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세상의 근본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살아나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 하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게 딱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밥이고 하나는 노동입니다.”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126주년 세계노동절 대회에 2만여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모인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의 발언이다. 김 의장은 “밥이 하늘이고 노동이 하늘인데 현재도 그런가”라며 “현재 노동자들이 수백일째 하늘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고 나머지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

▲ 1일 노동절을 맞아 2만여명의 시민과 노동자들이 서울 대학로 일대를 가득 메웠다. 사진=장슬기 기자.

▲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노동자대회에 정의당 추혜선, 이정미, 노회찬, 김종대(왼쪽부터) 당선자가 참석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노동절 행사에는 정의당 노회찬, 김종대, 추혜선, 이정미 당선자도 참여했다. 노회찬 정의당 당선자는 “4·13총선은 반노동적인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총선은 끝났지만 국민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더 가혹한 심판이 박근혜 정권에게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당선자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민심을 받아들인다면 4대개혁과 양대지침(쉬운해고·취업규칙 변경)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어버이연합 뒷돈이나 대는 전경련을 비호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사진=장슬기 기자
▲ 사진=장슬기 기자

노 당선자의 요구처럼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5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폐기와 노동부 장관 퇴진 △경제위기에 대한 재벌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원 △주 35시간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과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한국경제는 2%대의 구조적 저성장, 임금없는 성장, 나쁜 일자리 확산이라는 3중고에 빠져있는데 원인은 금융자유화·노동유연화를 주축으로 한 경제정책과 재벌주도의 경제구조”라며 “한국 경제위기의 진짜 주범이자 ‘나쁜 일자리’의 주범인 재벌에게 경제위기의 진짜 책임을 묻는 게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노동절 집회에서는 경찰 차벽이 등장했고, 집회 참가자들이 대치했다. 당시 경찰은 이 상황을 기록하는 사진 기자들을 향해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쐈고, 일부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등이 파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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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속노조 조합원들이 한광호 열사 사진을 들고 행진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세계노동자대회에는 이주노동자들도 참여했다. 사진=장슬기 기자
반면 이날 행사는 상대적으로 평화롭게 진행됐다. 대학로에서 벌어진 수도권(서울·경기) 세계노동절대회를 마치고 노동자와 시민은 대학로-종로5가-종로1가-청계광장으로 행진했다. 행진에는 노조가입을 상징하는 빨간 우산을 든 참가자를 시작으로 해 공공운수노조와 공무원 노조 등은 가면·피켓 등을 통해 최저임금 1만원이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했고, 서비스연맹은 대형마트에서 이용하는 카트를 통해 노동권 보장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시청광장으로 이동해 유성기업 소속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에 헌화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현대자동차(원청), 유성기업과 지난 2011년 5월18일 직장폐쇄 이후로 투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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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남지부 유성기업 윤영호 아산지회장은 “자본과 정권이 한 몸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처벌할 수 있는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이 한광호 열사가 자결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6년간 버틸 수 있던 것은 함께했던 동지의 힘”이라며 연대를 호소했다.

▲ 빨간우산은 노조가입운동을 의미한다. 사진=장슬기 기자

▲ 단원고 2학년9반 세희아빠, 임종호씨는 "19대 국회에서 마무리하지 못한 특별법 개정을 20대 국회에서는 해야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했던 특검도 진행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은 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서명을 받는 부스모습. 사진=장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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