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가 지난 2005년 옥시의 가습기살균제 성분인 PHMG에 대해 유해성 심사가 필요하다는 연구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내 화학물질 관련 민간연구소가 2005년 9월 환경부의 의뢰를 받아 제출한 보고서 ‘가정용 Biocide 제품의 관리방안’ 최종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신규화학물질인 PHMG와 관련해 “유해화학물질관리법 외 타법에서 관리현황을 좀 더 심도있게 조사를 해보아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현재로서는 가정용 제품내 포함되어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노출이 우려됨에도 불구하고, 제조나 수입 이전에 신규화학물질 유해성 심사를 받지 않은 성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 환경부의 2005년 '가정용 Biocide 제품의 관리방안' 보고서 내용 중 PHMG의 유해성을 경고한 부분. 자료제공=송기호 변호사

그러나 환경부는 이같은 연구 보고를 받고도 당시 법률상 권한이었던 유해성 평가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이 보고서는 당시 가정용 Biocide(농업용 외에 사용되는 살균제) 실태를 설문조사 및 현장조사로 확인한 자료로서, 환경부가 최소한 2005년에는 PHMG가 가정용 제품으로 사용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동안 환경부는 PHMG와 관련해 1997년 카펫트 제조 항균제 등 유해성 심사를 한 이후엔 이 성분이 가정용으로 사용되는 것을 몰랐다고 주장해왔다.

환경부의 2005년 보고서에서 PHMG 성분에 대한 유해성 경고가 나왔던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환경부가 이같은 경고를 무시한 배경에 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

이 보고서가 제출된 해인 2005년의 경우, 일본에선 PHMG 성분이 ‘지정화학물질’로 관리되고 있었다. 일본 정부의 2005년 관보를 보면 PHMG는 화학물질심사규제법상 사용보고의무 지정화학물질로서 인체의 건강에 피해를 끼칠 우려가 있는 화학물질로 돼 있다. ‘일본 화학물질의 심사 및 제조 규제에 관한 법률’ 23조와 24조는 지정화학물질을 제조 수입하는 자에게 수량 보고를 할 의무를 부여하고 사용 상황등을 보아 사람의 건강에 피해를 줄 우려가 있는 경우 유해성 조사를 하도록 했다.

반면 한국은 2011년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산모와 영유아들의 집단 사망 사건이 벌어진 이후에야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한 경우 중증폐질환의 발생 위험도가 47.3배 높다는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으며, 2012년에야 PHMG를 유독물로 지정했다.

송기호 변호사는 “환경부가 당시 법령상 다른 용도로 사용되는 것을 알 수 없었기에 가습기 살균제 참사를 막을 수 없었다고 변명했으나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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