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동차 안전 관련 업무에 대한 직영화의 필요성을 공언했지만, 일부 직원에 한해서만 고용이 유지되고 직영화 전환 논의에 노동자 측의 참여가 배제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지난 12일 열린 ‘구의역 사고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통해 “(이 문제는) 직영이라는 결단 통해 해결해야 할 것이라 본다”면서 “서울시가 노동존중특별시, 사람이 중심인 도시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것이 너무나 부족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서울시부터 확고하게 바뀌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 서울시는 6월12일 서울시청에서 구의역 사고 해결을 위한 시민토론회를 열었다. 3시간여에 걸친 토론회가 끝나고 박원순 시장이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민중의소리

서울메트로 직영화 논의가 진행되는 위탁업체는 스크린도어 유지·보수를 맡은 은성PSD와 전동차 경정비를 맡은 프로종합관리다. 이들 두 업체는 서울시의 ‘본선 안전분야 자회사 설립·운영 계획안’에 따라 오는 8월 서울메트로 자회사로 편입될 예정이었으나 지난달 28일 구의역 사고 이후 안전 업무를 직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짐에 따라 논의가 착수됐다.

두 업체의 위탁계약 기간은 오는 30일 종료된다. 당장 7월1일부터 관련 업무를 유지하고 업체 소속 노동자의 고용을 보장할 방안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계약 연장을 하지 않은 은성PSD의 경우 직원 80여 명을 촉탁직 등의 형식으로 고용을 승계하고 직영화 체제 정비가 완료되면 직접 고용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오는 7월31일까지 계약 기간을 연장한 프로종합관리의 경우 서울시는 남은 기간 동안 고용승계를 포함한 대책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 밝혔다. 윤준병 서울시 교통본부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위탁 기간이 연장됐기 때문에 당장 몇 사람이 고용이 되고 안 되는지 세부적 논의는 하지 않은 상태”라면서 “새로운 조직체계가 도래할 때까지 연장 근무를 하고 현재 근무하는 사람들 고용은 계속 (유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5월31일 고 김군의 친구와 흙수저당, 청년전태일 등에서 나온 청년들, 시민들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앞에서 김군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두 업체의 노동조합은 서울시의 직영화 논의에 반발하는 태세다.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전체 직원의 고용이 보장되지 않을뿐더러 서울시 및 서울메트로가 직접고용과 관련해 노동조합과 공식적인 논의를 진행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안전업무를 담당하는 은성PSD 직원은 강남지사 46명, 강북지사 46명, 기술지사 27명, 사무직 23명 등 전체 142명이다. 서울시는 이들 중 ‘메트로 전적자’라 불린 정규직 36명과 60세 이상 비정규직 정비공 19명, 이사 7명을 제외한 나머지 80여 명의 고용만 승계할 예정이다.

은성PSD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여성연맹의 이찬배 위원장은 토론회가 끝나고 “업체 부도가 났다거나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면 어쩔 수 없지만, 인력충원이 필요한 시점에 일해야 할 사람들을 고용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면서 “인천·광주 등 지하철공사는 비정규직 직접고용 전환하면서 60세 이상 직원에 대해서도 전체 고용승계를 했는데 서울메트로는 왜 하지 않느냐”고 반발했다.

‘해고’ 위기에 몰린 60세 이상 정비공들 또한 부당함을 토로했다. 지난 12일 토론회 후 만난 정비공 A씨는 “인원이 더 늘어야 한다는데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을 안 뽑으니 납득할 수 없다”면서 “‘전적자’를 다 몰아내려는 것 같은데, 비정규직으로 180만 원 박봉을 받는 사람이 19명이나 된다”고 강조했다.

안전 업무에 차질이 빚어질 거란 우려도 제기됐다. 은성PSD 비정규직 정비공 B씨는 “고용에서 제외되는 사람들 대부분이 4년 7개월간 기술을 쌓아온 사람들이다. 자격증이 있는 업무도 아니고, 경력자들이 신참자를 데리고 다니며 필요한 기술을 가르쳤다”면서 “빗물과 바람 때문에 고장 날 때도 있고, 스크린도어 장애는 원체 다양해서 경험이 중요하다. 이들을 다 자르고 새로 온 애들만 남긴다는 말”이라고 비판했다.

B씨는 사고 후 2인1조로 바뀐 업무체제에서도 미숙련 정비공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숙련 정비공이 빠지면 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메트로는 지난 11일 PSD 직원 긴급연락망을 통해 “기술력 부족으로 조치가 되지 않고 미루어지는 사례가 많아 (서울메트로) 전자사업소 소장 지시로 보완 요청한다”면서 “장애조치 시 은성은 기술력 있는 분 1인, 기술부족인 1인으로 재편성해 출동해 주기 바란다”고 공지한 바 있다.

정년이 지난 노동자의 고용과 관련해서 이찬배 위원장은 “이번에 ‘촉탁직 고용’을 이용해서 고용을 승계하는데, 60세 이상 직원들도 그런 방식을 이용해서 얼마든지 연장 고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서울시가 지난 5월 작성한 ‘본선 안전분야 자회사 설립·운영 계획안’에도 자회사 설립 기본방향으로 ‘퇴직직원의 경험 및 노하우 활용으로 안정적 시민 서비스 제공’이 명시돼있다.

이와 관련해 윤준병 교통본부장은 “전체 고용 승계 주장은 기득권(전적자)의 주장이다. 용역 자체가 중단된 상황에서 새로운 채용을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취업단절을 최소화시키기 위해 80명에 대해서 우대해서 고용하는 것”이라면서 “(60세 이상 정비공이) 오랜 기술 습득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 (자격증 등) 기술 자격 요건이 없으면서 오래 근무했으니 노하우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서울시가 논의 과정에서 노동자 측의 참여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은성PSD 노조 및 프로종합관리 노동자들이 조합원으로 있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 모두 위탁계약 종료 이후 고용 대책에 대한 서울시 입장을 지난 12일 토론회에서 처음 들었다고 밝혔다.

서울지하철 비정규지부의 유성권 지부장은 1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직접고용 전환과 관련해 노조가 대표성을 띠고 참여한 논의 자리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 지부장은 서울시가 아직 직접 고용 대책안을 마련하지 않은 데 대해 “2014년 5월2일 170명이 다친 2호선 상왕십리역 추돌 사고 때도 (직접 고용이 대책으로 제기됐으나) ‘시간 끌기’를 했다. 노조의 얘기를 들어보고 종합적 대책을 발표하겠다면서 흐지부지됐다”면서 “서울시에 (논의·결정 사항을) 물어봐도 ‘기다려라’는 답만 온다. 노조 이견에 대해 ‘종합적으로 나중에 반영하겠다’고 하지만 사고 난지 한참이 지났는데 지부장의 입장에선 너무 시간 끌기를 하는 모습으로 보인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윤 본부장은 “은성PSD 지부는 서울메트로와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프로종합관리의 경우 계약이 연장됐기 때문에 구체적인 협의를 하진 않고 있고 어떤 조직형태가 바람직한지 의견 듣는 절차는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용 문제와 관련해 노조가 공식적으로 참여하는 의사결정 구조가 보장되느냐는 질문에 그는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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