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명 중 9명이 작업 도중 열차 충돌 위협을 느꼈다.”

‘5678서울도시철도’ 정비노동자들도 열차 충돌 위협에 심각히 노출돼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서울메트로 뿐만 아니라 서울도시철도 또한 안전인력 확충 및 안전대책 수립에 시급이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이하 도시철도노조)은 14일 오전 서울시청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들의 위험 실태를 고발했다.

▲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은 14일 오전 서울시청 입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도시철도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들의 위험 실태를 고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도시철도노조는 지난 6일부터 10일까지 스크린도어·신호 정비 노동자 357명을 대상으로 안전실태 온라인 설문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8.9%가 스크린도어 정비 업무를 수행하면서 열차 충돌 위협을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절반 이상인 52.6%는 충돌 위협을 3회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작업 중 열차와 충돌을 피하기 위해 승강장 하부로 대피한 경험이 있는 정비노동자는 42.1%였다. 이 중 3회 이상 대피 경험이 있는 노동자는 7명 중 1명꼴인 15.5%로 나타났다. 열차 운행 중 선로 측으로 몸을 내밀고 스크린도어를 정비한 횟수가 한 달 평균 5회가 넘는 정비노동자도 51.8%로 절반이 넘는 노동자가 상시적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서 2인 1조 규정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스크린도어·신호 정비 업무를 단독으로 수행한 횟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 315명 중 6명을 제외한 309명(98%)이 단독으로 정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3~4회라고 응답한 노동자는 90명(30.3%), 5~6회 응답자는 41명(13.8%), 7회 이상은 99명(33.3%)으로 나타났다.

정비노동자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상당했다. 전체 응답자의 85.6%인 255명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정비노동자 사망 사고가 자신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은 수준이라고 답했다.

▲ 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이 스크린도어 정비 노동자 357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안전실태 긴급 설문조사. 사진=5678서울도시철도노동조합 보도자료

이들의 작업환경이 위험해지는 요인은 ‘무리한 겸업’과 ‘인력부족’이라는 지적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 업무를 인력충원 없이 신호 시설 정비노동자에게 겸업시켰다. 신호 업무는 열차 간격을 유지해주는 신호시스템을 유지·보수하는 것으로 열차 안전 운행에 필수적인 업무다.

도시철도노조에 따르면 겸업 전인 2008년 현장인력은 498명이었으나 겸업 후인 현재 현장인력은 406명으로 줄었다. 이들이 맡고 있는 도시철도 스크린도어는 약 1만128개다. 한두원 신호1지부장은 적은 인원으로 신호시스템 안전 업무와 스크린도어 안전 업무를 동시에 처리하다 보니 격무에 시달려 둘 다에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지부장은 정비노동자가 열차 운행 중 선로에 진입해 작업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중에 있을 신호 업무를 염두에 두니 스크린도어 점검 업무가 몰릴 때 그때그때 고치려고 선로에 들어가게 된다”면서 “들어가지 말라고 말리지만 일을 하는 입장에서 작업자들은 잘 듣지 않는다”고 말했다.

설문조사 결과 겸업 이후 노동강도에 대해 ‘많이 힘들어져서 부담감을 느낀다’고 답한 정비노동자는 186명(62.4%)이고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다’고 답한 정비노동자는 92명(30.9%)이었다. 88.1%에 달하는 정비노동자들이 신호업무와 스크린도어 업무 중복 수행을 반대했고 정비노동자의 66%가 업무 분리를 위해 ‘인력충원’이 가장 필요한 대책이라고 답했다.

도시철도노조는 기자회견을 통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스크린도어를 정규직 노동자들이 정비하고 있는 서울도시철도공사가 매우 안전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면서 “서울메트로는 비정규직 직원이라도 충원했지만 5678서울도시철도는 단 1명의 인력도 충원하지 않았다. 더구나 스크린도어가 설치된 후 8년을 넘어서고 고장확률은 높아지고 있는데 정비인력을 도리어 줄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 3년간 인력충원을 요구해 공사와 110명 충원 합의를 이끌어낸 도시철도노조는 “서울시가 예산 부족의 핑계로 (인력충원을) 거부해왔다. 이제 박원순 시장이 답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서울시의 안전인력 충원 △정비노동자 안전대책 수립 △ 신호/스크린도어 안전 업무 분리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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