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사장하고 부장 등에 대해서 동행명령장이 발부된 것을 보고서 망신이라는 생각밖에 안 듭니까? 회사 간부들만 언론 자유를 지키니까 힘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지난 10일 MBC 노사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사측 교섭위원으로 나온 오정환 보도본부 취재센터장이 한 말이다. 이날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에 따르면 오 센터장은 세월호 특조위의 동행명령장 발부가 ‘언론자유 침해’라는 자신의 신념과 회사의 입장을 강변하면서 노조가 강 건너 불구경하고 있다고 비난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와 기자협회가 구경만 하고 있는 게 정상적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노조와 기자협회가 구경만 하고 있는 것도 사실과 다르지만, MBC 보도본부 간부와 사측이 특조위의 동행명령을 ‘몸으로’ 막고 있는 건 더더욱 ‘정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이진숙 전 보도본부장 등이 정당한 법 집행을 경비원을 동원해 막으면서 사장실 비상구로 도망쳤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을 정상적이라고 보는 건 현 MBC 간부들뿐이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MBC 보도국 30기 이하 기자 121명은 2014년 5월12일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MBC가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한 것에 대해 회사를 대신해 사과했다. 이어 MBC 전국기자회의 사과문도 나왔다. MBC 전국부가 목포MBC로부터 ‘전원 구조’가 사실이 아니라고 보고받고도 이를 뭉개 오보를 키웠으며, 해경이 최초 구조 장면을 촬영한 동영상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전국부가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관련기사 : “MBC에 ‘전원 구조’ 오보 가능성 보고했지만 무시했다”)
그러나 MBC 간부들의 ‘뻔뻔함’은 일관됐다. 안광한 사장은 세월호 참사 발생 열흘도 안 된 시점에 임직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이번 (세월호) 방송은 국민정서와 교감하고 한국사회의 격을 높여야 한다는 교훈적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커다란 기여를 했다”고 자평했다. 이진숙 당시 보도본부장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에 출석해 “무조건 권력이나 기관에 책임을 묻는 풍조는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국정조사특위의 방문조사에 ‘언론 자유와 방송의 독립성과 중립성 훼손’이라며 거부했던 MBC 사측은 ‘세월호특별법’에 따른 동행명령 집행에도 “언론에 대한 사후 검열로 헌법에 명시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불응했다.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지만 여권 이사들이 의결권을 쥔 방문진은 ‘MBC 간부에 대한 동행명령은 MBC 내부에서 판단할 사안이지 방문진에서 판단할 사안이 아니다’는 입장이나, 야당 추천 이사들은 MBC 간부들이 정당한 법 집행을 방해하고 동행명령 불응에 따른 과태료를 과연 회삿돈으로 낼 건지에 대해 따져 물을 방침이다. 특조위 측은 “동행명령장 발부와 과태료 부과 모두 법대로 집행할 것이며, 검찰 고발 등 MBC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