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축제인 퀴어문화축제가 11일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렸다. 올해 17회를 맞은 퀴어문화축제는 주최 측 추산 4만5000여명이 참여하는 등 성항을 이뤘다. 첫해 50여명이 퍼레이드에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서울 광장 맞은 편 덕수궁 대한문 광장에서는 동성애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예배·설교·기도회 등을 열고 동성애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퀴어 문화 축제를 장식하는 퍼레이드 진행을 막거나 주변에서 동성애 반대를 외치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 17년 언론의 보도는 얼마나 달라졌을까. KBS 뉴스9에서는 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된 2000년 9월 8일과 9일 관련된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이듬해인 2001년 9월14~16일도 마찬가지였다.

▲ KBS 뉴스9 11일자. 화면 갈무리. 


17년째를 맞은 11일 KBS 뉴스9는 이번 퀴어문화축제를 다룬 기사 두 꼭지를 내보냈다. KBS 뉴스9는 10번째 리포트로 “서울 도심 성소수자 축제…곳곳 ‘실랑이’”를 내보냈다. 기사를 소개하는 앵커는 “성 소수자들의 잔치인 퀴어문화축제가 오늘(11일) 서울 광장에서 열렸습니다. 같은 시각 바로 옆에선 동성애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를 벌였습니다”라는 멘트가 붙었다.

이어 리포트에서는 앵커 멘트와 마찬가지로 퀴어문화축제 소개와 일부 단체들의 반대 목소리가 반반씩 편집됐다. “양측 대립은 퀴어 축제 측이 2.9km를 거리행진하는 오후 4시반쯤 절정에 이르렀다”면서도 “지난해와 달리 물리적 충돌까지 빚어지진 않았다”고 전했다.

뉴스9는 이어 ‘심층 리포트’ 코너에서 “동성애 문화 급속 확산…쟁점은?”을 주제로 다뤘다. 앵커는 “논란이 거세지지만 동성애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다양해지고 있다”, “동성애 문제도 공론장으로 들고나와 논의할 때가 됐다”고 설명했다.

리포트에서는 교과서에 동성가족이 소개된 현실을 보여주면서도 헌법 소원이 청구된 ‘군대 내 동성애 처벌’ 조항에 대한 찬반, 에이즈 감염 문제, 동성 결혼에 대한 찬반 의견을 고루 전달했다.

기자는 “우리 사회는 동성애를 얼마나 알고 있고 동성애 문화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이번 퀴어문화축제가 우리에게 무거운 숙제를 던졌다”고 리포트를 끝맺었다. 결론을 내리기보다 법적인 논쟁을 중심으로 다뤘다.

하지만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소수자 중에서 유독 동성애자로만 이번 퀴어문화축제 대상을 한정한 것은 아쉬운 대목으로 남는다.

SBS 뉴스8은 이날자 14번째로 리포트로 퀴어문화축제 행사 내용을 다뤘다. 리포트 제목은 “또 충돌 부른 성소수자 퍼레이드”로 앵커는 “같은 장소에서 종교단체 반대 집회가 열리면서 크고 작은 충돌이 빚어졌다”고 소개했다.

▲ SBS 8뉴스


곧바로 이어진 리포트에서는 퀴어문화축제의 한 장면인 도심 행진 화면이 비치고 이내 “인도에서 보수 기독교 단체 회원이 반대 집회를 벌인다, 도로로 뛰어들어 행진을 가로막다 경찰 제지를 받기도 한다” 등 축제 반대 측과의 충돌을 부각시켰다.

SBS는 또 “지난해보다 더 큰 규모로 반대 집히를 벌였다”, “시각 차가 커서 매년 행사 때마다 이런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충돌을 부각시키는 데 집중했다.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같은 날 퀴어문화축제 관련 리포트를 찾아볼 수 없었다.

눈에 띄는 기사도 있었다. 경향신문은 퀴어문화축제의 한 장면으로 어린 아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젊은 부부 인터뷰를 내보냈다. “부모도, 동성커플도, 이성커플도…‘서로를 존중하는 세상이 되길’” 기사에서 4~5살 자녀와 함께 축제를 찾은 허모씨와 강모, 이모 부부를 인터뷰 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아이 때문에 왔다’며 어릴 때부터 세상을 다양한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사는 곳이라는 걸 가르쳐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한국일보는 “퀴어축제마다 나타나는 그들과의 ‘징한’ 16년” 기사를 통해 그동안 퀴어문화축제를 비롯한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억압을 재조명했다. 2012년 서울시 종로구에 걸린 성소수자 차별금지 현수막 게첩과 보수 기독교 단체들의 성명 맞대응을 시작으로 2013년 차별금지법 발의 철회 논란, 2014년 신촌 퍼레이드 사용 허가 취소와 맞불집회, 2015년 서울광장 축제 개최 및 반대 집회 등도 있었다.

퀴어문화축제 2016의 공식 슬로건은 ‘퀴어 아이 엠(Queer I AM: 우리 존재 파이팅)’이다. 주최측은 이번 슬로건에 대해 “한국 사회에 빠르게 퍼지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폭력에 굽히지 않고 싸우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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