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평가 결과 JTBC가 지상파3사를 제치고 1위를 자치했다”고 JTBC가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조사를 실시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은 “그렇게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JTBC의 보도를 '팩트체크'해본 결과 지상파와 종편을 별도로 실시한 조사를 JTBC가 임의로 통합해 줄을 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JTBC 입장에서는 그렇게 볼만한 이유가 있어 ‘오보’로 볼 순 없지만 그래도 ‘오버’한 건 사실이다.

JTBC 뉴스룸은 지난 29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실시한 방송채널평가 7개 부문 모두 자사가 지상파와 종편을 통틀어 1위를 차지했고, 시청자만족도 조사에서 민영방송 1위(전체 2위)를 차지했다며 ‘자화자찬’ 보도를 내보냈다. 뉴스룸은 “이 조사는 가장 정확하고 신뢰도가 높은 평가”라며 “JTBC가 공정성과 신뢰성에서 KBS1TV까지 제치고 1위를 차지한 건 시청자들이 JTBC 보도의 사회적 순기능을 높이 평가한다는 의미”라고 치켜세웠다.

▲ 지난 29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JTBC는 이번 성과를 JTBC 뿐 아니라 계열사를 통해 보도했다. 중앙일보의 30일 기사 ‘지상파·종편 8개 채널 평가 JTBC, 2년째 7항목 모두 1위’가 대표적이다. 또, JTBC는 보도자료도 따로 만들어 언론에 배포해 십여개의 언론이 관련 보도를 했다. 

JTBC의 보도는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어 보인다. JTBC는 공정성·신뢰성·유익성·공익성·흥미성·다양성·창의성 등 7개 항목 모두 1위를 차지했고, 평균점수 역시 3.67점을 차지해 타 종편은 물론이고 3.44점을 차지한 KBS1, SBS보다 높았다. 함께 실시한 시청자 만족도 조사에서도 JTBC는 7.34점으로 KBS2(7.13), SBS(7.09점), MBC(7.02점)보다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KISDI 보고서 원문을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KISDI는 지상파와 종편 평가에 참여한 응답자의 수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동등비교하기 힘들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번 조사는 5만여명에 달하는 시청자들이 직접 자신이 본 채널과 프로그램에 대해서만 평가를 내린 것이다.  지상파와 종편의 시청률 격차가 크다보니 종편의 경우 응답자의 수가 지상파의 비해 2~3배 가량 적게 나타났다. 또, 응답자들은 프로그램을 일일이 평가하는데 프로그램 수가 많은 지상파와 재방률이 높은 종편의 결과를 하나로 묶어서 보기도 힘들다. 

해당 조사는 애초에 지상파와 종편을 별개로 실시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KISDI 관계자는 3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응답자들에게 '지상파에 대한 평가를 하겠습니다' '종편에 대한 평가를 하겠습니다'라는 식으로 애초에 따로 카테고리로 묶어서 진행한 것으로 지상파와 종편에 대해 응답자들의 평가 잣대도 달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응답자들이 지상파에 기대하는 기본적인 수준이 있는 상황에서  종편에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잣대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2015년 방송채널 평가 보고서 원문. 지상파와 종편의 순위를 같은 잣대로 비교하는 건 무리라는 내용이 포함 돼 있다.
평가결과를 둘러싼 논쟁은 지난해에도 벌어진 바 있다. 지난해 3월31일 SBS는 취재파일에서 “한 언론사는 두 개의 그래프(지상파와 종편)를 하나로 합쳐서 순위를 매겼다. 지상파와 종편을 나눠서 발표한 취지나 의도와는 맞지 않는다”며 JTBC와 중앙일보를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SBS는 “자료를 해석하는 단계에서부터 조사 설계의 기본적인 근간을 부정하면 그 해석이 신뢰를 받을 수 있을까”라며 “아전인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반론도 있다. 앞에서 언급했다시피 ‘방송을 시청한 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평가’이기 때문에 지상파 역시 모든 채널에 대한 평가자의 수가 같지 않다. 중앙은 지난해 4월16일 “일각에선 지상파 프로그램에 대한 응답자 수가 종편 프로그램의 응답자 수 보다 2배 이상 많기 때문에 일렬로 순위를 비교하면 안 된다고 주장한다”면서 “하지만 같은 논리라면 KBS2(5만1000명)와 SBS(3만7000명)의 응답자 수도 상당한 차이가 나기 때문에 비교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KISDI의 논리에 ‘모순’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보고서는 양적조사인 시청률조사의 한계점을 지적하기 위해 이번 조사의 ‘응답자 규모(시청자 수)’와 ‘프로그램 평가’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결과 “거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JTBC 관계자는 1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KISDI측이 상관관계가 거의 없다고 밝혔는데, 종편의 패널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같은 기준으로 서열화할 수 없다는 건 모순된다”고 말했다.

근본적으로 JTBC와 중앙일보는 방통위와 KISDI가 지상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의심을 품고 있다. 지난해 3월30일 중앙일보는 KISDI에서 지상파와 종편의 평가결과를 따로 발표한 이유를  “주무부처인 방통위가 순위가 하락한 지상파 방송사들을 의식한 조치라는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KISDI가 조사 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했으나 이번에는 따로 알리지 않고 홈페이지에 결과만 올렸다. JTBC 관계자에 따르면 JTBC는 이달 초 평가결과를 방통위를 통해 비공식적으로 들었지만, 방통위가 공개를 늦췄다. 실제 평가결과가 지난해엔 3월30일에 나왔지만 올해는 한달이나 늦은 4월30일에 나왔는데 KISDI는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결국 JTBC와 중앙일보는 자신들의 의심이 합리적이라고 보고 지상파와 종편의 줄을 세워 자사 순위를 부각시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JTBC와 중앙일보의 주장이 아무리 설득력이 있다고 해도 조사 당사자가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평가결과를 입맛에 맞게 손보는 건 문제가 있다.

더욱이 보도를 하더라도 논쟁 중인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시청자와 독자들에게 평가를 둘러싼 쟁점이 무엇인지 설명을 하는 게 맞다. 지난해 중앙일보만 하더라도 “시청자 만족도의 연도별 추이를 보는 것이 중요하지, 채널별 순위를 비교하는 건 무리가 있다”는 KISDI의 주장을 기사 말미에나마 언급했다. 그러나 지난해 JTBC와 올해 JTBC, 중앙일보는 이 같은 반론을 담지 않았다.

▲ 지난해 3월30일 JTBC 뉴스룸 보도화면 갈무리.

“웬만하면 자기 자랑은 뉴스에서 하지 않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만, 오늘은 좀 예외로 하겠습니다.” 지난해 3월30일 뉴스룸에서 손석희 앵커가 방송채널 평가결과를 발표하면서 했던 멘트다. 그의 말마따나 지난해에도 올해도 ‘예외’가 되지 않았으면 더욱 좋았을 보도다. 충분히 자랑할만한 보도지만 자랑이 지나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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