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업, 호텔, 식당의 경우 임금이 10% 늘어났고 일자리는 오히려 늘어났다. ‘미니잡’(불안정노동)은,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일자리로 전환되는 결과를 보였다.”

독일 뒤스부르크 에센 대학교 ‘직업과자격연구소’의 토르스텐 칼리나 선임연구원은 독일이 법정최저임금을 도입한 이후 오히려 고용이 늘었다고 말했다. 독일사회는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주장과 반대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14년 시간당 8.50유로의 법정최저임금을 도입했다. 토르스텐 연구원은 고용 진작만이 아니라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이 인상됐고 사회보험 적용 노동자 수도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경제위기 해법으로서의 최저임금 인상’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토르스텐 칼리나 선임연구원과 데이빗 쿠퍼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가 한국을 방문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극동빌딩에서 같은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독일과 미국은 현재 최저임금 인상 논의가 가장 활발한 국가로 분류된다. 전체 노동자 중위소득 절반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을 경험한 바 있는 두 나라의 전문가들은 일자리 감소, 물가인상 등 최저임금 인상 반대 논리를 적극 반박했다. 아래는 기자간담회 내용을 1문 1답으로 정리한 것이다.

▲ ‘경제위기 해법으로서의 최저임금 인상’ 심포지엄 참가를 위해 토르스텐 칼리나 선임연구원(맨 왼쪽)과 데이빗 쿠퍼 미국 경제정책연구소 선임 애널리스트(가운데)가 한국을 방문해 1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극동빌딩에서 같은 주제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법정최저임금 책정 기준은 무엇인가?

“(토르스텐 칼리나) 다른 나라의 최저임금이 중위임금과 비교했을 때 몇 퍼센트 차지하는지를 살펴봤다. 프랑스가 60% 정도였고 독일은 51% 정도면 괜찮겠다고 생각했다. 몇 명의 노동자가 영향받을 것인지도 고려했다. (51% 정도면) 전체 18%의 임금이 인상될 것이고 특히 동독에서는 전체 노동자 3분의 1이 혜택받을 것으로 봤다. 1인 최저생계비도 고려했다. 책정된 8.5유로를 월 급여로 계산하면 1200유로다. 빈곤선 기준보다 200유로 높은 수준이다. 1인 기준이고 가구 생계비가 아니기 때문에 이마저도 11.5유로로 인상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데이빗 쿠퍼) 미국은 최저임금 편차가 굉장히 심하다. 연방 최저임금이 있고 주별로 최저임금이 따로 책정되며, 시나 군별로 따로 있다. 연방 최저임금은 2009년부터 동결됐다. 주 차원에서 최저임금을 올렸다 하더라도 일부 도시는 생활비 때문에 최저임금을 더 올리기도 한다. 일반적인 최저임금 기준은 아이를 키우는 노동자의 생계비고 중위임금과의 비교값이다. 연방최저임금은 중위임금 대비 38%에 불과하지만, 일부 주는 유럽연합 국가 수준인 50~60%를 맞추려 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 반대 논거 중 하나가 최저임금을 너무 급격히 인상하면 일자리 줄어든다는 것이다. 독일, 미국의 경우 어떤 논의가 있었나.

“(토르스텐) 지금까지 결과를 보면 동독 지역 중심으로 전체 임금 수준이 많이 향상됐다. 소매업, 호텔업, 식당 등 특정 산업의 경우 임금이 10% 늘어났고, 그러면서도 일자리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늘어났다. 불안정 노동인 ‘미니잡’의 경우 사회보험이 적용되는 종류의 일자리로 전환됐다.”

“(데이빗) 90년대 이전까지는 ‘최저임금 인상하면 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관점이 팽배했다. 90년대 전국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주 차원의 임금인상이 시작됐다. 최저임금이 고용에 끼치는 영향을 확인하는 자연적인 실험이 이뤄진 것이다.

