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교시 수업이 있는 날은 다른 정교사처럼 일찍 출근해서 하루 종일 학교에 있어야 한다. 비는 시간엔 수업자료를 만들고 있다. 그래도 두 시간 시급만 받는다. 주 12시간 근무라 주휴수당 혜택도 없다. 중2 영어를 가르치고 1년 계약했다. 이 학교에 나 같은 강사만 7명이다.”

“수업만 담당하면 된다고 시급만 주면서 자질구레한 업무를 많이 시킨다. 나이스(NEIS,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성적 올리거나 시험채점을 시키고 학교 행사에도 다 참여시킨다. 다른 선생님들 쓰실 수 있게 수업 자료 만들라는 지시도 받은 적 있다. 경력 인정도 안 되는 일자린데 의무만 주어진다. 사립중학교에서 한 주에 14시간 수학을 가르치고 있다. 작년에 6개월씩 두 번 일했고, 올해는 1년 계약했다.”

“한 주당 15시간 이상 일해서 받는 돈은 65~80만 원이다. 정교사, 기간제와 다르게 식대가 제공되지 않아 8~10만 원 급식비를 따로 내야 한다. 1년 계약했지만 방학 땐 다른 일자리 구하지 못하고 손가락 빨고 있어야 한다. 자원봉사하러 나오는 느낌이다. 학교가 분 단위로 수업시수(수업시간)를 계산해 4대 보험, 주휴수당을 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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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직을 기간제로 대체하더니, 이젠 기간제를 시간제로 대체하나

중·고등 시간강사를 두고 ‘필요할 때 싸게 쓰는 알바교사’라는 혹평이 제기되고 있다. 6개월~1년 장기 시간강사 일자리가 늘어남에 따라 기간제 교사 자리마저 시간강사로 대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한편 불합리한 노동조건 때문에 강사들의 불만도 점점 누적되고 있다. 시간강사들의 시급은 1만7000원부터 시작되는데 실제로 근무하는 시간 기준으로는 최저임금에 못미치는 경우도 많다. 

시간강사는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필요할 경우 학교가 정교사·기간제 교사 외에 고용할 수 있는 단기 강사다. 서울 모 중학교에서 일하는 강사 A씨의 예를 들면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주당 14시간씩 시급 1만7000원을 받으며 중2 ‘영어 C반’(수준별 수업 중 최하반) 수업을 나가고 있다. 계약기간은 약 1년이지만 기간제교원이 아닌 강사로 계약된 상태다. 형식만 보면 할당받은 노동시간을 채우고 시급을 받는 ‘시급 아르바이트’와 같다.

2015년 4월1일 교육부 교육통계 기준에 따르면 중학교 시간강사는 4279명, 고등학교 시간강사는 2569명으로 중·고교 시간강사 규모는 약 7000여 명 규모로 추정된다. 전국 시·도 교육청의 ‘계약제교원 운영지침’을 종합한 바에 따르면 시간강사는 △‘1개월 미만’ 정규교원 결원으로 기간제 교원 임용이 불가한 경우 △교육부에서 정해진 교원 수 외 일시적으로 교사가 필요한 경우 △원어민 회화 등 특수교과목 강사가 필요한 경우에 채용된다. ‘수준별교육과정운영지원’ 확대에 따른 수준별 수업 강사 명목도 근거가 된다.

문제는 ‘일시적 필요’와 ‘수준별 강사’ 명분에 근거해 질 낮은 일자리인 시간강사 제도를 남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당수 주요교과목 강사 모집 공고가 주당 12~20시수를 명시하면서 계약 기간을 3개월~1년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강사를 해봤거나 하고 있는 교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기간제 자리까지 알바 강사로 대체한다”고 의심한다.

중·고교 개학 시기인 지난 2월24일부터 3월5일까지 서울시교육청 홈페이지 구인란에 한해 강사모집 공고문을 살펴본 결과, 주당 12시수 이상, 계약 기간 3개월 이상을 임용 조건으로 한 학교는 최소 137개교였다. 시수는 12시수에서 20시수, 계약 기간은 3개월에서 1년이었다. 국어, 영어, 수학, 과학 등 다양한 교과에서 강사를 모집했고, 수준별 수업이 이뤄지는 영어, 수학에서 가장 활발히 이뤄졌다.

