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사장하고 부장 등에 대해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것을 보고서 망신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까? 회사 간부들만 언론 자유를 지키니까 힘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지난 10일 MBC 노사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사측 교섭위원으로 나온 오정환 보도본부 취재센터장이 한 말이다. 이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오 센터장은 세월호 특조위의 동행명령장 발부가 ‘언론자유 침해’라는 자신의 신념과 회사의 입장을 강변하면서 노조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와 기자협회가 구경만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노조와 기자협회가 구경만 하고 있는 것도 사실과 다르지만, MBC 보도본부 간부와 사측이 특조위의 동행명령을 ‘몸으로’ 막고 있는 건 더더욱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 등이 정당한 법 집행을 경비원을 동원해 막으면서 사장실 비상구로 도망쳤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보는 건 현 MBC 간부들뿐이다.

2014년 4월16일 MBC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오보 자막
언론노조 MBC본부는 안광한 사장과 이진숙 대전MBC 사장, 박상후 문화레저부장 대한 특조위의 동행명령장 발부 사실이 알려진 후 지난 3일 성명을 통해 “세월호 침몰 당시 MBC의 오보 등을 묻기 위해 청문회 출석을 요구했는데 계속 불참함에 따라 결국 ‘동행명령장’까지 발부한 것”이라며 “‘법과 원칙’을 그렇게 중요시하는 안 사장은 왜 세월호 특조위의 출석명령을 거부하는 것인가. 혹시 ‘언론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고 얘기한다면 세월호 유족들 앞에 부끄럽지 않으냐”며 조사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MBC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은 2014년 5월12일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MBC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한 것에 대해 회사를 대신해 사과했다. 이어 MBC 전국기자회의 사과문도 나왔다. MBC 전국부가 목포MBC로부터 ‘전원 구조’가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받고도 이를 뭉개 오보를 키웠으며, 해경이 최초 구조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전국부가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관련기사 : “MBC에 ‘전원 구조’ 오보 가능성 보고했지만 무시했다”)

그러나 MBC 간부들의 ‘뻔뻔함’은 일관됐다. 안광한 사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열흘도 안 된 시점에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번 (세월호)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이진숙 당시 보도본부장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해 “무조건 권력이나 기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방문조사에 ‘언론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이라며 거부했던 MBC 사측은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동행명령 집행에도 “언론에 대한 사후 검열로 헌법에 명시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불응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MBC는 ‘참고인 조사에 성실히 임해왔고 특조위 조사 요구에 상세한 자료와 답변을 제출했다’고 했다. 하지만 MBC 간부들은 ‘참고인’이 아니라 조사 대상이며, 특조위의 수차례 출석 요구에 ‘언론자유 침해’를 핑계로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조사내용과 무관한 답변만을 제출하며 조사를 회피해 왔다. A 자료를 요구하면 D 자료를 내놓는 식이다. 서면·방문진술 요청에도 전혀 응하지 않았다. (관련기사 : MBC가 ‘언론자유’를 외치는 세상이라니…)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지만 여권 이사들이 의결권을 쥔 방문진은 ‘MBC 간부에 대한 동행명령은 MBC 내부에서 판단할 사안이지 방문진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나, 야당 추천 이사들은 MBC 간부들이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고 동행명령 불응에 따른 과태료를 과연 회삿돈으로 낼 건지에 대해 따져 물을 방침이다. 특조위 측은 “동행명령장 발부와 과태료 부과 모두 법대로 집행할 것이며, 검찰 고발 등 MBC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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