1995년에 Card와 Kreuger라는 학자가 ‘주경(주 경계)’에 있는 인접 도시들을 분석한 결과 최저임금을 인상한 뉴저지 주의 도시는 그렇지 않은 펜실베니아 주의 도시보다 고용이 늘어났다. 이를 전국적으로 확대해봤다. 1990년부터 2006년 사이 주경 모든 지역을 확인한 결과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고용에 특별한 영향이 없었다. 현재 미국 경제학자들도 이 연구에 동의한다.“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경제성장률이 하락한다고 하는데, 독일, 미국에서는 이 관계가 어떻게 나타나나.

“(토르스텐) 독일은 수출주도의 경제구조다. 최저임금은 수출에 영향을 주기보다는 내수 중심이다. 임금이 올라가면서 소비가 늘어나 내수가 진작되는 구조다. 그 효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 내수 진작시키는 면에서는 경제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데이빗) 미국도 명확한 수치나 결과는 나와 있지 않은 게, 최저임금 정책 자체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끼칠 만큼 큰 정책이나 제도가 아니다. 워낙 (영향이) 작기 때문에 그런 연구가 없는 것 같다. 저임금 노동자는 보통 저임금 가구에 속해 있는데, 최저임금 인상하면 사업주 등이 있는 고소득 가구의 소득을 저소득 가구로 옮기는 효과는 있다고 본다. 고소득 가정은 임금이 인상되면 다 지출하지 않고 일부를 저축한다. 저소득 가구는 인상되면 그만큼 더 소비한다. 소비자 수요가 침체된 시기에는 임금 인상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난다.”

-독일이 수출 주도 국가라고 했는데, 한국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인해 원가비 상승이 이뤄진다면,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토르스텐) 이미 수출산업의 임금 수준은 최저임금보다 훨씬 높다. 최저임금 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는 사업들이다.”

-한국은 자영업자 비중이 40% 정도로 높은 편이라, 최저임금이 인상됐을 때 영세자영업자의 부담 문제가 있다. 그 부분의 우려가 굉장히 큰데, 어떻게 생각하나?

“(데이빗) 우선 법의 준수 문제가 크다. 한두 업체가 위반하면 더 많은 업체가 위반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모두가 최저임금법을 그대로 준수하면 모두가 공정한 상태에서 경쟁하는 것이기 때문에 특별히 소상공인에 대한 영향은 없을 것이다.

미국의 연구 결과를 보면 최저임금이 인상됐을 때 4가지 방법을 통해 인상을 상쇄할 수 있다. 첫 번째로 이직률이 떨어져 비용이 줄어든다. 두 번째는 생산성, 효율성이 제고된다. 노동자가 임금에 만족하면 숙련도도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다. 세 번째는 지출효과다. 가처분 소득이 많아지므로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가게의 수입도 늘어날 수 있다. 이 세 가지가 최저임금 인상 영향을 상쇄하는 데 효과가 없다면, 네 번째는 상품 가격 인상이다. 가격 인상 폭은 최저임금 인상 폭보다 굉장히 미미하다.“

“(토르스텐) 법 준수가 문제다. 한국 임금노동자의 20%가 최저임금 이하 임금을 받는다고 들었고 중소기업 쪽에서 심하다고 들었다. 이들은 최저임금 인상을 하더라도 어차피 준수하지 않으니 논의 대상이 되진 않는다. (그 밖엔) 가게 임대료 부담이 너무 큰 것과 원청과의 관계가 불공정한 것이 소상공인에게 문제인 것 같다. 하도급 업체 간 경쟁이 너무 치열해지는 것이 문제다. 심각한 문제인 것은 분명하고, 한국이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 5월1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주최한 '독일.미국의 사례를 통해 본 경제위기 해법, 최저임금 인상' 심포지움이 열렸다. 사진=자료집 캡쳐

-한국은 카드 수수료를 인하해주는 등 5인 미만 사업장, 영세사업자에 대한 지원책 논의가 있다. 해외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지원책 같은 게 별도로 존재하는지?

