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5 남북공동선언 16주년을 맞아 허위사실로 판명되거나 확인할 수 없는 북한 보도의 문제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13일 열린 6·15 공동선언 16주년 기념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이정민 KBS 기자가 제출한 토론문을 보면 사실확인이 부족하거나 아니면 말고식 보도의 사례들이 나타나있다.

북한 권력층을 중심으로 한 오보의 경우 지난 2013년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이후 쏟아졌던 로두철 내각 부총리가 망명을 요청했다는 보도가 대표적인 오보사례였다. TV조선은 그해 12월12일 뉴스에서 “중국으로 탈출해 망명을 원하는 장성택계 인사가 노두철 북한 부총리, 리무영 부총리 겸 화학공업상이라고 TV조선 취재결과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밖에 “장성택의 최측근이 우리정부에 망명을 요청했다”는 YTN 보도와 “장성택의 핵심 측근이 최근 북한 핵개발과 관련한 주요 자료를 빼돌려 중국으로 탈출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SBS 보도도 있었다. 다른 매체들도 로두철 등 장성택 라인의 망명가능성을 잇달아 언급했다.

그러나 닷새 뒤인 그해 12월17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사망 2주기 행사에 로두철 부총리가 맨 앞줄에 앉아있는 것으로 확인이 됐다.

또한 최룡해 북한 총정치국장에 대해 이정민 기자는 처음엔 장성택 측근으로 분류됐으나 장성택 숙청 이후엔 오히려 숙청 개입의 핵심인물로 둔갑한 점도 지적했다. 실제로 최룡해 국장이 등장한 이후 언론보도엔 “장성택의 측근”, “장성택의 밑에서 청년동맹 업무를 봤던” 등으로 나온다. 장 부위원장의 숙청 이후엔 대부분 언론은 최 국장이 숙청에 개입한 것으로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 부인 리설주 여사의 결혼 전 염문설과 장성택 숙청 관련설 역시 대표적인 미확인 보도라고 이정민 기자는 지적했다.

▲ 지난 2013년 12월12일 TV조선 뉴스쇼 판 영상 갈무리
이정민 기자는 “북한의 권력층에 대한 접근이 불가능한 상황에서 권력층 신상 변동에 대해 대량 보도와 함께 오보도 늘었다”며 “확인이 미진한 경우도 보도를 강행해 왔다. 다양한 취재기반 없이 매체별 또는 개인별로 선입견에 의거해 대북정보 접근이 이뤄져 국민의 혼란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또한 정부발표 받아쓰기 보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이 기자는 “정부 판단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나 전망없이 정부 결정의 근거나 원인을 설명하는 분석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해와 분석이 부족하다보니 최소한의 의심도 하지 않다가 오보가 난 경우도 문제이다. 리영길 총참모장 숙청 오보 사례를 들어 이 기자는 “북한 리영길 총참모장 숙청’ 오보 등은 국정원 분석 잘못으로 언론이 무더기 오보 사태를 낳은 케이스”라고 비판했다.

또한 보도해야 할 기준이 없는데도 무작정 보도한 사례로 13인 집단탈북 보도를 들었다. 이 기자는 “‘13인 집단탈북 보도’의 경우, 탈북에 대한 정부 기준이 이례적으로 바뀌며 정부의 오락가락 발표 기준에 대한 인권침해 우려 등 비판보도 나왔지만 결국 전 언론이 대대적으로 탈북사실을 보도했다”며 “정부가 선별적으로 정보 제공을 했을 때에 대한 대안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팩트에 기반한 취재’와 냉정한 분석으로 판단에 기여해야 한다”며 “선입견에 의거하거나 잘못된 취재를 통해 과도한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나 섣부른 우월의식, 근거 없는 저항감 주지 않도록 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북한의 국명을 어떻게 표기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번 토론회에서는 논의가 이뤄졌다. 분단 반세기인 1995년에 이미 우리 언론인들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표기한다는 원칙을 세웠다.

▲ 지난 13일 6.15 남측위 언론본부 주최로 서울NPO센터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는 이정민 KBS 기자. 사진=조현호 기자
이날 토론회 자료집에 첨부된 1995년 8월15일 전국언론노동조합연맹과, 한국기자협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가 제정한 ‘평화통일과 남북 화해 협력을 위한 보도 제작 준칙’의 총강 제1조에 명시돼 있다. 이들은 “우리는 대한민국(약칭 : 한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공화국(약칭 : 조선)으로 나눠진 남과 북의 현실을 인정하며 상호 존중과 평화통일을 준비하는 차원에서 상대방의 국명과 호칭을 있는 그대로 사용함을 원칙으로 한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토론회 말미 청중 질의 순서 때 박해전 사람일보 대표(전 한겨레 교열부·여론매체부 기자)는 이것조차 지켜지지 않는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박 대표는 “1995년 보도제작 준칙을 마련했음에도 지켜지지 않는다”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조선이라고 쓰자고 해놓고 왜 보도하지 않느냐. 이 자리에 있는 언론인들은 왜 그런 것을 정확히 말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1990년대 말 만 해도 북한이라고조차 표기하기 어려웠으나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반론도 나왔다. 이제훈 한겨레 통일외교팀장은 “내가 1998년 처음 북한취재 보도를 하는 부서에 갔을 때 당시만해도 북한 호칭에 대해 ‘북괴’가 다수설이고, ‘북한’은 소수설이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북한이라고 쓴다. 북한을 욕하든 어떻든 지금 북한이라고 쓰지 않는 곳이 없다. 모든 매체들이 공통의 기반을 갖춰온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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