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 미디어오늘이 창간 21주년 기획으로 주목해야 할 젊은 언론인 21명을 선정한 것은 기자들의 우열을 가리고 순위를 매기기 위한 것이 아니다. 한국의 언론자유지수가 70위까지 추락하고 ‘기레기’라는 오명으로 언론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진 가운데, 그래도 아직 한국 저널리즘에 희망이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저널리즘의 본질을 다시 고민해 보자는 의미로 시작한 작업이다.

‘젊은 언론인’의 기준은 되도록 만 40세 이하로 한정하고 현직 언론인 300여 명에게 자문을 구해 80명의 추천을 받았다. 미디어오늘은 추천 사유를 근거로 이 언론인들이 남긴 기록을 분석하고 후보를 추렸다. 단순히 단독 기사의 건수와 사회적 파장 등을 기준으로 삼지 않고 이들의 취재 방식과 문제의식, 사회적 의미 등을 두루 고려했다. 최종적으로 21명을 선정하긴 했지만 젊은 언론인들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은 이번 조사의 새로운 성과다.>

기자들도 브랜드를 키워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대부분 기자들이 거대한 조직의 기계부속처럼 변별력 없는 비슷비슷한 기사를 쏟아내는 게 현실이다. 

흰머리 희끗희끗할 때까지 현장을 누비는 기자도 찾아볼 수 없지만 마흔 중반만 돼도 관리직으로 물러나는 게 관행이 됐다. 언론에 대한 불신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 언론은 양적으로 팽창했지만 질적으로는 크게 후퇴했다.

미디어오늘이 창간 21주년을 맞아 ‘주목해야 할 젊은 기자 21명’을 선정했다. 척박한 언론 현실에서 송곳처럼 날카롭게 존재감을 드러내는 기자들이다. 추천을 받은 기자들은 기획취재와 탐사보도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기자 경력 10년 안팎의 기자들이 대부분이지만 기사로 이름을 얻고 타사 기자들이 높게 평가하는 기자들은 의외로 많지 않았다.

“독자들이 가장 무섭다”

천관율(37) 시사인 기자는 젊은 기자들 가운데서도 가장 돋보인다. 천 기자는 정치·사회는 물론 국제·문화·과학·스포츠까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분석 기사로 인정받고 있다. 

이숙이 전 시사인 편집국장은 천 기자에 대해 “새로운 사건이 터졌을 때 이를 정확하게 소화해줄 수 있는 기자”라고 말했다. 출입처 문화에 길들지 않고 독서와 공부를 통해 자신만의 색채를 드러내는 것이 강점이다.

천 기자를 추천한 동료 언론인들은 대표적으로 일베 분석 기사(“이제 국가 앞에 당당히 선 ‘일베의 청년들’”)를 기억했다. 

일베 유저가 공유하는 논리 체계를 도식화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입체 조명해 주목받았던 기사다. “다수 언론들이 일베발 ‘사건’에만 집중하거나 일베 현상을 외면할 때 일베 담론을 키워드로 ‘분석’했던 기사”라는 평이다. 

천 기자는 “지금은 어떤 영역이든 전문가가 넘쳐나는 시대”라며 “그래서 독자들의 조리돌림에 공포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좋은 기사를 쓰게 되는 동력은 독자였던 것이다.

한겨레 정환봉(38) 기자도 많은 언론인이 주목하고 있다. ‘정환봉하면 국정원’이라는 인사도 있었다. 

미디어오늘 조윤호 기자는 “국정원 댓글 보도를 통해 그를 알게 됐는데 묻혀 있는 사건 실체를 파헤치는데 매우 능한 것 같다”며 “경찰이나 검찰 등 사정기관 사건에 뛰어난 기자”라고 추켜세웠다. 

정 기자는 2013년 ‘국정원 대선 여론 조작 및 정치공작 사건 연속보도’를 통해 국가기관 대선 개입 의혹을 파헤쳤고 한국기자상 대상을 받았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다수의 특종을 비롯해 안팎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기자”라며 “바른 성품까지 겸비했다”고 평했다. 

