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 이후 여야3당이 모두 ‘민생’법안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생의 의미는 제각각이다. 새누리당이 19대 때 ‘박근혜 관심법’이라 불리던 법안들을 다시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이 내세운 ‘민생’은 청년이다.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1호 법안으로 ‘청년발전기본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대표발의자는 청년 몫으로 비례를 받은 신보라 의원이다. 19대 때 김상민 의원이 발의했던 청년기본발전법은 대통령 소속의 청년발전위원회를 두고 기획재정부 장관이 청년정책에 대한 기본계획을 5년 단위로 수립하는 내용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0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20대 국회 개원 첫날인 오늘 당론 1호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발의한다”며 “청년기본법은 총리실에 청년위원회를 설치해서 전 부처와 지방자치단체가 산발적으로 관리하는 청년업무를 총괄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총리실에 설치되는 청년위원회는 청년일자리 창출, 학자금 지원 등 청년정책을 총괄하고, 청년들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정진석(왼쪽) 새누리당 원내대표와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가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표단회의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새누리당은 당초 1호 법안으로 경제살리기, 안보에 방점을 찍은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었으나 결국 ‘청년’에 방점이 찍혔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의 취약점으로 드러난 2030 청년세대를 겨냥한 것이다. 새누리당은 또한 29일 ‘청년소통특별위원회’를 출범시키고 새누리당 지역구 당선자 중 최연소인 김성원(42) 의원에게 위원장직을 맡겼다.

청년을 앞장세우긴 했지만 새누리당의 민생 법안은 여전히 ‘박근혜 관심법’이다. 새누리당이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연설이나 대국민 담화에서 통과를 강조했던 법안들을 20대에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기 때문이다.

김광림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은 30일 원내대표단 회의에서 “새누리당은 20대 국회의 시작과 함께 첫 번째 제출할 법안으로 청년기본법을 포함한 9개 법안을 제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일자리와 경제 관련 법안이 규제개혁특별법, 규제프리존특별법,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4법이고 안보관련 법안이 사이버테러방지법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경제는 어려워지고 청년들은 일자리가 없어 방황하고 있는데 19대 국회는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개혁 4법, 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각종 경제활성화와 청년일자리법안을 처리하지 못했다”며 “청년들의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 활력을 위한 이 법안에 (두 야당의) 초당적인 협력을 꼭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은 30일 1호 법안으로 ‘빅데이터진흥법’을 발의했다.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에 한해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다. ‘비식별화’된 개인정보는 개인의 동의 없이도 정보수집 및 제3자 제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프리존특별법’과 일맥상통한다. 규제프리존특별법은 19대 때 경제활성화를 명목으로 발의됐지만, 개인정보보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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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프리존 특별법은 규제를 일정 지역에 한정해 완화해주는 ‘지역별 맞춤형 규제완화’로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규제완화의 흐름과 일맥상통한다. 정부의 ‘청부입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더민주, 국민의당은 법인의 이·미용업 진출로 인한 골목상권 피해,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확장에 대한 의료영리화 등을 우려해 규제프리존특별법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노동4법도 박 대통령이 끊임없이 국회통과를 강조했지만 야당을 중심으로 반대 목소리가 높았던 법안이다. 야당은 서비스발전기본법의 경우 의료영리화 우려, 노동4법은 비정규직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했다. 특히 더민주는 노동4법 중 파견법은 절대 안 된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김광림 정책위의장은 “(파견법)은 55세 이상 되시는 분들에게는 파견 기회를 조금 확대를 하고 열처리, 금형, 주조, 용접과 같은 뿌리산업에 대해 파견기회를 넓혀주는 법안”이라며 20대에도 계속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드러냈다.

반면 더민주는 ‘긴급현안 3대 법안’을 전면에 내세웠다. 더민주 정책위원회는 29일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가습기 살균제 사고와 보육대란 가시화 등 시급히 처리해야할 ‘긴급현안 3대 법안(생활화학물질피해구제법, 세월호특별법,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따로 분류해 대응하고자 한다”며 “6월 국회가 시작되자마자 법안을 내고 처리를 위해 속도를 내겠다”고 강조했다.

▲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서 배덕광 새누리당 의원(2호 법안),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1호 법안)이 각각 법안 서류를 제출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더민주가 긴급현안 3대 법안으로 내건 세월호특별법을 두고도 여야 간 대립이 예상된다. 위성곤 더민주 의원은 30일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2017년 2월 3일까지로 명시함과 더불어 선체조사에 최소 6개월의 기간을 보장하는 세월호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는 활동기간의 시작이 특별법 시행일인 2015년 1월 1일부터라고 주장하는데 이에 따르면 올해 6월 특조위의 활동이 끝난다. 하지만 특조위 위원도 임명되지 않았고 예산도 배정되지 않은 시점을 조사기간의 시작 시점으로 보는 건 무리라는 의견이 많다.

또한 새누리당이 19대에 이어 20대에도 ‘박근혜 관심법’인 규제완화법과 노동4법을 일자리, 경제 법안으로 내세운 반면 더민주는 청년고용할당제 대기업 적용,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핵심법안으로 주장하고 있다.

새누리당과 야당의 충돌이 예상되는 또 다른 지점은 ‘테러방지법’이다. 더민주는 기존에 통과된 테러방지법도 폐지하거나 인권침해적인 요소를 전면 개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테러방지법은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의원들이 필리버스터까지 해가며 막으려 했던 법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새누리당은 안보법안으로 ‘사이버테러방지법’까지 통과시키겠다고 밝혔다.

결국 20대 국회 시작부터 새누리당은 야당을 향해 19대 때 통과 못시킨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30일 의원총회에서 “여소야대라는 황량한 풍경이 펼쳐져 있다. 어떤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단합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못한다. 뭉치면 우리 가치를 실현할 수 있고 뭉치면 야당의 포퓰리즘을 막아낼 수 있다. 막힌 곳은 뚫고 길이 없으면 만들어 내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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