▲ 서울시 내 모 중학교 도덕 과목 시간강사 모집 공고.

강사 A씨는 “나 같은 강사가 2명인데 이렇게 뽑을 바에야 정교사나 기간제 1명을 뽑는 게 맞지 않느냐”며 “기간제는 상여금, 호봉, 각종 수당이 드니 차라리 싸게 시간강사 2명으로 쪼개서 뽑는 식”이라고 말했다. 기간제 교사는 호봉에 따른 고정급을 받고 상여금 지급 대상, 4대 보험 당연 가입자에 속한다. 시간강사는 일한 시수만큼 시급만 받는다. A씨는 현재 다니고 있는 학교가 20여 시수를 맡을 교사 자리를 12시수를 맡는 시간강사 둘로 나누어 고용한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현직 교사인 B씨는 “우리 학교는 부장교사의 16시수를 보조해야 할 상황에서 정규직을 뽑지 않고 8시수 씩 나누어 시간강사 2명을 뽑았다”면서 “이 경우엔 정규교원을 뽑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교육의 돌봄 기능을 생각할 때 비정규직 교원에 자꾸 기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지적했다.

2시간 수업인데 온 종일 학교에, 부당한 업무 지시 감내할 수밖에 없어

강사들이 더욱 불만을 제기하는 문제는 부당한 노동조건이다. 우선 시간강사 업무는 맡은 시간에 대한 수업에만 국한돼 있는데 실상 학교에 묶이게 된다는 지적이 팽배하다. 시간강사 C씨는 “1, 5, 7교시 수업인 날은 하루 종일 학교에서 근무한다. 일주일에 두세 번 그렇게 일하지만, 시수가 작아 한 달에 쥐는 돈은 겨우 20만 원 남짓”이라고 말했다. A씨도 “수업 준비 시간, 근무 시간, 심지어 이번에 공개수업도 하게 됐는데 이런 준비를 다 따지면 최저임금이 안된다”며 “급식비, 정장, 교통비 등에 드는 돈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수업 외 업무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사립중학교에서 일하는 강사 D씨는 “계약할 땐 수업만 얘기했는데 점점 여기저기서 다른 업무를 맡기고 (해야 한다는) 눈치를 받게 된다”면서 “시험 문제 출제, 채점, 나이스에 성적 올리기 등은 강사가 아니라 선생님 업무인데 나한테 떨어질 때가 종종 있었다. 부당하다 생각해도 솔직히 약자 입장이라 내 일이 아니라고 말하는 게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2014년 대구지역에서 강사 일을 했던 E씨는 “교감이 시간강사도 급식지도를 하라고 해서 강사들이 못한다고 단체로 따지니깐 법 들먹이며 근무태만으로 고소할 수 있다고 협박한 적이 있다. 같은 학교 교무부장이 과학의 날 행사 때문에 과학교사들이 수업에 빠지는 것을 시간강사들에게 메꾸라고 통보했는데 수당은 지급하지 않는다고 한 적이 있다”며 “시간강사를 그때그때 자기네들 필요할 때 싸게 써먹는 학교들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비판했다.

시간강사를 지원하는 이들 중 상당수는 임용고시 준비생이라 이같은 상황이 더 곤혹스럽다는 지적도 있다. 준비생들은 치솟은 임용고시 경쟁률에 시험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경력을 쌓거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강사 일을 병행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학교에 하루종일 묶여있어야 하거나 그만큼 수입이 나오지 않아 ‘울며 겨자먹기’로 일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대구에서 시간강사를 하는 F씨는 “15시수가 되면 주휴수당, 4대 보험이 되니 14시수밖에 수업을 주지 않는다. 시간표는 배려없이 짜주기 때문에 하루종일 학교에 묶여있어야 한다”면서 “방과 후 하는 날은 마치면 5시가 된다. 다른 일을 더 구해서 하기도 힘들다”고 토로했다.

주휴수당 안주려 12시간 배정? “학교 측 편법 쓰지 말라”

시간강사들이 당장 요구하는 것은 ‘학교 측의 배려’다. 시간강사에게 추가업무나 정규 교원들이 기피하는 일을 시키는 것은 금지하거나 시간제 근무 특성에 맞게 수업 시간 배분을 효율적으로 해달라는 것이다. 시간강사들은 수준별 수업에서 ‘최하위반’을 도맡는 경우가 많아 수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시수가 적음에도 종일 근무하거나 주 5일을 학교에 나가야 할 정도로 불합리한 시간표를 배정하는 경우가 많다.