주간지 한겨레21로 자리를 옮긴 정 기자는 지난 16일, 잠적했던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을 찾아내는 등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다수 추천을 받은 기자들 중에는 현장형 기자들이 많았다. 여전히 장기 기획취재와 탐사보도가 기자들의 브랜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료 언론인들은 출입처에 매이지 않고 사건의 이면에서 현상과 담론을 읽어내는 기자들을 높이 평가했다.

경향신문 구교형(33) 기자는 한국기자상 등 지난해에만 8개상을 쓸어간 ‘민완기자’다. 

지난해 “강남구청 ‘서울시 비방’ 댓글부대” 보도, 선배 강진구 기자와 함께 한 “노동자 울리는 ‘노동법 심판들’”이라는 연속기획 등이 대표적이다. 

구 기자는 “동료들이 좋게 봐주신 것 같다”며 “경향신문만이 할 수 있는 보도와 기획을 꾸준히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사저널 조해수(38) 기자는 최근 안성모 사회탐사팀장과 조유빈 기자 등과 함께 ‘청와대의 어버이연합 집회 지시’ 보도 등 보수단체의 관제집회 의혹을 파헤치고 있다. 

조 기자는 자신이 선정된 데 “저는 내세울 만한 기자가 아니”라며 “동료들 성과에 정말 숟가락만 얹은 것”이라고 멋쩍어 했다. 

집회 지시 의혹의 당사자인 청와대 행정관이 시사저널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등 보도의 파장이 컸다.

중앙일보 정강현(40세) 기자는 ‘청년 기획’에 탁월하다는 평가다. 한 MBC 기자는 “‘젊어진 수요일’, ‘신문콘서트’ 등 주목할 만한 기획을 많이 하고 있고 필력도 출중해서 단행본을 여러 권 낸 주목할 만한 기자”라고 평가했다. 

그의 기획이 관통하는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고민이다.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청년의 일상을 의제화하는 데 뛰어났다. 

정 기자는 “청년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발랄하게 전달해보자는 취지”라며 “증명사진 기획 등은 재미도 추구했지만, 결국 우리 청년들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지 보여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머니투데이 박다해(29) 기자는 해수부의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 대응 방안’ 내부 문건을 단독 입수해 폭로했던 기자다. 

이 문건에는 특조위의 청와대 조사가 개시되면 특조위 여당추천위원들이 전원 사퇴키로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큰 파장이 일었다. 

세월호와 국정원의 관계를 추적하고 있는 미디어오늘 문형구 기자는 “당시 특조위 여당 추천위원들의 기자회견장에서 문건을 하나하나 따지며 ‘일당백’ 기자 정신을 발휘했던 기자라 특히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박 기자는 “세월호 관련 보도들은 머니투데이 더300(정책·입법에 특화한 전문 사이트) 기자로서 국회 상임위에 집중할 수 있던 환경 덕택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 ①강혜민 비마이너 기자 ②이승환 경남도민일보 기자 ③구교형 경향신문 기자 ④권성민 PD ⑤권지윤 SBS 기자 ⑥김준범 KBS 기자 ⑦홍성희 KBS 기자 ⑧김필규 JTBC 기자 ⑨김정환 미디어몽구 ⑩박다해 머니투데이 기자 ⑪박선영 한국일보 기자 ⑫심인보 뉴스타파 기자 ⑬위근우 아이즈 기자 ⑭이희훈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⑮임소정 MBC 기자 ⑯정강현 중앙일보 기자 ⑰정환봉 한겨레 기자 ⑱조소담 비트니스 대표 ⑲조해수 시사저널 기자 ⑳천관율 시사인 기자 (21번) 홍여진 뉴스타파 기자
KBS 기자들 “뉴스타파 심인보”

여러 KBS 기자들이 뉴스타파 심인보(40) 기자를 추천한 것도 눈길을 끈다. 2005년 KBS에 입사해 사회부와 경제부, ‘추적60분’ 팀 등을 거쳐 지난해 2월 뉴스타파에 합류했다. 

2010년 “조현오 경찰청장의 노무현 차명계좌 언급” 동영상을 발굴 보도했고, ‘추적60분’ “의문의 천안함, 논란은 끝났나” 편을 공동 제작했다. 

