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첫날 열린 새누리당의 첫 의원총회는 여전히 계파 청산이 과제로 꼽혔다. 총선 한 달 반이 지났지만 여전히 당내 정리가 끝나지 않은 현재 모습을 보여준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0일 국회에서 열린 첫 의원총회에서 “전통 지지층이 이반한 총선 참패 직후 우리 지지층의 부정적 이미지를 깰 수 있는 혁신적 모멘텀이 필요했는데 그 적기를 놓쳤다”고 회고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지난 3일 원내대표 선출된 후 비대위와 혁신위를 따로 구성하는 투트랙 혁신 방안을 확정하고 지난 9일 당선인 총회에서 의견을 수렴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30일 원내대표단 회의를 위해 국회 원내대표실을 들어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17일 전국위원회가 성원 미달로 무산되면서 ‘친박계가 비토했다’는 뒷말을 낳았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당시를 떠올리며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지만 지금 와서 누구를 탓할 수 있겠냐”며 “비상지도부를 채우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고 부덕의 소치”라고 자신의 책임으로 돌렸다.

그러나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어 “일하면서 청와대의 일방적인 지시를 당이 무조건 따르는 방식의 일은 없을 것”이라며 “원내대표 선출 때 의원께 약속드린 대로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대의멸친이란 큰 의로움을 위해 사사로운 정을 끊는 다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에서 계파 이야기는 이제 그만 나왔으면 자제·절제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는 스스로 상임위원장과 간사 선출, 위원 배정 등을 모두 원칙대로 재량권을 가지고 하겠다고 강조했다.

친박계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의지로도 읽힌다. 하지만 당내 초선 다수가 친박계로 이뤄진데다 차기 당권 주자로 친박계 다수가 거론되는 상황에서 정진석 원내대표의 ‘뚝심’이 얼마나 확고하게 지켜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다음달 2일 전국위원회 인준을 앞둔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이날 의원총회에 참석해 “당 내에 파당적 계파가 있어 분파 갈등을 부르고 특정인 탈당을 주장하는 현상이 있다면 당에 대한 국민의 사랑은 영원히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분파·계파 활동 등으로 단합을 해하는 구성원에 대해서는 당의 공식적인 윤리기구를 통해 제명할 수 있도록 제도화할 방침”이라고 강하게 말했다.

그러면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부정적 계파 분위기를 대승적으로 해소한다는 의지를 다지고 결의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계파 청산을 강하게 외치고 요구했지만 친박계가 내세운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의 계파 청산 활동이 얼마나 유의미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날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의총 발언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은 내외부 구성을 반반으로 할 것”이라며 “홀수로 하겠다는 것 외에는 정해진 것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진석 원내대표가 꾸렸던 비대위원 구성을 인정하지 않고 새로운 내부 비대위원을 꾸릴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에 대해 “정치권 경험이 없어서 당 사정이나 현실 정치에 대한 감각이 좀 부족하다는 의견이 대두되는 것도 사실”이라며 “친박계 사람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지만 제대로 된 쇄신안을 만들어 가면 좋겠다”고 반신반의 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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