“(데이빗) 물론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최저임금 인상이 고민이 될 거다. 그러나 결국 모든 경쟁사들도 똑같은 상황에 있다는 것을 이해하고 (상품)가격 인상을 시키든 뭐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최저임금을 준수해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최저임금 인상을 사업 규모별로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을 일종의 지원책이라 할 수 있겠다. 3년에 걸쳐 임금 15달러를 인상하는 식이다.”

“(토르스텐) 독일은 소상공인 만을 위한 예외조항이나 지원책은 없고 산업별로는 있다. 가령 2년 동안 일시적으로 8.5유로 이하로 지급할 수 있게 하고 (2년 후인) 2016년 말까지는 모든 업종에 적용하는 방식이다. 임시파견, 육류가공, 경비, 청소미화 등 저임금 노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사업이 해당된다.”

-한국은 최저임금을 단일하게 정하고 있는데, 업종 별로 달리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영국은 나이 별로 차등을 둔다고 들었는데, 개인적으로 뭐가 맞다고 생각하나?

“(데이빗) 전국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의 하한선이 돼야 한다. 누가 어디 있든, 노동자라면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다. 같은 나라지만 생계비가 더 들어가는 지역이 있을 것이다. 이 지역에서는 전국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최저임금을 도입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각 주나 시에 최저임금 결정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런 주장도 최저임금 인상을 회피하려는 방법이다. 이미 저임금 노동이나 빈곤 문제를 겪고 있는 지역에서 문제를 고착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토르스텐) 독일은 차등 적용하는 것을 많이 반대했다. 동독과 서독 간 임금 격차가 심해 초기에 고민이 많았다. 동·서독 지역별로 다른 최저임금을 책정하게 되면 도농 간 격차, 남북 간 격차도 있는데 최저임금제만으로는 그 격차를 다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전국 최저임금을 적용하게 됐고 대신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산업별로 전국 최저임금을 상회하는 최저임금 적용을 허용했다. 산업별 최저임금 적용을 통해 동·서독 간 격차를 해소하려고 하고 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독일, 미국에도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논리가 있고 사회갈등도 있다. 그런데도 최저임금 인상을 이끌어냈는데 요인이 뭐라고 보나?

“(데이빗) 지역별로는 많은 진전이 있지만 연방 최저임금은 한국과 유사한 문제점에 직면해 있다. 미국 국민의 60%는 주 최저임금이 연방 최저임금보다 높게 책정된 주에서 살고 40%는 연방 최저임금을 준수하는 주에서 살고 있다. 연방 최저임금 수준은 50년 전과 비교해 봤을 때 23% 정도 줄어들었다. 이는 대기업들이 관련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저항한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국민, 소상공인 다수는 최저임금 인상을 지지하고 있다. 이들은 소비가 탄탄해야지만 경제가 성장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노동자 임금이 높아야만 상품을 구매할 것이고 경쟁에서 불이익 당하지않을 거라는 걸 잘 알고 있다.”

“(토르스텐) 독일에서도 최저임금을 정하는 데 많은 분쟁이 있었다. 대형노조는 처음에 최저임금 도입을 반대했다. 작은 노조들은 국가의 도움이 있어야만 공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겠다 생각해서 지지했다. 결국 양쪽은 범노조 입장이라는 합의를 이뤄 도입에 찬성하게 됐다. 기업과 사용자도 그동안 생각이 바뀌었다. 최저임금 도입 이전부터 부문별로는 최저임금 적용이 가능했는데, 기업이 보기에 최저임금 도입으로 공정한 경쟁이 가능해지고 가격 할인 경쟁이 아니라 품질로 경쟁해서 승리할 수 있다는 걸 봤기 때문에 사용자도 입장 바꾸게 된 것이다.

그리고 다른 나라의 상황을 살펴본 결과 고용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 일부 경제학자들의 반대의견이 있었지만, 이들은 관련 연구를 진행하진 않았다. 국민의 약 80%가 최저임금 도입을 지지하게 됐고 사회민주당이 선거에 이기면서 도입됐다. 사회민주당이 연합정부를 구성할 때 조건이 최저임금 도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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