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언론은 일제히 ‘협치’를 강조했다. 지난 19대 국회가 ‘식물국회’였다는 비판을 받는 가운데 경기침체·양극화 등 산적한 난제, 3당 구도 등의 조건을 생각하면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로 20대 국회가 여야 간 대치 상태로 시작되는 가운데, ‘문제는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의 태도 변화가 협치의 조건으로 강조되기도 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이 노골적인 대권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7일 한국을 방문한 반 총장은 김종필 전 총리 및 정·관·재계 인사를 만나고 안동·경북을 방문하는 등 정치적 의도를 짐작케 할 행보를 연일 보였다. 반 총장은 부인했지만 모임 성격 자체가 유엔 직무 관련성이 적어 정치성을 띤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지하철 안전문을 수리하는 노동자가 열차에 치여 숨지는 참사가 발생했다. 지난해 강남역 사고에 이어 9개월 만에 발생한 것이다. 언론은 일제히 ‘인재’라고 강도높게 비판하며 서울메트로에 안전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책임을 물었다. 시설 수리·점검을 외주화한 구조가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다음은 30일자 주요 일간지의 1면 머리기사다. 
경항신문 <[물 건너간 박근혜 정부 ‘474’]‘4·7·4’ 한다더니…결과는 ‘2·6·2’> 
국민일보 <20대 국회, 열자마자 ‘戰雲’>  
동아일보 <고기구이집 미세먼지도 잡는다> 
서울신문 <[혐오에 빠진 대한민국] “돈·권력의 시대… 약자에 분노 표출”>
세계일보 <‘협치’ 대신 ‘대치’로 시작하는 20대 국회>
조선일보 <이 환한 웃음, 南北을 잇는 '사다리'입니다>
중앙일보 <“결혼 안 해도 그만” 한국 61% 일본 53%> 
한겨레 <132개의 초심…앞으로 4년, 지켜보겠습니다>
한국일보 <외주화 만능주의의 볼모가 된 지하철 안전>

“정치의 정상화가 시급하다. 대통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

30일 제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16년 만의 여소야대, 20년 만의 3당 구도다. 제 1당은 123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 2당은 122석을 가진 새누리당, 제3당은 38석을 가진 국민의당이다.

국민일보, 세계일보, 한겨레 등은 1면 머릿기사로 20대 국회를 전망했지만 국민일보·세계일보는 현재 대치 상태를 강조하며 비관적 논조를 보인 반면 한겨레는 정치적 양보와 타협을 강조했다.

▲ 30일자 한겨레 1면
▲ 30일자 국민일보 1면

국민일보는 “국회법은 19대 임기만료에 따른 법안 폐기 여부가 쟁점이어서 법률 해석을 놓고 치열한 다툼이 예상된다. 시작부터 국회가 전장(戰場)이 되는 셈”이라며 “‘최악의 국회’ 오명을 안았던 19대 국회가 그대로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도 쏟아졌다”고 분석했다. 세계일보도 “20대 국회는 이런 국민적 기대와 달리 개원과 함께 대립과 갈등, 반목의 먹구름에 휩싸일 조짐”이라면서 “‘상시청문회법’이라 불리는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시작도 못해 보고 여야의 협치 공간이 쪼그라들어 버린 탓”이라고 우려했다.

한겨레는 ‘다양한 정치적 조합 실험, 합의의 정치력 필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의회 내 타협과 절충을 ‘패배’와 ‘투항’으로 받아들이는 ‘원리주의적·승패론적 사고’로부터 정당과 지지자들 모두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3당이 저마다의 전략에 골몰하며 치열한 경합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조건에서 정치적으로 안정된 결과를 산출할 방법은 합의밖에 없는데, 이를 위해선 유연한 정치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협치를 저해한 현 대치상태의 책임에 대해선 언론사별로 분석을 달리했다. 경향신문은 ‘20대 국회, 정치의 복원이 절실하다’ 사설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재의 요구가 협치의 길을 막고 있다. 대통령이 먼저 달라져야 한다”며 대통령에게 책임이 있음을 명확히했다.

보수언론은 원론적인 제안에 그쳤다. 동아일보는 ‘20대 국회 與小野大 3당 성적표가 대선 결정한다’ 사설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운영 불통 스타일도, 국정이 파탄 나야 차기 집권에 유리할 것이라는 야당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야당은) 총선 승리에 취해 반대만 하는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국민은 내년 대선에선 야당에 등을 돌릴 것”이라며 야당에게 책임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20대 국회, ‘협치’만이 살 길이다’ 사설에서 “여야 모두 달라진 위상을 깨닫고 변화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며 “20대 국회의 성패는 여야와 함께 청와대가 얼마나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느냐에 달려 있다”고 제안하는 데 그쳤다.

▲ 30일자 중앙일보 사설

개원을 앞두고 최우선적으로 발의하는 법안에 대해 더불어민주당은 ‘생활화학물질피해구제법’(옥시법), 세월호 특조위 활동기간을 보장하는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 누리과정 예산 마련을 위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교부율을 높이는 내용을 담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개정안 등을 최우선 처리 법안으로 제안했다. 새누리당은 개원 첫날 일자리·학자금 지원 등 청년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할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하는 ‘청년기본법’을 당론 1호 법안으로 발의하기로 했다.

방한 내내 ‘정치의 길’ 걸은 반기문 총장, “마음이 벌써 콩밭에 깊숙이 빠져”

반기문 총장은 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에 들렀다가 지난 27일 귀국해 방한 일정을 이어갔다. 28일엔 김종필 전 총리를 비공식 대독했고 고건·노신영·이현재·한승수 전 총리, 신경식 전 국회의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등 정·관·재·언론계 원로 10여 명과 만찬을 했다.