2012년에는 박근혜 캠프의 불법 선거 운동 사무실, 이른바 십알단 사건을 보도해 주목받았다. 조세피난처 보도, 친일과 망각 등 뉴스타파에서도 실력을 입증하고 있다. 

한 KBS PD는 “능력 있고 강직하고 원칙적이면서도 저널리즘에 대한 신념이 강하다”며 “오로지 자유로운 취재와 제작을 위해 KBS라는 안온한 울타리를 박차고 나가는 과단성까지 겸비했다”고 평가했다.

뉴스타파 홍여진(32) 기자는 ‘앰부시 인터뷰’(Ambus, 공식적으로 만나지 못하는 인물의 말을 듣기 위해 그가 다니는 길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돌발적으로 질문하는 인터뷰)가 강점이다. 

황교안 국무총리,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 같은 당 한선교 의원 등 유력 정치권 인사들에 질문을 과감히 던지는 모습이 기존 언론과 대비됐다는 평도 있다.

SBS·MBC 기자들도 KBS 홍성희(33) 기자의 실력을 인정했다. 한 SBS 기자는 “개인적 친분도 없고 취재현장에서 마주친 적도 별로 없는 기자인데 이상하게 큰 건들, 그러면서 진정성 있는 양질의 기사를 많이 보도했다”고 평했다. 

지역MBC의 한 기자는 “자동차 대리점 영업사원 등 최근 지상파에서 보기 힘든 노동 문제를 다루기 위해 노력했던 기자”라며 추천 사유를 밝혔다. 

홍 기자는 ‘땅콩회항’ 논란에 휩싸였던 대한항공 승무원을 단독 인터뷰했고,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한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영상을 동료와 함께 찾아 보도했다.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홍 기자에 대해 “흔들리는 KBS 안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후배”라고 말했다.

KBS 현직 기자로는 김준범(37) 기자가 많은 추천을 받았다. ‘시사기획 창’ “고객님 실손보험 드셨죠?” 편에서 탐사 보도로 실손보험의 실태를 고발했고, ‘구치소 황제 수감’ 등을 통해 권력의 비리를 파헤쳤다. 

KBS의 한 언론인은 “KBS 보도를 지켜낼 재목”이라고 높게 평가했다. 김 기자는 KBS기자협회 공정방송국장 자격으로 자사 보도 감시 활동을 했다가 지난 2월 징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MBC, 20~30대 싹 죽었다”

추천 과정에서 특기할 만한 것은 과거 젊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MBC였다. “MBC는 20~30대가 싹 죽었다”는 내부 평가도 있었지만 실제로 추천받은 기자와 PD들은 비취재·제작부서에 배치돼 있었다. 

MBC PD들은 자사 권성민(31) 예능PD를 꼽았다. 권 PD는 좌천된 자신의 처지를 웹툰에 담아 페이스북 등에 게재했다가 해고됐지만, 지난 12일 대법원은 해고무효를 확정했다. 

MBC의 한 PD는 “역설적으로 해고 이후 자유로운 환경 속에서 그가 보여준 재기발랄한 작품들이 인상 깊었다”며 “창작자로서의 가능성을 봤다”고 설명했다. 

미디어오늘 이정환 편집국장은 “권 PD는 예능 PD로 출발했지만 소외된 곳을 돌아보고 정의에 대해 고민하는 언론인”이라며 “좋은 세상이 오면 제대로 날개를 펼 수 있는 PD라고 본다”고 말했다.

2013년 4월 ‘시사매거진 2580’ “의문의 형집행정지” 편에서 ‘영남제분 여대생 청부살인’ 사건을 재조명해 한국방송기자대상 등 각종 기자상을 휩쓴 MBC 임소정 기자(34)도 활약이 기대된다. 

하지만 임 기자는 사측과의 마찰 이후 시사매거진2580에서 스포츠중계AD로, 다시 광고영업부로 자리를 옮겨 다녀야 했다.

뉴미디어 부문과 관련, SBS 권지윤(36) 기자를 주목하는 인사도 많다. 미디어오늘 기자들을 비롯해 SBS 내부에서 그를 꼽는 인사가 많았다. 

