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간 광장 사용에 천만 원이 들면 시민들에게 광장을 쓰지 말라는 말이 아니냐.”

지난 17일 A씨는 서울 동대문구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 있는 ‘어울림광장’을 대관하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그는 “대관료는 1000만 원”이란 답을 듣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다. A씨에겐 그만한 돈이 없었을뿐더러 공공시설을 이용하는데 그만한 비용을 내야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A씨는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화공연 행사를 열기 위해 어울림광장을 찾았지만 이내 포기하고 다른 장소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 어울림광장 모습. 사진=DDP 홈페이지

▲ '2016년 DDP 대관료' 문서에 나와있는 어울림광장 대관료. 사진=2016년 DDP 대관료 문건 캡쳐

DDP 내 ‘어울림광장’에 대해 “도대체 누굴 위한 광장이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광장 대관료가 사용 면적과 시간에 상관없이 1일 기준 천만 원으로 책정됨에 따라 지나치게 비싼 대관료가 시민의 광장 이용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대관료를 대폭 낮춰 시민의 접근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DDP는 서울시가 서울시 디자인 산업 진흥 및 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 2014년에 설립한 복합문화공간이다. 5개 시설과 15개 공간으로 이뤄진 규모의 건축물로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립한 것으로 유명하다. DDP 내 어울림광장에서는 영화·음반 발매 쇼케이스, ‘2016 FW 헤라 서울패션위크’ 등 큰 규모의 행사가 주로 열렸다.

어울림광장 대관료는 다른 서울시 산하 광장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높은 수준이다. 시청광장의 경우 기본사용료는 1㎡, 1시간당 10원이며 구획 별 사용료는 광장 동편 500㎡~2,000㎡의 경우 2시간 기준 1만 원에서 4만 원, 잔디광장 500㎡~6,449㎡의 경우 2시간 기준 1만 원에서 12만8천 원, 전체 13,207㎡의 경우는 2시간 기준 26만4천 원이다.

마포구 월드컵 경기장의 북측광장의 경우 사용료는 4시간 기준으로 1㎡당 200원이다. 청계광장은 1㎡, 1시간당 주간 10원, 야간 13원이 책정돼있다. 3시간 동안 500㎡을 쓴다 해도 주간 1만5000원, 야간 4만5000원이 드는 게 전부다. DDP 어울림광장을 3시간, 500㎡ 기준으로 사용해을 때 시간당 사용료는 6600원꼴로, 청계광장과 시청광장의 660배에 달한다.

실제로 사용료 때문에 광장을 이용할 수 없었던 A씨는 “돈이 얼마나 있든 상관없이 시민들이 공공기관을 자유롭게 쓸 수 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지적했다. DDP는 ‘서울특별시 재단법인 서울디자인재단’이 운영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은 서울시가 기금을 출연해 설립된 지방자치단체 출연기관으로 공공기관으로 분류된다.

▲ 서울 시청광장 대관료. 사진=서울특별시 홈페이지

이와 관련해 김명준 DDP 전시컨벤션팀 주임은 “서울시의 협조를 받으면 50% 공공기관 할인을 적용받을 수 있고 자체적으로도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많은 행사를 열고 있다”면서 “과도하게 비싼 면이 있지만, DDP는 서울에 손꼽히는 건축 중 하나고 (유명 건축가의) 유작이 됐다. 컨벤션 행사를 치르는 특수성도 있고 건물 기둥이나 자재가 다 해외에서 가져와야 해 비용 자체가 비싼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DDP 대관료 책정 기준에 대해서 “시설마다 차이가 나지만 보통 1㎡당 6500원이 책정돼있고 일반 기업 행사·전시의 경우 1㎡당 2만3000원 선이다. 장기전시의 경우 하루에 천만 원을 책정할 수 없으니 조정하고 있다”면서 “이사회에서 통과된 규정이다. 대관료도 웹사이트에 다 공지돼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의 접근성을 고려하면 여전히 불충분한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A씨는 “소수만이 쓸 수 있는 광장이지 작은 단체나 돈이 없는 개인은 쓸 수 없다. 시민을 위한 광장이 아닌 것 같다”면서 “문화행사든 캠페인이든 시민을 위한 행사를 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은데 공원을 만든 목적이 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주임은 “(비용을 낮추는 문제는) 협의 중이다. 광장을 지나다니는 시민 편의도 생각해야 하고 절충안을 찾을 것”이라 밝혔다.

이와 관련해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처장은 19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공공에 개방된 광장을 점유해서 사용하는 것은 비용을 지불할 수 있다고 본다. 공공 공간에 대한 사용권을 가지고 과도한 이익을 남겨선 안되니 비용은 광장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수준이 돼야 할 것”이라며 “DDP이 정체성이 있으니 행사의 성격으로 (대관을) 맞출 순 있겠지만 비용 가지고 아예 접근을 못하게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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