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이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 사건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손을 떼기로 했다는 부정확한 보도를 한 데 대해 허위보도임을 인정하고 정정보도문을 냈다. 그동안 TV조선이 세월호 피해 유가족을 향한 공격적인 보도로 여론의 지탄을 받아온 점에 비춰 유의미한 결과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TV조선은 지난 14일 저녁 메인뉴스 프로그램 '뉴스쇼 판'에서 "민변은 폭행사건을 일으킨 유족들을 변호하기로 결정한 사실이 없었고, 나아가 유족들의 변호를 맡지 않기로 결정하거나 또는 유족들 변호에 참가한 소속 회원들에게 그 변호를 맡지 말 것을 요청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위 방송은 허위사실이기에 바로 잡는다"고 보도했다.

또한, TV조선은 당시 유족들 경찰 조사에 함께 입회한 '김종보 변호사'를 '박주민 변호사'라고 오보한 사실도 인정하고 정정 보도했다.

▲ 지난 5월14일 저녁 보도된 TV조선 '뉴스쇼 판' 정정보도문 캡쳐.

문제가 된 리포트는 2014년 9월23일 자 '민변, 유족변호 손 떼'라는 제목의 보도다. TV조선은 해당 뉴스에서 "대리 기사 폭행에 연루된 세월호 유가족의 변호를 맡았던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이른바 민변이 이번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면서 "변호를 맡는데 부담을 느낀 것 같은데 아무리 그래도 민변이 이래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는 유가족 경찰서 출석 당시 동행한 변호사 이름을 '박주민 변호사'라 잘못 표기하기도 했다.

이 보도는 본 사건의 담당 변호사가 민변 소속이라는 점에서 TV조선이 사실을 왜곡해 보도했다는 비판이 일었지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징계인 ‘권고’ 처분을 받아 '솜방망이 징계' 논란이 제기된 바 있다.

정정보도는 민변과 박주민 변호사가 TV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정정보도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이 진행되던 중 조정이 성립된 데 따른 것이다.

지난해 12월28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5부(부장판사 박종택)는 민변과 박주민 변호사가 TV조선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TV조선이 민변에 2000만 원을, 뉴스에 이름이 잘못 나온 박 변호사에게는 300만 원을 지급하고 판결 확정일로부터 5일 이내에 '뉴스쇼 판'에 정정보도를 하라고 결정한 바 있다.

이에 TV조선이 항소를 제기했으나 지난 3일 TV조선이 민변에 1400만 원을 지급하고 정정보도문을 내는 것으로 조정이 성립됐다. 박주민 변호사는 금전을 받지 않겠다고 의사를 표명해 박 변호사에겐 손해배상금이 지급되지 않았다.

▲ TV조선 메인뉴스 ‘뉴스쇼판’은 2014년 9월23일 4번째 뉴스 <민변 ‘유족 변호’ 손떼>에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세월호 유가족 폭행 사건에서 손을 떼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TV조선

그동안 세월호 피해 유가족을 향한 TV조선의 보도는 악의적이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공격적.편향적인 태도를 보여 왔지만 방심위로부터 중징계를 받거나 언론중재위원회, 법원 등을 통한 정정보도 결정을 받은 적은 거의 없다.

TV조선은 참사가 일어난 해인 2014년 시사프로그램 '이봉규의 정치옥타곤'에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에 참가한 시민을 향해 '친북좌경화된 좌파', '국가 파괴세력', '정통 정부를 해체시키려는 목적을 가진 반 대한민국적인 세력'이라고 보도했다. 방심위는 이 보도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밝혔지만 징계는 행정지도인 '권고' 조치에 그쳤다.

같은 해 TV조선은 당시 40일 넘게 단식을 해왔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보도에서 노골적으로 악의성을 드러냈다. TV조선 '뉴스특보'는 8월25일 '유민 외삼촌 “10년 전 이혼…이해 안돼”' 리포트를 통해 “(유민 외삼촌 아무개씨가) 김 씨가 10년 전 이혼한 뒤 딸을 돌본 적 없다가 갑자기 나타나 무슨 자격으로 단식 농성을 하느냐”며 '아빠의 자격'을 운운하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후 MBC도 이 흐름에 합류하면서 김씨가 농성하고 있던 광화문 광장 농성에 대해 "불법농성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김씨의 전 부인과 딸은 TV조선의 보도에 대해 반박한 바 있다.

TV조선의 편향적 보도는 지난해 12월 발표된 ‘세월호 사건 보도의 피해자 비난 경향 연구’에서 확인됐다. 연구진은 세월호 참사 직후인 2014년 4월16일부터 세월호 특별법 협상이 타결된 2014년 9월30일까지의 TV조선과 채널A 메인뉴스 보도를 분석한 결과, 세월호 유가족을 정치적 성향에 따라 구별 짓고 ‘행동하는 피해자’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를, 그렇지 않은 피해자에게는 긍정적인 이미지의 단어를 자주 사용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힌 바 있다.

▲ 2014년 8월25일 TV조선 뉴스쇼판 보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가 발족하고 나서는 특조위 활동을 폄하하려는 악의적 보도·막말보도가 팽배하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난해 12월23일 발표한 '세월호 특조위 관련 TV조선·채널A 시사토크쇼 모니터보고서'는 '김광일의 신통방통' 12월15일 자와 '장성민의 시사탱크' 12월16일 자를 사례로 제시했다.

'김광일의 신통방통'은 토론패널 양지열 변호사가 대통령 7시간 조사 문제로 여권 추천 특조위원 5인이 불참했다고 전한 뒤 “핵심 증인 중에서도 당시 전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같은 경우도 아예 나오지 않았고 김수현 서해지방해양경찰청장 같은 경우도 나왔다가 고혈압 증세가 있다고 해서 바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현실적으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쪽짜리 청문회다”라고 한 말을 그대로 전했다. 이에 대해 민언련은 "청문회가 권위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굳이 16일에 출석하기로 되어있는 이주영 전 장관에 대해서 '아예 나오지 않았다'고 강조하는 오보를 낸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언련은 12월16일 자 '장성민의 시사탱크'에서 특조위 해체를 주장하는 본심이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이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한 여상원 변호사는 “세월호 특조위가 이 정도로 할 것 같으면 해체해야 한다. 해체하고 검찰, 경찰 수사기록 갖다 놓고 보면 되지, 그 아까운 시간에 6개월을 연장하네 마네 하고 있지 않나. 그 시간에 이미 다 조사 끝난 걸 왜 데려다 놓고 또 묻는지 납득이 안간다”라고 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