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이상 범죄’ 72% 정신분열증이 원인(SBS)
‘묻지마 살인’ 부른 망상, 국내 50만명 정신분열증 앓고 있다(뉴스1)
국내 10명 중 1명 정신분열증 환자…인권 논란에 관리 어려움(MBN)
“정신분열증 환자 관리 더 어려워져”…정신보건법은 예방에 역행(연합뉴스)

강남역 살인사건을 두고 수사당국과 언론이 좋은 먹잇감을 찾았다. 조현병을 비롯한 정신장애인이다. 경찰은 사건을 ‘조현병 환자의 망상이 부른 참극’으로 결론냈고 강신명 경찰청장은 범죄우려가 있는 정신장애인을 응급입원(강제입원)시키는 등의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언론은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이상 범죄 대부분이 정신분열증에 의한 것이며 △정신분열증 환자가 국내에 50만 명이나 되는데 △인권 논란에 강제 입원을 시키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공포를 불러일으키기에 적합하다. 

▲ 강남역 살인사건 관련 보도
총범죄자 중 정신장애인 0.3%

하지만 이는 과장된 공포에 가깝다. 최근 10년간 일어난 이상범죄 46건 중 정신질환에 따른 범죄가 18건(39.1%)인건 사실이지만 전체 범죄에서 정신장애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비장애인과 비교과 불가능할 정도로 낮다는 점 역시 ‘공평하게’ 보도돼야 한다.

2012년 경찰통계연보를 보면 2005년부터 2012년까지 총범죄자 중 정신장애인 비율은 0.3%에 불과하다.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비율은 0.1%다. 강력범죄 역시 마찬가지다. 2012년 강력범죄자 중 정신장애인 비율은 2.1%다. 절도범죄는 1.2%, 폭력범죄는 0.4% 수준이다. 

복지부가 2월 발표한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도 “일부 정신질환은 일시적으로 조절되지 않은 충동성 때문에 자타해 위험성을 보일 경우가 있지만 매우 드물게 나타나는 현상이며 이마저도 타해 위험성은 자해 위험성의 1/100 수준”이라고 나와있다.

▲ 박지선 경찰대학교 행정학과 교수가 2014년 발표한 '조현병 환자의 범죄에 대한 고찰' 일부분.
강제입원이 정신장애인 인권을 보호한다고?

강제 입원 역시 마찬가지다. MBN은 “조현병 치료 관리의 맹점은 환자 스스로가 거부하면 치료를 강제하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보도했다. 연합뉴스는 강제입원과 관련해 “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오히려 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라는 대한법정신의학회 회장의 말을 인용보도했다. 

하지만 이는 강제입원과 관련한 한국의 현실을 제대로 짚지 못했으며 세계적인 추세와도 어긋난다. 한국의 강제 입원율은 이미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편이다. 2009년 국가인권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한국의 ‘비자의’ 입원율은 90%에 달했다. 최근에는 그나마 줄어 70% 수준이다. 

해외는 어떨까. ‘2015광인일기’에 따르면 유럽국가는 2000년도에 이미 20~30%의 낮은 비자의 입원율을 보이고 있다. 이탈리아는 1980년 1월부터 모든 정신병원의 신규 입원을 금지하고 그 규모를 점차 축소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강제입원은 원칙적으로 금지한다.

일본도 1987년 정신보건법 개정을 시작으로 정신장애인의 탈원화와 지역사회복귀 촉진을 명시한 법률이 제·개정되고 있으며 지역 사회 정신의료복지체계의 개선이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언론은 이같은 사실은 상세하게 알려주지 않았다. 

▲ 사진=pixabay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 보도  멈춰야 

더 큰 문제는 이같은 보도가 사회적 약자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강화하고 혐오를 조장한다는 점이다. ‘증오하는 입’의 저자인 모로오카 야스코 변호사는 혐오발언이 편견을 확산시켜 고정관념으로 만들고 결국 차별 구조를 강화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사회심리학자 고든 월러드 올포트는 혐오 발언을 두고 “궁극적으로는 제노사이드나 전쟁으로 이끈다”고 지적했다. 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후 독일 나치는 패전의 원인이 유대인과 공산주의자의 책략과 음모라고 선전했다. 이는 홀로코스트가 용인되는 사회 분위기로 이어졌다. 

1994년 르완다에서는 후투족이 투치족 수십만 명을 학살한 사건이 일어났다. “투치족은 바퀴벌레다. 쳐 죽여라” 라는 정부 고위관리의 혐오발언과 라디오 방송을 계기가 됐다. 이는 르완다 국제전범법정에서 인정된 사실이다. 물론 지금 정신장애인에 대한 보도를 이런 사례와 나란히 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들을 위험한 존재로 부각하고 사회에서 배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이런 사례와 그리 멀리 떨어져있지도 않다. 강남역 살인사건과 관련된 모든 논란을 정신장애인에게만 돌리는 건 비겁한 것 아닐까. 이제 정신장애인에 대한 혐오 보도와 공격을 멈춰야 한다. 

※ 참고문헌=<2015광인일기>(비마이너, 비마이너), <증오하는 입>(모로오카 야스코, 오월의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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