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가습기살균제와 관련한 외부 칼럼에서 SK케미칼의 이름을 모두 삭제하고 오히려 애초 칼럼의 취지를 훼손하는 문장을 넣은 사실이 확인됐다. 한국경제는 “필자와 합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된 기사는 지난달 27일 한국경제 A37면에 실린 이덕환 서강대 화학과 교수가 쓴 “‘옥시 참사’ 정부, 기업 책임 명확히 해야 재발 막는다”라는 제목의 칼럼이다. 26일 오후 한국경제 초판을 보면 해당 칼럼에 ‘SK케미칼’이라는 단어는 총 3차례 들어간다.
이 교수는 두 번째 단락에서 “가습기 살균제 참사는 1994년 유공(현 SK케미칼)이 CMIT·MIT 성분이 든 ‘가습기메이트’라는 가습기 전용 살균 세척제를 내놓으면서부터 시작됐다”며 “엉터리 광고로 무려 1000만명의 소비자를 속인 것”이라고 썼다.
세 번째 단락에서는 “가장 많은 피해자를 발생시킨 옥시레킷벤키저가 사용한 PHMG를 생산·공급해준 기업도 SK케미칼이었다. 엉터리 제품을 생산·유통시킨 기업 모두에 대한 검찰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일곱 번째 단락에서는 “면죄부를 받은 SK케미칼의 제품을 사용한 소비자를 포함한 대다수 피해자가 피해사실조차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세 문장 모두 사실상 SK케미칼의 책임을 묻고 SK케미칼 역시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27일 지면에는 SK케미칼이라는 단어가 모두 삭제되고 문장도 수정됐다. “1000만명의 소비자를 속였다”는 문장은 “청결을 중시하는 주부 소비자들을 파고들었다”라고 바뀌었고 ‘유공’은 언급됐으나 이 기업이 현재 SK케미칼임은 언급되지 않았다.
옥시가 사용한 PHMG를 생산·공급한 기업도 SK케미칼이라는 지적 대신 “옥시의 PHMG 제품을 쓴 소비자들의 피해가 가장 컸다”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면죄부를 받은 SK케미칼의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들은 피해사실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는 문장은 아예 삭제됐다.
한국경제는 애초 칼럼의 취지와 전혀 다른 문장을 새로 넣기도 했다. 두 번째 단락 마지막에는 “환경부에서 원료와 피해에 대해 전반적인 실험과 재조사를 한다는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라는 문장이 들어갔다.
일곱 번째 단락에는 “CMIT·MIT가 든 제품만을 사용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소비자 사례는 현재까지 3건으로 알려져있다”는 문장이 추가됐다. 이는 사실상 SK케미칼에 면죄부를 주는 것처럼 읽힐 수 있는 대목이며 사실과도 다르다.
이에 대해 한국경제 오피니언부 관계자는 “필진의 일방적인 주장이 있고 SK는 검찰 수사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데 마치 수상 대상인 것처럼 단정적으로 쓰여 있어서 삭제한 것”이라며 “필진과 협의한 후에 수정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 교수는 “합의가 됐다면 온라인 기사도 지면과 같아야 할텐데 온라인에서는 문제가 된 문장(한국경제 측이 추가한 문장)은 다시 삭제됐다”며 “합의가 됐다면 내가 그 문장을 삭제해달라고 할 필요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해당 칼럼은 초판, 지면, 온라인이 모두 조금씩 다른 상황이다.
이 교수는 “추가된 두 개의 문장은 전문가로서 용납할 수 없는 내용”이라며 본인의 칼럼에 대해 “질병관리본부가 SK케미칼에 면죄부를 줘서 지금 수사를 안 하고 있어서 수사를 하라고 쓴 글이다. CMIT·MIT가 든 제품으로 고통받는 피해자만 400여명인데 다행이라는 건 말도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