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은 세상의 근본입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힘입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살아나고자 합니다. 이 세상에 하늘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게 딱 두 개가 있는데 하나는 밥이고 하나는 노동입니다.”
1일 서울 대학로에서 열린 126주년 세계노동절 대회에 2만여명의 노동자와 시민이 모인 가운데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의 발언이다. 김 의장은 “밥이 하늘이고 노동이 하늘인데 현재도 그런가”라며 “현재 노동자들이 수백일째 하늘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고 나머지 대다수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으로 끝없이 떨어지고 있다”고 박근혜 정권을 비판했다.
노동절 행사에는 정의당 노회찬, 김종대, 추혜선, 이정미 당선자도 참여했다. 노회찬 정의당 당선자는 “4·13총선은 반노동적인 박근혜 정권에 대한 심판이었다”며 “총선은 끝났지만 국민의 심판은 끝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총선에서 나타난 민심을 제대로 수렴하지 못한다면 더 가혹한 심판이 박근혜 정권에게 있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 당선자는 박근혜 정권의 노동개혁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정부가 민심을 받아들인다면 4대개혁과 양대지침(쉬운해고·취업규칙 변경)을 즉각 폐기해야 한다”며 “어버이연합 뒷돈이나 대는 전경련을 비호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을 살리기 위한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당선자의 요구처럼 노동계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정책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5가지로 △박근혜 정부의 ‘노동개악’ 폐기와 노동부 장관 퇴진 △경제위기에 대한 재벌책임 전면화 △최저임금 1만원 △주 35시간 노동시간 단축 △비정규직과 교사공무원 노동기본권 보장 등이다.
민주노총은 “현재 한국경제는 2%대의 구조적 저성장, 임금없는 성장, 나쁜 일자리 확산이라는 3중고에 빠져있는데 원인은 금융자유화·노동유연화를 주축으로 한 경제정책과 재벌주도의 경제구조”라며 “한국 경제위기의 진짜 주범이자 ‘나쁜 일자리’의 주범인 재벌에게 경제위기의 진짜 책임을 묻는 게 정당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노동절 집회에서는 경찰 차벽이 등장했고, 집회 참가자들이 대치했다. 당시 경찰은 이 상황을 기록하는 사진 기자들을 향해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쐈고, 일부 사진기자들의 카메라 등이 파손됐다.
[관련기사 : 물대포 맞은 기자들, “경찰이 카메라에 조준해서 쐈다”]
참가자들은 시청광장으로 이동해 유성기업 소속 한광호 열사의 분향소에 헌화하는 것으로 이날 일정을 마쳤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은 현대자동차(원청), 유성기업과 지난 2011년 5월18일 직장폐쇄 이후로 투쟁하고 있다.
[관련기사 : 폭행에 두개골 함몰, 화장실 쫓아와 몰래카메라까지 ]
민주노총 금속노조 대전충남지부 유성기업 윤영호 아산지회장은 “자본과 정권이 한 몸이라는 것이 확인됐고 처벌할 수 있는 책임자들을 처벌하지 않았다는 것이 한광호 열사가 자결하는 과정에서 확인된 것”이라며 “이런 과정을 6년간 버틸 수 있던 것은 함께했던 동지의 힘”이라며 연대를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