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20대 국회를 앞두고 ‘노동 5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여론조사에 기댄 ‘아전인수 선전’을 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5일 오전 KBS 라디오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 나와 “우리 국민의 3분의 2 이상이 이 입법을 찬성하고 있다”면서 “특히 파견법은 4.13 총선 이후에 설문조사를 해봐도 70% 이상이 찬성하고 저소득층이나 고용이 불안한 사람은 더 높게 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 5월17일 매일경제 6면

이 장관이 언급한 4.13 총선 이후의 설문조사는 지난 5월17일 자 매일경제 보도에 따른 것이다.

5월16일 매일경제와 한국리서치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노동개혁 설문조사(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 결과 응답자의 68.3%가 '55세 이상 근로자의 파견 허용'에 찬성했으며, 68.8%가 '뿌리산업에 파견 허용'을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매일경제는 40대 이상 62.6%가 파견 재취업을 희망했다고 지적했다. 이 중 40%는 직장 경험과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동종 업종 파견 재취업을 희망했고 22.6%는 전직 훈련을 통한 파견 재취업을 희망했다.

고용노동부는 ‘3분의 2 이상의 국민이 찬성하고 있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펴왔다. 이기권 장관은 지난 2월23일 기자회견에서 “최근 여론조사기관 설문조사에 의하면 국민의 3분의 2가 파견법 개정에 찬성하고 있고 50대는 69.9%, 60세 이상은 76.5%, 고졸 이하는 74.8%, 199만 원 이하 저소득층은 71.8%가 찬성하고 있다”고 파견법 개정안 통과를 호소한 바 있다. 

정형우 고용노동부 대변인도 지난 3월3일 ‘노동개혁 입법, 이번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논평을 통해 “최근 여론조사에서 국민의 3분의 2가 파견법 개정에 찬성했다”면서 현장에서도 파견수요가 높아 파견법만큼은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우리 뿌리산업에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1, 2월 주요 일간지 및 경제지를 살펴본 결과 파견법과 관련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언론사는 매일경제가 유일했다. 매일경제는 한국리서치와 지난 2월18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파견법에 찬성하는 국민이 63.5%에 달했다며 '국민 3명 중 2명 '찬성''이라는 보도를 낸 바 있다.

▲ 2월19일 매일경제 1면

노동계는 이에 즉각 항의 성명을 냈다. 해당 설문 결과를 파견법 찬성의 근거로 쓴 것이 왜곡이라는 것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지난 25일 성명을 내 “설문조사 내용은 정부가 추진하는 파견확대 파견법 개정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아니다. 설문은 파견확대 시 은퇴 후 재취업 희망방법을 물었다”며 “자영업을 할거냐 파견직으로 취업을 할 거냐라는 질문에 70%가 자영업을 택하지 않고 설문에서 제시한 대로 선택의 여지 없이 파견취업을 택한 비율이 70%라는 것이다. 이것이 어떻게 파견확대 파견법 개악을 찬성한 설문조사 결과인가”라 비판했다.

파견법에 대한 국민 여론은 이기권 장관의 주장처럼 3분의 2 이상이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360개 노동사회단체로 구성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가 지난해 12월14일부터 5일간 전국 직장인 9287명(비조합원 1094명)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9%가 파견법에 반대했고 비조합원 1094명의 96.3%도 파견법에 반대했다. 또한 파견을 더 엄격하게 규제하거나 파견법을 폐지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92.9%였다.

참여연대와 우리리서치가 지난 1월27일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비정기 여론조사결과 ‘고용불안 심화시키므로 반대한다’는 응답자가 전체 54.1%, ‘기업들의 근로인력 수급이 원활하므로 찬성한다’는 응답자가 28.2%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해 12월23일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경향신문이 한국노동법학회 회원 중 노동법 교수 62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33명 중 22명(67%)이 ‘고령자의 고용 불안과 근로조건 저하를 확산시킬 것이라 반대한다’고 응답했다. 고소득·전문직 파견 허용에 대해선 27명(82%)이 반대한다고 답한 바 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통해 “19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노동개악법안을 대통령이 20대 국회에서 다시 입법추진 입장을 밝힌 후 주무장관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느라 확인도 검증도 없이 노동개악법안의 추진근거로 밝히는 것에 대해 한심하다고밖에 달리 할 말이 없다”며 “오히려 장관이 의도적으로 설문조사결과를 왜곡 인용한 것이 아닌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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