ‘여기 행정원장 자리가 좀 비는데 용돈이나 좀 드릴 테니 앉아 계십시오’라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의 요구사항 중 하나는 경기도가 위탁해 용인정신병원이 관리하는 경기도립정신병원, 경기도노인전문용인병원에 대한 특별감사 실시다. 그는 “나는 그냥 (병원에서) 나가도 돼. 근데 어려울 때 힘이 돼주고 그러는 거지”라고 덧붙였다.

행정원장이 파업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렇다. 그는 “지금 어떤 분들은 여기가 배불러서 그렇다는 소리도 해요”라며 “우리 노조 애들하고만 대화를 하면 잘 되는데 중앙(보건의료노조)에서 와서 엄청난 요구도 하고, 민노총이다 보니까”라고 말했다. 용인정신병원 직원들은 한가해 할 일이 없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의 지시를 받아 파업까지 가게 됐다는 주장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는 “보건의료노조가 근처 오산정신병원에 침투해 작업하다가 깨지니까 여기가 (노동자) 숫자가 많으니까 여기 왔다”며 “어느 노조든 자기한테 가입하면 노조회비가 들어오니까 끌어 들이려 하는 거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실상은 다르다. 홍혜란 지부장은 소위 ‘돈이 안 되는’ 장기급여환자·의료급여환자 등 500명과 직원 150명을 줄이겠다는 병원 방침에 문제를 느껴 먼저 보건의료노조를 찾았다.

행정원장은 파업의 원인에 대해 젊은 직원들이 젊은 이사장에 대해 갖는 열등감이라고 이해했다. 그는 “이사장이 젊은 친구인데 학교를 중국과 영국에서 나와 아주 샤프하고 깨끗해, 그런데 쟤네(노조)들은 금수저-흙수저 논리로, 조금만 뭐 잘못되면 뒤틀어 봐. 부잣집 딸래미라 건방지다고 보는 거지. 그게 3~4년 쌓이면서 문제가 터져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의사인 할아버지와 아버지에 이어 현재 30대인 젊은 이사장(비의료인, 호텔경영학 전공)이 이어받아 2009년부터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 지난14일 정의당 윤소하 의원 등이 국회에서 개최한 '용인정신병원 실태를 통해 본 정신병원의 현황과 공공성 강화과제' 토론회. 사진=장슬기 기자

그는 노조의 자료를 가리켜 “삐라 만드는 거 보면 소름 끼친다”라거나 노조를 사회주의로 이해해 “사회주의 입장에서 볼 때 (이사장이) 금수저라 밟아죽여야 할 사람이지”라고도 말했다. 또한 그는 “나도 나이에 비해 진보적인 성향을 즐기고, 그쪽 세계를 이해하는 편인데 ‘이건 아닌데’ 이럴 때가 좀 있다”고 말했다.

예스팀, 이사장을 향한 예스?

이사장은 ‘예스팀’을 만들어 다양한 의료 외 업무에 동원했다. 노조는 “이사장 개인사업장에 직원을 통원해 젤리에 술을 주사기로 넣는 작업, 이를 락 페스티발에 판매, 이사장 개인차 운전, 이사장 이사할 때 동원, 이사장 생일날 파티식사 서빙, 미술관 관리 등을 시켰다”고 폭로했다. 한 조합원은 “예스팀은 명목상으로는 환자와 그 가족들에게 ‘예스’로 답하라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이사장에 대한 예스, 이사장 친위대”라고 말했다.

이에 김아무개 행정부원장은 “근무시간에 자회사 ‘벗이’ 업무를 협조해준 것일 뿐 개인 심부름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혹 행정부원장 말대로 개인 심부름이 없었고 단지 자회사 업무를 협조했더라도 의료인인 보호사와 간호사와의 근로계약 위반 소지가 있다.

