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지하철 안전 업무 외주화 전면 중단을 선언했지만, 해당 직원을 무기계약직으로 채용할 계획임에 따라 ‘반쪽짜리 직접고용’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퇴사 당시 서울메트로로부터 정년 보장을 약속받았던 ‘메트로 전적자’도 전원 고용에서 배제돼 전적자들의 반발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16일 오전 서울시청에서 기자설명회를 열고 지하철 안전 업무 직영전환 및 ‘메피아’ 전면 퇴출을 골자로 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속대책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제시한 주요 대책은 △지하철 안전업무 7개 분야 직영 전환 △메트로 출신 퇴직자 특혜조항 전면 폐지 △유진메트로컴 재구조화 등 세 가지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16일 오전 서울 시청 브리핑룸에서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 후속 대책 기자발표회'를 열고 외주화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민중의소리

직영 분야 대상은 서울메트로가 위탁한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차량기지 구내운전, 특수차 운영, 역사운영 업무 등 5개 분야와 서울도시철도공사 자회사인 도시철도ENG의 전동차 정비, 궤도 보수 2개 분야다. 2008년부터 2012년 사이 외주화가 진행된 결과 총 1824명의 인력 감축이 이뤄졌고 현재 이들 업체에 고용된 인원은 총 776명이다.

서울시는 무기계약직인 안전업무직을 신설해 기존 직원 및 일반 지원자를 대상으로 7월부터 채용 절차에 들어간다. 구의역 사고로 숨진 고 김아무개군과 같은 19세 청년근로자 16명은 ‘은성PSD 경력‧기술 보유자’로 서울메트로에 채용될 예정이다. 서울시는 직영전환으로 1인 당 연평균 300만~700만 원 임금이 인상되며 47억 원의 재원이 절감될 것이라 내다봤다.

무기계약직 방침에 대해 현장 노동자들은 고용차별이 개선되지 않는다고 토로해왔다. 지난 12일 ‘구의역 사고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에서 한 서울메트로 무기계약직원은 “정규직에는 두 가지가 있다. 흔히 부장, 과장, 차장, 대리 직급이 있는 1~9급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이다. 승진 없이 박봉에 시달리고 시민업무에 나서는 일”이라면서 “신라 시대 육두품처럼 위로 절대 올라갈 수 없는 정규직이다. 10년을 다녀야 (서울메트로 정규직원) 9급 1호봉과 같은 급여”라고 토로했다.

지난 14일부터 서울시청 앞에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노숙농성을 벌이고 있는 서울지하철노동조합 비정규지부도 지난 3년 동안 차별 없는 직접 고용을 주장해왔다. 비정규지부엔 서울메트로 전동차 경정비 업무를 위탁받은 프로종합관리의 정비노동자 60여 명이 조합원으로 가입돼있다. 유성권 지부장은 “비정규지부는 차별 없는 직접고용을 요구해 온 것이었다”며 “오늘 저녁 조합원 총회를 거쳐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라 밝혔다.


기자회견 중 제기된 무기계약직은 고용차별 문제를 야기할 수 있고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지적에 대해 박원순 서울시장은 “(정규직화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신분 안정을 가져오는 중요한 조치라 생각한다”면서 “정규직화된 무기계약직의 처우에 대해서는 상당한 불만이 쌓여왔다. 승진 제도라든지, 보수, 복지 시스템 등 여러 처우에 관한 것에 대해 연구하고 있고 시민발표회도 해나갈 예정”이라고 답했다.

‘메피아 퇴출’ 방침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박 시장은 메트로 전적자에 대해 특혜 조건을 명시한 모든 조항을 전면 폐기하며 향후 신규 계약 시 특혜 조항이 발견되면 계약서를 전면 폐기할 것이라 밝혔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현재 5개 서울메트로 위탁업체에 고용된 전적자 182명을 향후 고용에서 배제할 방침이다.

그러나 분사 당시 전적자는 서울메트로와 서울시로부터 고용승계 약속을 확인받은 바 있다. 당시 2011년 서울메트로가 작성한 PSD 분사설명서는 “분사 전출직원에 대해서는 공사가 고용을 보장”하며 “분사가 파산 또는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에는 공사의 위탁업무를 승계하거나 신설되는 분사가 해당 직원을 전원 고용 승계토록 한다”고 명시했다. 분사 당시 인력 모집글에도 동일한 규정이 명시돼있다.

전적자들은 2008년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창의혁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인력감축 구조조정이 추진될 당시 서울메트로를 퇴사한 ‘분사 전출 직원’이다. 서울메트로는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전동차 경정비 등 5개 업무를 외주화하며 정년퇴직을 1~5여 년 남겨둔 직원들을 분사형식으로 내보냈다. 정직원 급여의 60~80%를 책정한 임금 보장, 정년 고용 보장 등은 서울메트로가 분사 직원을 모집하기 위해 내 건 처우다.

▲ 서울메트로가 2011년 작성한 PSD 분사설명서 캡쳐.

실제로 전적자들은 서울시의 전적자 전원 고용 불승계 방침에 대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최춘식 은성PSD 민주노동조합 위원장은 “원래는 58세까지 일할 수 있었는데 서울메트로를 나가고 은성을 가면 61세까지 일할 수 있다고 해서 나왔다”면서 “전적자들 대부분은 서울메트로 정년을 포기하고 나온 사람들이다. 7월부터 해고나 마찬가지로 당장 생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비정규직 전적자들로 구성된 은성PSD 노동조합 또한 전원 고용승계 보장을 요구하며 오는 17일 총파업 출정식을 예정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이날 ‘본인 의사에 따라간 게 아닌데, 이분들 눈물은 누가 닦을 것이냐’라는 지적에 “그런 측면은 분명히 있지만 구의역 사고 이후 모든 가치에 앞서서 안전을 우선에 둘 수밖에 없다. 새롭게 직영화하는 과정에서 (그 가치가) 배제될 수 없고 그것은 분명한 원칙”이라며 “법률적으로 처리할 부분이 있다면 투트랙 형식으로 별도로 차후에 처리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진메트로컴 재구조화와 관련해 서울시는 이미 업체와 협상을 시작했고 ‘사업재구조화 TF’를 구성해 나갈 예정이다. 서울시는 △시설 및 인력의 서울메트로 직접 관리 △기준 수익률 9% 수준을 4~6%로 하향 조정 △대체상환을 통한 후순위채 폐지 등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특혜 의혹, 업무상 배임 문제 등은 경찰 수사를 토대로 조치할 예정이다.

서울메트로 24개 역 스크린도어의 유지보수 및 광고 게재를 맡고 있는 유진메트로컴은 강남역, 시청역, 교대역 등 알짜배기 역의 광고수익을 독점하고 민간 투자사업 대상도 아닌데 단독으로 참여해 입찰받아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메트로의 관리감독 권한이 명시돼있지 않아 시설 안전성을 확보할 수단이 부족하다. 2006년 1차 계약에서 맺었던 수익률의 두 배에 달함에도 초과 수익에 대한 환수조치 미흡하다”면서 “전면 재구조화로 시민안전 확보하고 특혜를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