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반에 달하는 전국 시·도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올해 최저임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241개 지자체 중 112개(46.4%)가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임금을 책정하고 있으며 위반 건수는 총 705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72개 지자체가 최저임금법으로 적발돼 고발조치를 당했음에도 40개가 늘어난 것으로, 법 준수를 지도하고 모범사업장으로 책임을 다해야 할 정부가 최저임금법 위반을 방관하고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는 비난이 제기된다.

위반 사례 중에는 시급 4800여 원이 책정됐거나 공공기관의 사정기관인 감사원이 위반으로 적발되는 경우가 발견돼 공공부문의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가 한층 더 심각한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의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 및 사례, 위반 지자체 명단을 발표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창원시 서부보건지소의 최저임금 위반 사례. 사진=민주노총 보도자료 캡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의 최저임금법 위반 실태 및 사례, 위반 지자체 명단을 발표했다.

민주노총이 자료가 없는 세종시·제주도를 제외한 241개 지자체의 2016년 일반회계 세출 사업명세서에서 기간제 및 무기계약직 인건비 항목을 전수조사한 결과 112개 지자체가 법정 최저임금 지급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법정 최저시급은 6030원, 월 환산액은 주휴수당을 포함한 126만270원(209시간 기준)이다.

민주노총은 크게 3가지로 최저임금법 위반 유형을 분석했다. 가장 많은 경우는 상여금, 연차유급휴가수당, 급식보조비 등 최저임금 산정에 반영되지 않는 수당을 제외한 임금을 분석한 결과 시급이 6030원에 미달하는 경우다. 월 단위 보수가 책정된 일자리의 경우 월 최저임금액 기준 126만270원에 미달한 사례, 일 단위로 책정된 일자리의 경우 일 최저임금액 4만8240원(8시간 기준)에 미달한 사례가 그 뒤를 이었다.

▲ 월 최저임금액 미달, 일 최저임금액 미달 위반 사례. 사진=민주노총 보도자료 캡쳐

문제는 고용노동부가 이미 지난해 실태를 파악했고 시정조치를 약속했다는 점이다. 민주노총은 지난해 4월 동일한 조사를 통해 72개 지자체의 위반을 적발해 고발했고 고용노동부도 자체 조사를 통해 지자체 61개의 위반 사실을 확인해 개선계획을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스스로 노동자를 위한 최저기준을 무시함과 동시에 상습적·반복적 위반을 방관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일부 지자체는 3~4년 전 법정 최저시급 수준의 임금을 책정해 공공부문 내 질 낮은 일자리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줬다. 창원시 서부보건지소의 자살예방사업 및 정신건강증진사업 인건비를 분석한 결과 시급 4736원이 산정돼 2013년 시급 4860원에 미달했고 동두천시 교통행정과 무기계약근로자의 경우 5140원으로 2014년 최저임금 5210원에 미달했다.

감사원도 최저임금법을 위반했다. 감사원이 지난 3월15일 낸 사무보조 기간제 근로자 채용 공고를 보면 월 급여를 최저 기준에 못 미치는 ‘125만8천 원 수준’으로 명시하고 있다. 오민규 미조직비정규전략사업실장은 “공공기관의 법 준수를 감독·감시하는 감사원조차 최저임금법을 지키지 않는다. 누가 지키겠느냐”고 비판했다.

▲ 의정부시 총무과 신규임용 공무원이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습보수를 받는 기간이 9개월로 책정돼있다. 사진=민주노총 보도자료 캡쳐
▲ '열정페이' 비판을 받은 청년일자리창출 사업의 기간제근로자 월 급여. 사진=민주노총 보도자료 캡쳐

오 전략사업실장은 공공부문의 ‘열정페이’ 문제도 지적했다. 청년 실업 문제 해소의 일환으로 추진된 청년일자리창출 사업에도 최저임금 위반이 적발됐다. 의성군 경제교통과 청년일자리창출 사업으로 고용된 기간제 노동자 20명에게 월 최저임금액에 미달하는 125만 원이 월 보수로 책정됐다.

최저임금의 90%까지 지급할 수 있는 수습 기간 기한을 위반한 사례도 적발됐다. 의정부시 총무과 기타직 신규임용후보자의 경우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습 보수를 9개월 동안 받는 것으로 돼 있다. 최저임금법 5조에 따르면 법정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수습 보수를 지급할 수 있는 기간은 최대 3개월이다. 오민규 전략사업실장은 “공무원에게조차 최저임금을 주지 않는 사례”라 지적하며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 결정되므로 실제 예산편성공무원들이 최저임금을 모를 리 없는데, 정부가 최저임금에 대해 무지하거나 전혀 관심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권두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 토론회 등에서 고용노동부에 정부·지자체가 최저임금을 위반하는 부분에 대해 선례적으로 엄하게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부 근로감독관들은 자료를 받으면 위반 여부를 30분 내로 바로 파악할 수 있으니 (이를 이용해) 바로 조치의견을 만들라고도 제시했다”면서 “고용노동부는 사실상 근로감독, 최저임금 위반 감독에 있어서 일차적 지도감독 기관인데 (위반 실태가) 전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정부의 직무유기 아니냐”고 지적했다.

민주노총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이번에 조사된 최저임금 위반 지자체를 엄벌할 것을 요구하며 중앙행정기관 및 공공기관, 지방공기업 등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임금실태를 전수조사해서 저임금 해결 대책을 마련할 것을 요구한다”며 “특히 비정규직의 임금체계를 공무원 임금체계와 같이 임금기준을 상향시키고 통일적인 체계로 개선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은 생계비에 턱없이 모자라는 빈곤임금이다. 박근헤 정부는 비정규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상시지속업무 정규직 고용원칙과 최저시급 1만 원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면서 “(문제 해결을 위해) 미조직·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노동조합 결성 및 가입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칠 것”이라 밝혔다.


<최저임금법 위반한 광역·지방자치단체 명단>

▲ 디자인=이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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