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이명박 정부의 공영방송 장악과 노조 탄압의 상징적 존재로 이름을 알렸다. 무려 8명의 해직 언론인을 만들어냈고 170일간의 최장기 파업을 야기했다. 사장직에서 물러난 후 2014년 6월 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예비후보로 사천시장에 출마했다가 후보경선에서 떨어졌고, 지난 20대 총선 새누리당 비례대표 공모에서도 탈락했다. 한동안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그가 노조가 아닌 MBC 회사에 소송을 걸며 다시 등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8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그를 만났다. 김 전 사장 인터뷰는 3차례에 걸쳐 싣는다. 당사자의 일방의 주장일 수도 있고 액면 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기는 어렵지만 주장 자체로 의미는 있다고 판단해 워딩 그대로 전한다.


김재철 전 MBC 사장은 여전히 건재했다. 그가 최근 MBC에 ‘특별퇴직위로금’ 2억3973만 원을 받아야겠다며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지자 일각에선 생활고를 겪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도 일었지만 그는 이에 대해 완강히 부인했다. 아내가 강남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다 손해를 본 건 맞지만 사는 데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고 했다. 지금은 뮤지컬 등 공연 기획 일을 하며 꽤 바쁘게 지낸다고도 했다.

그는 “내가 아버지 유산도 받았고 시골에 아직 땅도 좀 있다”며 “내 형님들은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주요 보직을 맡고 있거나 KIST에서 연구실장도 하고 있어 우리 식구 중 경제에 쪼들리는 사람 없이 밥 먹고 살 만하다. 내가 생활고 겪는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일축했다.  

2012년 MBC파업 당시 김재철 사장의 모습.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김 전 사장은 MBC 퇴직 후 2014년 6월 사천시장에 선거에 나갔을 때도 가족들이 현금을 모아서 도와줬다고 말했다. MBC 본사 간부와 임원들도 (그에 따르면 초대하지 않았지만) 출판기념회에 와서 책값을 주고 가기도 했다. 측근이었던 무용가 정명자씨도 선거를 도와줬다는 얘기가 돌았지만 김 전 사장은 정씨가 어떻게 도와줬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다. 

지난 10일 추가로 이뤄진 전화인터뷰에서 김 전 사장은 정씨와 ‘식사 한번 했다’는 말은 번복했다. 그는 “아마도 그때 말이 잘못 전달된 것 같다. 정명자씨는 한번이 아니고 20여 차례 만났다”며 “지금도 일본 지사장으로 있는 손남희씨와는 30번은 더 만났고 정씨와 손씨에게 모두 가방 하나씩 사줬다”고 밝혔다. 이 모두 김 전 사장이 법원에 MBC 법인카드 사용으로 소명하지 못해 유죄 판결 받은 것 중 일부다.  

김 전 사장은 지난 8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드라마 ‘선덕여왕’ 주인공 탤런트 이요원씨에게 법인카드로 선물을 사줬다고 한 것에 대해서도 “내가 직접 백화점에 가서 120만~130만 원짜리 좋은 목걸이를 사서 줬다”며 “이요원씨만 준 게 아니라 MBC 프로그램 진행자 등 회사에 기여하고 도와준 사람들은 30만 원짜리 스카프나 70만 원짜리 가방을 사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 전 사장은 이것도 모두 “회사를 위해 필요한 돈을 쓴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MBC는 예능이나 드라마 프로그램이 매우 중요한데 내가 있을 당시 최우수 사원 10명을 뽑아 그중 3명에겐 현금 1억을, 나머지 7명은 5천만 원씩 연말에 격려금으로 줬다”며 “사장보다 돈 더 받는 사원이 있어야 프로그램이 사니까 우수한 사원에겐 유학도 보내주는 등 예전부터 내가 아이디어를 내서 그렇게 해왔다”고 설명했다. 

김 전 사장은 8명의 해고자나 재직 중 수많은 노조 조합원들을 징계한 것에 대해서는 “다 내 후배들이고 내가 노조에 아픔을 주고 싶거나 원래 그렇게 험한 사람이 아닌데 (해직자들에겐) 죽을 때까지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일을 하다보면 피해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지금은 내가 MBC를 나와서 보면 아직까지 해고자 문제를 풀지 못하는 MBC 경영진도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나도 할 만큼은 했다”고 강변했다. 그는 “단체협약도 내가 많이 양보했고 말미에 해직됐던 이근행 전 노조위원장과 정대균 수석부위원장을 복직시킨 게 나다”며 “그때 많은 간부가 반대했지만 난 순차적으로 해직자 문제를 풀어갈 생각이었고, 시간이 조금 더 지났으면 후배들도 나를 갈수록 이해하기 시작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2012년 2월3일 서울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열린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정권의 방송, 편파방송 MBC의 죽음을 선포하는 노제’에 참가한 조합원들이 영정을 들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전 사장은 노조 파업 중 ‘시용 기자’를 뽑아서 갈등을 키운 것에 대해선 “파업 때 보도국 후배 기자들을 몇 번이나 설득해도 리포트를 안 하겠다고 해서 고육지책으로 뽑을 수밖에 없었다”며 “독자와 시청자를 상대하는 언론의 측면에서도 물이 고이면 썩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경력 사원을 채용해 회사 분위기를 반드시 바꿔야 한다는 취지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그는 보도에 대한 압박과 ‘PD수첩’ 등 프로그램 통제에 대해선 “나 있을 때 보도국장에게 한 달에 한두 번 밖에 통화한 적이 없었고 기사를 빼라고 한 적도 없다”며 “다만 가끔 방향만 보고 있다가 문구가 좀 이상하면 ‘그건 너무 그렇게 가면 안 된다. 그건 좀 이상하지 않나. 다시 생각해 봐라’ 이 정도는 내가 충고했다”고 밝혔다. 

김 전 사장은 재임 시 청와대로부터도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그는 “FTA 협상으로 대통령이 유럽에 있을 때 실제로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화해 KBS에선 생중계하는데 왜 MBC에선 중계 안 하느냐고도 했다”며 “그럼 난 MBC는 채널이 하나밖에 없어서 그렇다고 이해해달라고 당당히 얘기했다. 사람들이 나보고 MB의 부역자라고 몰아세우지만 난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실제로 기자들과 PD들이 경험한 통제 압박에 대해 “지금 생각해보면 과잉 충성하는 사람이 눈에 안 보이는 데 꼭 있다”며 “밑에 있는 국장이나 임원, 특보들이 사장 눈치를 많이 보고 방송국 국장 등 임원이 되면 갑자기 자기 권력이 생겼다고 설치고 달라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난 그런 이들을 많이 경계하는 사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노조와 최악의 관계를 이어가면서 MBC 이미지가 망가진 것에 대해 그는 “그때가 4월 총선과 12월 대선 시기였기 때문에 그 시대가 내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라며 “나는 변명할 생각이 없다.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터뷰 전문은 6월14일 발행되는 주간 미디어오늘 1054호에 실립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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