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침몰 당일 사고시간대의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타를 촬영한 사진이 처음 발견됐다. 청해진해운 김ㅇㅇ 기획관리부장이 2014년 4월16일 오전 9시11분에 인천 운항관리실의 선박모니터링시스템(VMS) 화면을 촬영한 이 사진엔, 정부가 발표한 AIS 항적에도 로그기록에도 존재하지 않는 좌표가 담겨있다.

세월호 항적 조작 논란과 관련해 정부는 서로 다른 VTS(예를 들어 목포, 진도, 제주 등)들의 좌표 간에 도달시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고, 이런 이유로 여러 VTS의 로그원문(아스키코드)을 취합 후 ‘편집’해 발표(엑셀데이타)했다고 설명해왔다. 이처럼 ‘도달시간’이 지연되더라도 그 수준은 밀리세컨드(millisecond, 1000분의 1초) 단위이므로 정부 주장은 의미가 없다는 견해가 중론이다. 그러나 이런 정부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VMS 화면에 표출된 좌표가 로그원문에 없는 것은 설명되지 않는다.  누군가 원문데이타를 의도적으로 수정하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 청해진해운 기획관리부장이 국정원 직원에게 보낸 인천운항관리실 VMS 화면 사진

사진에 기록된 세월호의 위치는 동일시간의 정부 항적상의 위치 보다 220여미터 아래 지점이다. 이는 다큐멘터리 ‘인텐션’의 김지영 감독팀이 전자등대(AtoN)의 위치 등을 근거로 AIS항적이 실제보다 전체적으로 200여미터 정도 끌어올려졌다고 주장해 온 것과 일치하는 데이타다. 김 감독은 특정 기준점에서 멀어질수록 항적의 왜곡이 확대되어 부분적으로 최대 800미터가 끌어올려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로그 원문에도 없는 유령 좌표?

미디어오늘은 서해해경청의 수사자료를 분석하다가 청해진해운 김ㅇㅇ 기획관리부장의 휴대폰 포렌식 자료에 포함된 VMS화면 사진을 찾아냈다. VMS상의 시간은 “2014-04-16 오전 9:11:22(KST)”로 기록돼 있다. 김 부장의 스마트폰에 자동으로 저장된 파일명도 20140416_091134로 VMS상의 시간과 거의 일치한다.

문제는 이 사진의 AIS 좌표가 정부 항적에는 없는 새로운 좌표라는 점이다. 정부가 제출한 항적 데이타는 2종이다. 즉 로그원문(아스키코드)과 이를 디코딩(탈암호화)해서 위치를 식별할 수 있게 만든 엑셀 데이타다. 정부 항적 중엔 로그원문엔 있으나 발표된 자료(디코딩)엔 빠져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미디어오늘이 입수한 이 AIS 좌표는 양쪽 어디에도 남아있지 않다.

새로운 AIS 좌표를 정부 항적(이하 ‘도분초’ 단위)과 구체적으로 비교해보자.

정부가 발표한 항적도에 의하면 세월호는 당일 9시11분13초와 9시11분33초에 각각 (N34도10분20.46초, E125도57분34.55초)와 (N34도10분21.11초, E125도57분34.49초)에 위치해 있다. 여기엔 9시11분22초대의 좌표는 없다.

▲ 정부 발표 항적(진도 서거차도 운영국 원문로그의 9시11분22초 좌표를 추가함)과 침몰 당일 인천 운항관리실에서 촬영된 VMS상의 좌표 비교. 출처=구글 어스.
▲ 동일시간대 좌표 비교. 두 지점(원문로그의 9시11분22초의 세월호 위치와 인천 운항관리실에서 촬영된 동일시간의 위치)간 거리 표시. 출처=구글 어스.

김 부장 사진의 좌표와는 다르지만, AIS 로그원문엔  9시11분22초의 데이타가 하나 존재한다.  로그원문을 디코딩하면 이 시각 세월호의 위치는 (N34도10분20.82초, E125도57분34.50초)다. 반면 김 부장이 찍은 사진에 나온 위,경도는 도분초 단위로 환산하면 (N34도10분13.82초, E125도57분35.28초)로 두 좌표의 거리차는 220여미터다. 두 좌표 모두 진도(서거차도) 기지국에서 나온 것이지만 좌표값이 다른 것이다. 물론 도분 단위로 비교해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미디어오늘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동일한 좌표값이 다른 시간대에 존재하는지도 검토했다. 정부측 주장대로 이른바 ‘도달시간’ 때문에 수신이 지연되는 경우를 고려한 것이다. 그렇지만 인천 운항관리실에서 찍힌 이 사진의 좌표는 진도(서거차도)는 물론 다른 어떤 기지국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로그 원문에서 가장 근접해있는 데이타(9시 8분 02초경) 역시 김 부장이 촬영한 좌표와 동일한 데이타가 아니었다. 도분 단위로 비교해보면 로그 원문의 9시 8분 02초의 좌표는 (E125도57.5880분, N34도10.2310)이며 김 부장이 촬영한 인천운항관리실 VMS 상의 좌표는 (E125도57.5880분, N34도10.2312분)이다. 끝자리만 다르게 보이지만 아스키코드 상으로는 완전히 다른 좌표값이다. AIS 정보에서 위,경도를 표시하는 소수점 뒤의 네 자리 숫자는 장비 자체가 전송하는 디지털데이타로서, 디코딩 과정에서 ‘도분’ 단위로 환산해도 달라지지 않는다. 환산과정에서의 계산오류일 가능성은 없다는 의미다.

운항중인 배가 송출하는 AIS 정보는 주변의 목포, 진도VTS 등을 거쳐 대전통합전산센터로 전송되고 이는 다시 관계기관의 VMS로 뿌려진다. 따라서 인천 운항관리실에서 촬영된 AIS 좌표가 정부 발표는 물론이고 로그원문에 존재하지 않는 것은 로그원문에 인위적인 수정이 가해졌다는 것 외엔 설명할 길이 없다.

▲ 진도 서거차도 운영국의 로그 원문. 서거차도 운영국의 데이터 저장시간은 실제 시간보다 5분 20초 느리다. 따라서 원문에 9시 16분 42초로 표시된 좌표가 9시11분22초의 좌표다. 사진의 파란색 표시부분.

청해진해운 김ㅇㅇ 부장은 무슨 이유에선지 이 사진을 국정원 직원에게 보냈다. 서해해경청찰청의 또다른 문서인 ‘수사보고(‘김ㅇㅇ’ 사용휴대폰 모바일 분석확인에 대한)’를 보면 김ㅇㅇ 기획관리부장은 이 사진을 촬영후 약 30분이 지난 9시41분에 국정원 하ㅇㅇ 수사관에게 전송했다. 김 부장은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인천 운항관리실에서 세월호 위치 사진을 찍어서 보낸 것이 맞다”고 확인했다.

정부가 발표한 세월호의 항적은 그동안 조작 논란에 휩싸여왔다. 정부 항적이 일부 구간에서 최고속도(21노트)의 두 배가 넘는 43.5노트(<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25회)를 보이는 등 비정상적인 속도가 나오거나 레이다 영상에서 선체가 분리되는 등 여러 문제점들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로그원문에 없는 VMS 상의 AIS 좌표가 발견됨으로써 정부의 항적 조작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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