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 우후죽순 들어서 있는 골프장은 60개에 이른다. 2010년 이후로도 21개가 개장했고, 9개가 건설 중이다. 2008년 당시 34개였던 골프장은 곧 두 배로 늘어나게 된다. 춘천에만 2008년 이후 골프장 7개가 새로 들어서면서 총 12개의 골프장이 성업 중이다. 사업추진 중인 골프장까지 합하면 골프장 부지는 여의도의 40배가 넘는다.

강원도의 골프장 개발 광풍은 김진선 전 도지사 시절에 시작됐다. 1998~2010년까지 3연임한 김진선 전 도지사는 박근혜 대통령 취임준비위원장을 지낸 인사다. 시초는 2004년 강원도 기업도시 구상이었다. 기업도시 구상은 강원도가 기업의 투자와 관련해 △부지 매입시 주민 협조 등을 적극 지원하고 △조세 및 각종 부담금을 대폭 감면하고 △법 제도를 기업 입장에서 정비한다는 등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다.

▲ 골프장 건설로 인한 산림훼손. 사진제공=녹색연합

큰 틀에서 보면 원주를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로 춘천, 강릉, 양양, 고성을 관광레저형 기업도시로 개발하겠다는 것인데 그 모두에 공통적으로 골프장 건설이 주요 내용으로 포함돼 있다.

이 기업도시 구상을 기반으로 2008년 골프장 41개가 동시 추진되면서 곳곳에서 토지 강제수용이 일어났다. 동해안 경제자유지구 개발도 이 구상으로부터 업그레이드 됐다.

골프장 광풍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강원도 주민들이다. 강원도 홍천군 서면 두미리의 신창철씨는 골프장 건설 과정에서 선산과 조상묘를 잃어버렸다. 대명비발디파크로 유명한 대명리조트는 골프장과 승마장 등을 포함하는 소노펠리체 리조트를 건설하면서 신씨 선산의 묘소를 파헤쳐버렸다.

대명리조트는 토지 관련 협의가 잘 되지 않자 신씨에게 도리어 공사 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신씨에게 통보조차 없이 묘소를 파헤쳤다. 묘소를 파헤친 대명은 묘터나 유골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소송 재판부가 진행한 현장검증에선 유골과 목관 흔적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묘지가 아니라고 주장한 것도 거짓말이었다. 2011년 9월 골프장 사업자가 이 묘지들을 무연고 묘지들이라며 자자체에 이전하겠다는 신고를 낸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춘천시 동산면 군자리의 신선영씨는 칠순 나이에 살아온 집을 빼앗겼다. 신씨는 골프장이 공익시설이란 명목으로 강제수용을 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2011년 어느날 포크레인이 와서 신씨의 집을 부숴버렸고 신씨는 마을회관에서 지내다 현재는 단칸방에서 살고 있다. 도망치듯이 집에서 쫓겨나온 뒤 살림살이를 법원으로부터 받아냈지만 마을회관 옆 농기계 창고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신씨가 살던 집은 더플레이어스CC 골프장 한 켠의 잔디밭으로 변했다.

홍천군 서면 동막리의 지용태·변정애씨 부부도 귀농 후 18년간 지켜온 농원과 나무들을 뺏기고 살림살이도 챙기지 못한 채 쫓겨났다. 이 부부가 가꿔온 소나무, 금송, 구상나무 등의 정원수들도 사업자 쪽에서 가져가버렸다. 토지수용 보상금에는 나무 이전비만 있어 정원수들의 실제 소유권은 지용태씨 부부에게 있지만, 사업주는 토지수용이 결정되자 정문을 걸어 잠근 채 나무들을 뽑아가 버렸다.

▲ '구거'로 용도폐지된 웅골천의 예전 모습

홍천군청은 유량이 풍부했던 동막리 웅골천을 간헐천인 ‘구거’라고 명시한 뒤 용도폐지시켰는데, 이 과정 역시 석연치 않다. 국유재산인 소하천은 원천적으로 일반인에게 매매할 수 없을뿐더러 실제로 용도 폐지후 매매하는 경우라도 그 하천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또한 실태 조사 후 실제 하천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것을 확인해야만 하는 등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멀쩡하게 물이 흐르던 하천을 용도폐지가 쉬운 간헐천이자 구거로 변경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실제로 자산관리공사의 실태조사 보고서에 나온 현황 사진과 실제 지도상의 지번 위치는 달랐고, 단지 구거일 뿐이라서 매매했다는 곳에서 홍수가 일어나 홍천군청이 재해방지용 방둑공사까지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골프장 코스 공사의 편의를 위해서 홍천군청이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하다.