SBS의 한 기자는 “지난해까지 법조에서 수준 높은 8뉴스 리포트와 취재파일 콘텐츠를 만들어냈다”고 평했고, SBS의 한 간부는 “권지윤은 법조 등에서 쌓은 비판적 접근과 문제의식, 팩트 검증 능력 등을 바탕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했다. 

권 기자는 현재 뉴미디어실의 팟캐스트를 맡고 있고 SBS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에서 디지털 기반 기사를 만들고 있다. 

JTBC 뉴스룸의 ‘팩트체크’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김필규(41) 기자도 많은 추천을 받았다. 한 방송사 아나운서는 “벌써 자신만의 코너가 있다는 게 눈에 띄었다”며 “궁금했던 사안들을 제대로 긁어준다”고 추천했다.

지역신문 기자로는 경남도민일보 이승환(41) 기자가 돋보인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취재와 영상제작 등을 스스로 터득해 활용했고, 소속 부서 소셜 미디어 계정까지 직접 만들어 선거 때마다 후보 검증을 시도했던 기자다.  

그를 추천한 한 인사는 “‘경남의 재발견’과 같이 지역에서 보기 드문 기획을 정형화했고 선거 때 스스로 지역 후보 기준을 마련해 검증을 시도했던 기자다. ‘지역 언론이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줄 수 있는 언론인”이라고 평가했다. 지역신문의 디지털 혁신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것.

이 기자는 “서울 지역의 언론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소통하지만, 지역 언론은 제한적인 공간에서 익숙한 이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한다는 점이 강점”이라며 “독자들이 기자라고 했을 때 막연하게 갖게 되는 인식의 벽을 깨보려고 가볍게, 하지만 꾸준하게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소담(27) 비트니스 대표는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하고 기성 언론 경험이 거의 없지만 한국 언론의 새로운 가능성이라고 할 수 있다. 

‘헬조선’의 20대 청춘들 목소리를 대변하는 미스핏츠를 다른 20대 동료과 함께 창간했고 카카오 스토리펀딩으로 대만과 홍콩, 일본 등의 청년 주거문화를 심층 취재해 ‘청년 난민 되다’라는 단행본을 출간하기도 했다. 

비트니스라는 이름으로 트위터나 페이스북의 산발적인 정보를 공간이나 주제에 따라 모으는 서비스를 개발해 SBS가 진행한 ’SDF 넥스트 미디어 챌린지‘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미디어 스타트업의 경우 더 작은 단위로, 독자에게 맞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강점이 있다”며 “독자들의 데이터를 보고 간단한 툴을 만들고 변형하는 등 기존 조직보다 가볍고 빠르다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소수자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

박선영 한국일보 기자도 21인에 이름을 올렸다. 통신사의 한 기자는 “한국일보를 2년 동안 넘게 보면서 느낀 건 그의 칼럼이 한결 같다는 것”이라며 “보통 언론사 데스크들은 성차별 문제를 양비적 관점에서 다루곤 하는데, 박 기자는 이와 다른 차별성이 있다”고 말했다. 

여성주의에 대한 인식이 척박한 한국 언론에서 보기 드문 칼럼을 쓰고 있다는 평가가 많았다. 박 기자는 “특별히 젠더 이슈만 쓰려 했던 것은 아니”라며 “아이를 낳고 아줌마로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고 했다. 

이어 “인구 절반이 여성인데 10%도 언론에 반영이 안 되는 것 같다”며 “소외된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언론계 소수자로서 가져야 하는 사명”이라고 말했다.

비마이너 강혜민(31) 기자는 장애인 보도에서 두각을 드러내 21인에 선정됐다. 그는 폭력과 인권 사각지대에 내몰린 원주 귀래 ‘사랑의 집’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꾸준히 기사화했다. 

강 기자는 “사람들은 이 사건을 자극적인 사건으로만 인식했다”며 “가족들의 실제 삶이 어땠는지를 전달하는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대중문화 영역에서는 위근우(36) 아이즈 기자가 선정됐다. 그는 아이즈와 각종 외부 기고를 통해 ‘웹툰’을 주제로 한 칼럼을 써온 ‘웹툰 전문 기자’다. 그는 지난해 ‘웹툰의 시대’라는 책도 썼다. 