29일 일산·안동·경주를 순회하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반 총장은 안동에선 서애 류성룡의 고택 충효당을 방문해 식수를 심고 “나라사랑 정신과 투철한 공직자 정신을 기리면서 다 함께 나라의 발전을 위해 나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곳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류성룡의 리더십을 통해 자신의 외교전문가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의도라는 지적이 제기된 대목이다.

▲ 30일자 한겨레 6면

한겨레는 반 총장의 행보에 가장 비판적인 관점을 보였다. 한겨레는 사설 ‘반기문 총장의 노골적이고 퇴행적인 대선 행보’에서 “김종필 전 국무총리를 집으로 찾아가 독대를 하고, 고건, 노신영, 신경식씨 등 원로들과 저녁을 함께한 것은 그의 마음이 벌써 ‘콩밭'에 깊숙이 빠져 있음을 잘 보여준다”면서 “반 총장의 최근 국내 행보는 그가 국제평화와 안보 유지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국제기구의 수장인지, 아니면 내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앞둔 ‘구태 정치인’인지를 헷갈리게 한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경계하는 관점을 보였다. 경향신문은 “충청권 맹주와의 단독회동을 통해 ‘충청 대망론’에 스스로 불을 댕긴 것”이라며 “이번 방한 키워드는 ‘여권·충청·대구경북(TK)·올드보이’ 등 국내 정치에 치우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지적했다. 경향은 반 총장이 충청·경북 등 ‘새누리당 강세 지역’ 중심으로 방문한 것에 대해 “반 총장이 지난 25일 대권 도전을 시사하며 ‘국가통합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리겠다는 지도자가 나와야 한다’며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한 것과는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는 단독 설문조사를 통해 반 총장에 대한 여론 지지도를 직접 알아봤다. 반 총장은 대선주자 선호도에서 1위를 차지했다. ‘대선주자 누구 지지하나’는 답으로 반 총장은 28.4%를 얻었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6.2%,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1.9%로 뒤를 이었다.

반 총장은 보수·중도 층에서 대선 주자 지지도 1위를 차지했다. 보수층의 40.2%, 중도층 25.4%가 반 총장을 지지했다. 특히 국민의당 지지층 중 19.6%가 이탈해 반 총장 지지를 나타낸 데 대해 중앙일보는 “반 총장이 안철수 대표의 기존 지지층을 잠식할 수 있다는 의미”라 지적했다.

▲ 30일자 중앙일보 2면

반 총장의 대권 시사 발언 후 이미지는 나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반 총장 이미지가 대선 발언 전보다 ‘싫어졌다’는 응답은 26.8%, ‘좋아졌다’는 응답은 19.2%로 나타났다. 부정적 반응은 20~30대에서 지배적이었다. 20대의 경우 ‘싫어졌다’(30.4%)가 ‘좋아졌다’(6.4%)를 압도했고, 30대 응답자 10명 중 4명꼴(37.9%)로 ‘싫어졌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지지자들은 4명 중 3명꼴(76.5%)로 반 총장의 출마에 ‘찬성’이라 답했고 더민주 지지자는 10명 중 6명꼴(58.2%)로 ‘반대’라고 답했다. 국민의당 지지층은 찬성 46.2%, 반대 49.5%로 반대가 약간 많았다.

스무살 청년노동자는 왜 목숨을 잃어야 했나… “효율성 앞세운 외주화 중단”

지난 28일 서울 광진구 지하철 2호선 구의역 승강장에서 안전문을 정비하던 20살 청년 노동자가 열차와 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지난해 8월 강남역에서 사고가 일어난 지 9개월 만이다. 2013년 1월에도 성수역에서 같은 사고가 일어났다. 모두 서울메트로 선로다.

▲ 30일자 한국일보 1면

서울메트로는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인1조 정비 △현장 출동 시 역무실·전자운영실에 통보 △역 도착 후 역무실·전자운영실에 통보 △작업 중 작업표지판 부착 등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같은 수칙은 서울메트로가 지난 강남역 사고 이후 마련한 것이다.

또한 당시 역 내엔 역무원 3명이 근무 중이었던 점에 비춰 현장 안전통제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확인됐다.

동아일보는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효율성만 앞세운 ‘사업외주 만능주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피해자는 서울메트로와 계약한 지하철역 안전문 유지보수 업체 직원이었다. 지난해 지난해 서울메트로 121개 역에서 발생한 안전문 오작동은 2,716건, 일평균 7.4건이었다. 구의역을 포함해 강북 지역 49개역을 담당하는 이 업체의 주간 근무조는 6명에 불과했다. 이 업체의 한 직원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인1조를 의무화했으면 직원을 2배로 늘리는 게 맞지 않느냐”고 지적했고, 한국일보는 “전문성이 부족한 업체에 외주 정비를 줬다 문제가 터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실제로 직영으로 안전문을 관리하는 서울도시철도와 비교해 볼 때 서울메트로의 고장·장애 건수는 6배 가량 높다. 2014년 서울메트로가 관리하는 1~4호선에선 100.2건의 고장이 발생했지만 도시철도공사 구간 5~8호선에선 17건이 발생했다.

유성권 서울지하철노조 비정규직지부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주업체는 인건비가 싼 미숙련 기술자를 주로 쓰고, 서울메트로가 직접 작업 지시를 못해 협업이 안 되는 구조”라고 말했고 서울메트로 소속 한 기관사는 “현장에서 보면 하청업체가 일선 직원들에게 안전교육을 하고 보내는 일이 거의 없다. 안전매뉴얼이 현장에서 지켜지는지 서울시가 책임지고 관리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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