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내홍이 4·13 총선 패배 이후 한 달 보름 만에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 사이 당 지지율은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했지만 친박은 차곡차곡 승점을 쌓았다.

1점, 정진석 원내대표를 친박 손 안에 두다

새누리당 친박은 총선 참패 직후 잠잠했다. 새누리당의 최대 텃밭이라고 자신했던 부산·영남권에서도 대거 야당에 자리를 내줬다. 박근혜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로 찍어 내보냈던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당선되기도 했다.

▲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  사진=포커스뉴스


유권자의 반란 속에서도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은 조용한 행보를 계속했다. 신임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하려던 새누리당 유기준·홍문종 의원을 만나 ‘자제’를 요구하는 등 계파 정리에 나섰다. 결과는 실패. 유기준 의원은 ‘마이웨이’를 선택했고 친박은 ‘9표’로 응답했다.

친박계는 20대 국회 상반기 원내대표로 정진석 당선인을 선택했다. 충청 출신의 정진석 당선인은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인사다. 정진석 당선인은 “나를 친박 모임 친이 모임에서 본 적이 있느냐”며 계파색이 옅다는 점을 강력 어필하며 당선됐다.

사실 당선됐다기보다 친박이 정진석 원내대표를 당선시켜준 것이 옳은 해석일지도 모른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결선 투표 없이 1차 투표에서 과반 표를 확보하며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친박의 몰표를 받았다는 분석이다.

그는 친박계인 김도읍 의원을 원내 수석부대표로 발탁했다. 이어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민경욱 당선인, 최경환 의원 측근으로 알려진 강석진 당선인과 청와대 행정관을 지낸 이양수·정태옥 당선인 등으로 원내부대표단을 꾸리는 것으로 친박 몰표에 화답했다. 친박의 첫 번째 승리다.

2점, 비박을 밀어내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거 후 계파는 없다”고 했다. 이 말은 곧 헌신짝처럼 버려진다. 정진석 원내대표의 첫 인선 때문이다. 당 안팎에서 ‘도로 친박당’이 됐다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됐다.

정진석 원내대표는 갈등의 중재자가 되길 원했다. 범친박계라는 꼬리표가 붙자 이번에는 당 지도부를 비박계로 채웠다. 공석인 비대위원장을 원내대표가 겸직하기로 한 것까지는 친박계도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 새누리당 상임전국위원회가 무산된 지난 17일 김용태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정론관에서 혁신위원장 사퇴 기자회견을 한 후 정론관을 나서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문제는 비대위원. 정진석 원내대표는 새누리당 혁신모임에 속한 김영우 의원,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예리한 비판을 가한 이혜훈 당선인 등 비박계에게 최고위를 대신할 비대위를 맡겼다. 혁신위원장에는 수도권 강성 비박인 김용태 의원을 내정했다.

당장 지도부에선 “유승민 복당”, “친박계 책임론”이 제기됐다. 비박계를 달랠 카드였으나 친박계는 용납하지 않았다. 실력행사에 나선다. 5월17일 상임전국위원회 보이콧. 친박계는 실력으로 비박 지도부를 밀어냈다. 또 한 번 친박이 승리했다.

3점, 상시청문회법 통과도 나쁘진 않다

친박은 혼란한 당 상황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호위를 잊지 않았다. 친박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9일 본회의에 상정된 국회법 개정안 수정안을 발의했다. 이날 올라간 국회법 개정안은 정의화 국회의장이 수차례 논의해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던 ‘상시 청문회법’이다.

아뿔싸. 친박이 반발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야당과 새누리당 탈당파의 찬성으로 상시 청문회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청와대는 상시 청문회법을 이송받은 나흘만에 ‘거부권’ 카드를 꺼내들었다. 친박은 실점했지만 청와대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다.

친박이 완전히 실점한 것은 아니다. 여론의 관심은 국회법 개정안으로 관심이 쏠렸다. 새누리당의 계파 갈등은 수면 아래로 또 살짝 가라앉았다. 언론도 정치면을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반응으로 채웠다.

▲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 사진=포커스뉴스


여야는 혼란했지만 친박의 계획은 차근차근 진행됐다. 24일 ‘계파 수장간 만남’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은 모임이 서울 여의도 모처에서 열렸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비박계 김무성 전 대표와 최경환 의원이 모였다.

셋은 한 달째 공석인 당 지도부를 재건할 방안에 합의한다. 집단지도체제에서 1인 대표 체제로의 변화. 차기 전당대회에서 선출되는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자는 계획이다. 이것 역시 친박계가 주장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새누리당에서는 차기 당대표에 친박계가 당선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당대표 선거 출마가 유력해 보이는 인물은 최경환·이정현·이주영 의원 등 친박계가 다수다. 원내 역시 친박계가 다수 당선됐고 두어달 동안 전당대회에 참여할 각 지역 당원 역시 친박계로 채워지는 건 시간 문제다. 친박의 의문의 1승을 예상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4점, 혁신비대위원장 역시 친박이 세우다

전당대회 전까지 징검다리가 될 새누리당 혁신비대위원장이 26일 내정됐다. 김희옥 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위원장. 혁신비대위원장은 새누리당 전당대회 전까지 대표직을 겸하며 총선에서 대패한 새누리당에 혁신 바람을 불어넣게 된다.

민경욱 새누리당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에서 “정진석 원내대표가 삼고초려한 결과”라고 소개했다. 당 안팎에서도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전국위원회에서 무난히 승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친박계가 민 인물로 알려져 있다.

▲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은 법조인 출신이다. 정치권과는 연이 없었던 그가 계파 갈등의 한가운데 선 새누리당의 계파를 해소할 수 있느냐란 의문이 제기된다. 임기 내에 계파 갈등의 현황 파악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친박 계파를 해체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혁신비대위원장. 친박은 차곡차곡 승점을 쌓고 있다.

5점? 친박, 점수 어디까지 쌓을 수 있을까

앞으로 남은 승점은 비대위원 선정이다. 당 안팎의 친박계가 고루 포진하게 된다면 친박계에겐 또 한번 승리 포인트가 된다. 나아가 전당대회에서 친박계가 당 대표로 당선될 경우에는 대량 득점 상항이 된다.

친박계가 득점하는 동안 비박계는 의문의 패를 당했다. 원유철 전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겸직을 제한했던 새누리당 혁신모임은 반짝 후 내분을 겪고 있다. 일각에서는 ‘분당’ 운운하는 목소리가 제기되지만 실제로 집권여당을 ‘벌써’ 탈출해 실점을 자초할 사람은 없다.

실점한 곳은 새누리당이다. 리얼미터에 따르면 새누리당 주간 정당 지지도는 4·13 총선 직후 31.8%(4월2주차)에서 28.4%(4월3주차)→28.7%(4월4주차)→31.8%(5월1주차)→31%(5월2주차)→29.5%(5월3주차)→28.8%(5월4주차) 등으로 변화했다. 5월1주차 정점을 찍은 후 하락세를 거듭하고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