또 젠더 이슈 관련 글에서 필력 못지 않게 사회적 감수성을 높이 평가하는 동료 언론인들이 많았다. 

위 기자는 “올해부턴 젠더 감수성을 갖추는 것이 방송이든 기획사든 매우 중요한 비교우위 요소가 될 거라 본다”며 “그렇다면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계속 말을 걸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기자로는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사진 등으로 화제가 된 오마이뉴스 이희훈(35) 기자가 꼽혔다. 그를 추천한 한 주간지 기자는 “만나본 적은 없는 기자인데 ‘잘 찍었네’하고 보면 희한하게 바이라인이 오마이뉴스 이희훈이더라”고 말했다. 

미디어오늘 내부에서도 “잘 찍는 수준을 넘어 예술적”이라는 평가가 있는 반면, “지나치게 스타일을 내세우는 사진”이라거나 “저널리즘과 거리가 멀다”는 평가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기자는 “이분법적으로 보도냐, 예술이냐 나눌 필요는 없는 것 같다”며 “사진은 예술의 장르에서 벗어날 수 없는 도구다. 극적인 장면들을 사진에 담아 독자에게 전달하면 뉴스가 더 가깝게 느껴지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1인 미디어의 대표 주자로 자리잡은 미디어몽구 김정환(39)씨도 빼놓을 수 없다. 김씨는 “내가 직접 듣지 않는 이야기는 전하지 않는다는 원칙 아래 당사자의 목소리를 직접 전했던 것을 좋게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젊은 기자들의 열정과 패기가 한국 언론의 동력

‘주목해야 할 젊은 언론인 21명’을 선별하는 작업은 지난했다. 어떤 기준으로 획정해도 명쾌하게 딱 떨어지는 경우가 없었다. 

그만큼 한국에는 젊고 뛰어나고 유능한 기자들이 많다. 이들이 만들어가는 미래가 마냥 어둡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한 게 수확이라면 수확일까.

21명 명단에 미처 담지 못했던 기자들 가운데서도 주목해야 하는 기자들이 있다. 하어영·고나무·서영지·정은주·임지선 등 한겨레 기자들은 복수의 추천을 받았다. 

이 가운데 서 기자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 뒷조사’ 경로를 정환봉 기자 등과 함께 추적했다.

프레시안의 노동 전문 여정민 기자와 최형락 사진기자도 거명됐다. 한 사진작가는 최 기자에 대해 “탁월한 사진 실력으로 뉴스 이면까지 보려는 노력파”라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김주영 사진 기자도 추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사진과 멀티미디어를 막론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고 메시지에 대한 고민도 깊다”는 평이다. 그는 지난 2013년 ‘한국일보 사태 100일의 기록’으로 한국보도사진전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는 주목받는 환경생태 전문기자다. 박수택 SBS 논설위원은 “개발 성장 의제가 지배하는 시대에 생태 환경의 가치를 소중하게 인식하고 대중의 인식을 높이기 위한 취재 활동에 열정을 기울이는 기자”라고 평했다.

뉴미디어 부문에서는 SBS 권영인 기자가 ‘스브스뉴스’라는 버티컬 브랜드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밖에도 경향신문 박은하 기자와 연합뉴스 한운희·권영전·민경락 기자, CBS 김민재 기자, 오마이뉴스 박소희 기자, KBS 김범수·임종윤 PD, 뉴시스 박대로 기자, YTN 양일혁 기자, MBN 김근희 기자, JTBC 백종훈 기자 등이 추천을 받았다. 

블로터 채반석 기자와 ㅍㅍㅅㅅ의 이승환 대표, 아웃스탠딩의 최용식 기자, 워커스 박한솔 기자, 미디어스 박장준 기자 등도 후보에 올랐다.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와 오마이뉴스 출신의 독립 기자 박상규 기자 등도 추천을 받았으나 40대라 젊은 기자 21명에는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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