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단체가 통신자료를 무분별하게 털어간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및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제기한다. 이들 단체가 시민들의 통신자료 제공내역을 집계한 결과 군도 7건 통신자료제공을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준사법 권한이 있는 근로감독관이 통신자료제공 요청을 대량으로 해온 정황이 있어 무분별한 자료수집 여부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참여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진보네트워크 등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10시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통신자료는 이용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주소, 가입·해지일 등의 정보를 말한다. 

이들 단체가 제기하는 소송은 3가지로 나뉜다. 첫째,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이다. 시민 24명이 서울지방경찰청(21명)과 수서경찰서(3명)에 광범위한 통신자료 제공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것이다. 둘째, 국가를 상대로 한 행정소송(정보공개청구 소송)으로 원고 1명이 국가정보원장과 서울지방경찰청장에게 제기할 예정이다. 셋째, 통신 3사를 대상으로 한 정보공개청구 소송은 시민 3명이 통신 3사에 각각 1명씩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 참여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시민사회단체는 25일 오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와 통신3사에 정보공개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국가상대 손해배상소송은 하나의 문서로 다수 시민들의 통신자료를 제공한 경우다. 소송을 맡은 양홍석 변호사는 “하나의 문서로 여러명의 통신자료를 요청할 때 수사기관이 통신자료 청구 대상과 수사의 연관성을 밝혀야 하는데 이를 제대로 밝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통신사 역시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통신자료를 제공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조사결과 하나의 문서로 80명의 통신자료가 제공된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정보공개청구 소송 제기 배경에 관해 조민지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간사는 “국민들은 통신자료를 왜 가져갔는지, 그 이유를 가장 궁금해 한다”면서 “통신자료제공요청서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청구대상이지만 비공개 처분이 나와 이를 취소하라는 취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앞서 시민사회단체는 국정원, 서울지방경찰청 등에 통신자료제공요청서에 대한 정보공개를 요구했으나 안보와 수사상의 이유로 거부당했다.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시민들이 제공한 통신자료제공현황을 취합한 결과 경찰, 국정원, 검찰 뿐 아니라 군도 7건의 통신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홍석 변호사는 “군 수사기관은 수사할 수 있는 범위가 군 내부로 한정돼 있으나 군인의 통화내역을 보다 보면 우연치 않게 민간인의 통신자료를 볼 수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우선, 국정원과 검찰, 경찰에 대해 대응하고 군에 대해서는 여력이 되면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걸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뿐만 아니라 준사법적 권한을 가진 근로감독관도 통신자료를 대거 요청해온 것으로 알려져 참여연대가 파악 중이다. 박근용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노동부의 업무계획서를 보면 ‘특별사법경찰의 지위를 가진 근로감독관들이 통신사에 통신자료 제공요청을 수만 건 해왔으나 최근 통신사가 이를 거부해 대책을 마련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박 사무처장은 “현재 통신자료 제공이 무분별하게 됐는지 파악하고 있다. 이 외에도 준사법적 지위를 가진 다른 공무원들에 대한 파악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지난 3~5월 동안 취합해 25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896명의(3255건)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된 것으로 나타났다. 노동조합 279명,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144명, 정당인 34명, 언론인 102명, 당원 및 시민단체 회원 포함 비활동가 34명, 교수 등 전문직 33명, 문화예술인과 학생 각각 5명 등이다. 경찰이 제공받은 통신자료가 2575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국정원(432건), 검찰(240건), 군(7건)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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