변정애씨는 “갑작스레 토지수용이 단행되고 (건설현장)정문을 닫아버렸다. 정문에 건달들을 세워놔서 살림살이도 못갖고 나왔다”며 “이게 대한민국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변씨는 “골프장은 돈을 벌려고 하는 건데 그런 이유로 남의 재산권을 뺏으려면 더 공정해야지 법이면 법, 군청이면 군청, 저희 편은 들지 않고 골프장 업자 편에 서니까 그게 화나고 억울하다”고 말했다.

인허가 과정에서도 온갖 탈법과 불법이 난무했다. 골프장 사업자는 부지의 80%를 매입하고 전체 토지 소유자 가운데 절반 이상의 동의를 얻도록 돼 있다. 동막리 골프장은 토지 소유자 60명 가운데 32명의 동의를 받은 것으로 돼 있지만, 이 가운데 28명은 세안레저 직원과 그 가족들이 명의신탁을 한 것이었다. 명백한 법률 위반이다. 더욱이 2010년 사업자지정고시 당시 서류엔 2002년에 사망한 동막리 주민까지 포함됐다. 상속인 9명이 포함되면 전체 모집단이 68명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토지 소유자를 이미 8년 전에 사망한 주민 1명으로 바꿔놓은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11년 골프장 사업자에게 토지 강제수용권을 주는 국토계획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지자체에서 골프장을 도시계획상 체육시설로 지정하면 80%의 땅을 사들인 골프장 사업자가 나머지 20%를 강제수용하는 법률에 대해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고 본 것이다. 그러나 국토해양부는 곧바로 골프장 사업자들을 위한 관련 시행규칙 개정에 나섰다. 헌재 결정 이전에 주민제안서를 낸 경우 토지 강제수용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강원도에 불어온 골프장 광풍은 야당을 향한 부메랑이 되고 있다.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2010년 9월3일~2011년 1월27일)와 최문순 현 지사(2011년 4월28일~현재)가 보여온 이중적 태도 때문이다.

이광재 전 지사는 후보 시절, 당시 골프장에 반발하는 지역 여론에 맞춰 “무분별하게 환경파괴적으로 진행되는 골프장 건설에 대해 전면 재검토한다”는 입장을 취했으나 지사직 당선 이후엔 “단순한 골프장은 지역경제 기여도가 떨어지는 만큼 복합 리조트 형태의 골프장이 바람직하다”며 골프 리조트 개발을 독려하고 나섰다.

지역민들이 배신감을 느낀 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이광재 지사는 2010년 12월30일 홍천군 구만리의 엠나인 골프장을 승인했는데, 당시 ‘강원도 골프장 문제해결을 위한 범도민 대책위원회’ 등 시민단체들은 이광재 지사와의 면담을 잡아놓고 있었고 불과 일주일 전인 23일 강원도는 구제역 대응을 이유로 도지사 면담을 연기해놓은 상황이었다.

뒤를 이은 최문순 지사에 대한 지역민들의 실망은 더 컸다. 최문순 지사는 후보시절 “강원도 골프장 건설 전면 중단”을 공약으로 내걸고 당선됐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강제 토지수용은 절대 하지 않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당선 6개월만에 대명 소노펠리체 골프장 관련 강제수용이 이뤄졌고, 2014년 9월엔 동막리 21필지에 대한 강제수용이 실시됐다.

▲ 하루 아침에, 살던 마을에 들어갈 수 없게 된 주민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

구만리 골프장의 경우 지역민들의 골프장 반대 의견이 거세 최문순 지사의 직권 취소 결정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홍천군 주민 106명과 골프장 사업자의 싸움은 법원이 골프장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면서 끝이 났다. 구만리 골프장은 승인 당시부터 탈법적 요소가 많았지만 대법원은 “행정처분이 무효라고 하기 위해서는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사전환경성 검토 등 행정절차가 다소 부실했더라도 아예 하지 않은 것과 같다고 볼 수 있을 정도가 아니라면 그 행정처분이 위법한 것은 아니다”라는 논리를 폈다.

결국 지역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산정상에서부터 벌목이 이뤄지면서 구만리에도 27홀 규모의 대형 골프장이 들어서게 됐다.

입목축적 조사나 사전환경성검토 등에서도 부실과 불법이 난무했다. 홍천 구만리 골프장의 경우 사업자는 보호 야생 동·식물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지역민들과 환경단체 조사에선 멸종위기종인 하늘다람쥐와 삵, 산작약 등이 다수 발견됐다.

입목축적 조사는 우수한 산림을 보호하기 위해 산림내 나무의 밀도를 측정하는 것인데, 골프장 사업자가 용역 업체에 의뢰해 지자체에 제출하다보니 나무가 없는 곳을 골라 재고 사전 벌목을 하는 불법도 서슴지 않는다. 실제 강원도내 여러 골프장 개발 현장에서 입목축적 조작이 불거지기도 했다.

비싼 양을 키우기 위해 농민들을 밀어냈던 중세말의 엔클로저 운동 마냥, 골프장을 만들기 위해 지역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밀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