노조에 따르면 지난 2월에 온 행정원장에 비해 30여년을 근무한 행정부원장이 병원의 실세다. 행정부원장은 “도청에서 보건직 공무원생활을 4~5년 하다가 복지사업을 하고 싶어서 여기 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수익성 낮은 환자 차별

노조에서 폭로한 내용 중에는 의료급여환자(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자)와 건강보험환자(비수급자) 간 차별이 있다.

노조에 따르면 급여환자는 아침·저녁으로 1시간씩만 온수가 나오고, 1년 내내 얇은 이불만 제공하며, 환자복이 찢어져도 제때 교체가 되지 않으며 식사와 간식도 건강보험환자에 비해 부실하다. 간호사·보호사 등 직원이 부족해 환자들이 청소, 기숙사 불법 시공, 이사장의 강아지를 관리하는 일 등에도 동원됐다. 의료급여환자 병동은 아직 창문에 쇠창살이 남아있다.

김아무개 행정부원장은 “밥도 부자 집은 스테이크 먹고, 누군 라면 먹기도 한다”며 “같은 병원에서도 환우 분들에게 좀 더 신선하고 좋은걸 먹이다보면 차이점이 생긴다”고 말했다. 건강보험환자에게라도 양질의 식사를 제공하려 했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밥 가지고 차별한 것’은 시인한 꼴이다. 국가에서 나오는 급여가 의료보험환자는 건강보험환자의 60~70%수준이다.

행정원장도 “현재 급여환자가 85%나 된다”며 “급여환자와 보험환자 비율을 5대5로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드러냈다. 그는 “박근혜 정책이 재밌는 게 아시안게임(1986년), 88때(1988년 서울올림픽)는 담배 주워 피고 이런 미친 사람들 전부 국가에서 잡아넣으라고 해서 지금 부랑인 없는데 지금은 웬만하면 집에서 치료하라고 한다”며 “정신과 사람 강남역 화장실 사건으로 다시 (정신장애인을) 입원시켜야지 안 되겠다 하는데 그 사람들은 (죄를 지어도) 아무데도 안가, 무법자들이야”라고 말했다.

관민 유착 관행, 자랑인가?

행정원장은 미디어오늘과 2시간가량 인터뷰를 하면서 경계심이 많이 풀어졌는지 논란이 될 만한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경기 지역 신문사와 간부들을 몇 언급하며 “다 우리 친목회에서 자주 만나는 사이지, 얼마나 고생했냐고 격려 전화나 하는 사이”라며 “언론도 여기 실태를 다 알아”라고 말했다. ‘병원의 문제가 심각하지 않아 언론보도가 나오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이었지만 병원 측에서 지역 신문에 광고까지 낸 것과 연결해보면 좀 다르게 읽힌다. 지난달 10일 경기일보(2면 하단)와 경인일보(5면 하단)에는 환자와 직원 감축에 대한 용인병원 측 입장이 담긴 광고가 실렸다.

▲ 지난달 10일 경일일보 5면 하단 광고.

또한 그는 “원래 기자나 관에서 오면 예의 지킨다고 식사대접도 하고 기름(주유소)티켓도 주고, 10만원씩 간식이나 하라고 주는 관행이 있었다”며 “여기가 적자를 봐도 관민 손님들에게 참 잘하는 그런 게 아버지하고 할아버지 때부터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그게 조금 적어졌는데 내가 여기 2월초에 오고 나서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자랑스레 덧붙였다. 

행정원장은 인터뷰 내내 자신이 용인정신병원 감독부서에 일했던 경험이 있어서 이곳 사정을 잘 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자신의 말에 신뢰감을 부여하려는 의도였지만 감독기관 퇴직공무원이 감독대상기관의 간부로 오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은 없었다.

절망적인 것은 용인정신병원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환자 인권과 직원 복지수준이 가장 나은 편이라는 사실이다.

▲ 용인정신병원의 모습. 이곳은 국내 최고의 시설을 자랑한다. 사진=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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