시간강사 제도를 취지에 맞게 운용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됐다. 출장, 휴직 등 1개월 미만으로 현직 교원이 자리를 비우는 경우가 생기며, 업무가 과중한 수석교사의 수업시간 보조나 학생 수 감소에 따른 시수 축소에 따라 10시수 이하의 ‘자투리 시수’를 맡을 교사가 필요한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런 최소한의 상황에서만 시간강사를 채용하고 그 외는 보다 처우가 나은 기간제 교원이나 정규 교원 확충을 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현재 한 특성화고등학교에서 한국사 6시수를 맡은 한 시간강사 F씨는 “한문 과목의 경우 학급 수가 줄어 한문 선생님 1분 수업시수를 제외하고 6시간만 남은 경우가 있다. 이렇게 자투리 시간이 남을 경우는 시간강사가 필요하다”면서도 “교사들이 평균 16~18시간 수업하는 걸 감안할 때 14시수부터는 최소한 기간제를 고용하는 게 필요하다. 지금은 시간강사로 때우고 있는 것”이라 지적했다.

▲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시간강사의 열악한 처우를 토로하는 댓글.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더욱 열악한 일자리를 만드는 ‘편법’을 철저히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 현직 교사는 교사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영어 수준별 수업 강사를 뽑는데 36시간을 담당할 교사로 18시간 2명을 뽑으면 되겠다 했더니 14시간 넘으면 4대 보험료가 나가서 안된다고 12시간씩 3명을 뽑아야 한다고 했다”면서 “12시간 일하고 시간당 1만7천 원씩 받으면서 학교를 거의 매일 나와야 하는데 … 무슨 굉장한 경제논리에 예산 절감이라며 자랑스러워하는데 내가 보기에는 이런 동물적 야만이 따로 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일부 학교는 교육청이 시간강사비는 지원하지만 15시간 이상 근무자에게 발생하는 주휴수당 및 4대 보험 관련 비용 지원하지 않기에 시간표를 조정해 14시간 이하 시간강사만 뽑기도 한다.

교육청, 개선대책 없고 상황 파악 못 해… 부족한 예산이 근본적 문제라는 말만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교육청은 들어본 적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권동흠 서울시교육청 주무관은 10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시간강사 고용을 내걸면서 수개월 넘게 임용하는 사례는 소수일 것이다. 만약 그런 사례가 있으면 파악해보겠다”면서 “충분한 시수를 맡고 1개월 이상 근무할 시엔 강사가 아니라 기간제로 뽑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지적했다. 조찬범 경기도교육청 주무관은 “시간강사 명목으로 수개월을 뽑는 경우는 들어보지 못했다. 강사 측이나 일부의 생각일 수 있다”며 “기간제 교원은 파악하고 있지만, 강사의 경우는 개별 학교에서 일일이 몇 명인지 보고받지 않고 교육청에서도 조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취지에서 벗어난 시간강사를 활용하는 이유로 권 주무관은 “수업시수가 한 사람이 맡기에는 좀 많고 두 사람이 맡기에는 애매한 경우에 정규교원을 두 명 뽑기 힘드니 장기 시간강사를 이용한다고 들었다”면서 “교육부에서 내린 정원이 정해져 있어 우리 마음대로 신규 채용을 할 수 없다. 기간제가 있다고 해도 기간제는 정규교원을 대체하는 경우에만 임용할 수 있어 시간강사를 채용하게 되는 것”이라 말했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부족한 예산이라는 지적이다. 애매한 수업시수가 노동조건의 열악함을 설명해주지 않으며 ‘정원 외 기간제 교원’의 경우 학교의 필요에 따라 충분히 채용 가능하기 때문이다. 권 주무관은 “교육부가 필요보다 적은 교사 정원을 책정한다. 정원 외 기간제 교원도 4만 명이 넘어가는 상황에서 마음대로 늘리기 힘들다”면서 “재원 문제가 가장 크다. 기간제 교원은 처우와 복지를 따지면 시간강사보다는 몇 배가 더 들어간다. 정원과 예산이 정해진 상황에서 무한정 정규직과 기간제를 늘리기 어려운 것”이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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