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어버이연합 게이트의 핵심 인물인 추선희 사무총장이 닷새째 행적이 오리무중이다.

추 사무총장은 지난 25일 jtbc 건물 앞에서 항의 시위를 하겠다고 밝혀놓고 행적을 감췄다. 

그는 경실련과 청년단체로부터 고발을 당해 피의자 신분의 처지에 있다. 특히 청와대 지시 의혹의 핵심 당사자로서 그의 발언 하나하나가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밝혀줄 실마리가 될 수 있다. 그의 행방을 알 수 없는 상태가 계속될수록 증거를 인멸하거나 의혹 당사자들과 말을 맞출 가능성도 높아진다. 시간 끌기를 통해 이슈를 잠재우는 전략일 수도 있다.

어버이연합 측은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못하지만 알려줄 수도 없다"고 전화를 끊었다. 재차 전화를 걸었지만 아예 연락을 받지 않았다. 언론과 자주 접촉했던 이종문 부회장 역시 수차례 전화연결을 시도했지만 받지 않았다. 

추선희 사무총장의 측근들도 그의 행방을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어버이연합 법률 고문을 맡고 있는 서석구 변호사는 "청와대 지시 의혹이 나오고 난 뒤 걱정돼서 전화를 했는데 그런 적이 없고 보도가 잘못됐다고 하고 전화가 끊어졌다. 이후 연락을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추선희 사무총장의 자금 착복 의혹과 부적절한 금전 거래에 대해서도 "원래 어버이연합은 70~90대 참전 세대가 주요 회원인데 (젊은)추 사무총장은 남다른 애국심을 가지고 있다"며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권이 잡았을 때 어버이연합이 어려움 속에 있었다. 언론이 추리소설을 쓰면 안된다"고 말했다.

반면 땅굴 실체와 관련해 어버이연합에서 안보 강연을 해왔던 김진철 목사는 최근 논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면서도 "정말 언론 보도대로 사실이라면 충격이긴 충격"이라고 말했다. 

추선희 총장의 잠적으로 엉뚱한 피해자도 생겨나고 있다. 추 총장은 모두 3개의 휴대전화 번호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이중 한개의 번호가 다른 사람의 명의로 옮겨지면서 기자들의 전화로 몸살을 앓고 있다. 

A씨는 자신을 울산에서 대학을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하면서 "1년 전부터 추선희 사무총장을 찾는 전화가 오더니 최근에는 하루에 백통까지 기자들 전화를 받아봤다"면서 "추선희라는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인터넷을 통해 찾아봤다. 이 사람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냐, 이 번호로 전화를 하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 추선희 대한민국어버이연합 사무총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추선희 사무총장이 잠적하고 난 뒤 또다른 의혹의 한 축인 청와대도 약속이나 한 듯이 입을 다물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26일 언론사 편집 보도국장과 간담회에서 "어버이연합에 지시를 했다고 문제가 되고 있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그렇게 보고를 분명히 받았다"고 말한 이후 청와대는 어버이연합 의혹에 대해 공식 대응을 일절 삼가고 있다.

최고통수권자가 집회 개최 지시를 내렸다는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으면서 청와대 공식 조사는 커녕 진상조사를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허현준 청와대 행정관은 미디어오늘의 수차례 인터뷰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허 행정관이 있는 국민소통비서관실의 정관주 비서관은 문화부 1차관을 맡고 있는데 문화부 측은 정 비서관이 외부 출장 중이라며 연결을 시켜주지 않았다. 정관주 차관 윗선인 현기환 정무수석도 일체 연락을 받지 않고 있다.

시사저널은 추선희 사무총장 뿐 아니라 다른 탈북자 단체 대표의 말을 빌려 청와대 지시설이 맞다고 보도했지만 청와대는 이에 대해서도 논평하지 않았다. 

보통 청와대는 사실 관계가 확인되거나 부인할 수 없을 경우 '개인일탈'로 꼬리 자르기를 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 어버이연합 사태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을 지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청와대가 침묵할수록 시민사회단체의 목소리는 커지고 있다. 29일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충목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청와대와 국정원, 전경련을 압수수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 대표는 "진보 인사에 대해 자그마한 꼬투리만 있어도 압수수색과 처벌을 밥 먹듯 했던 경찰과 찰이 지금 뭐하고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날 부산에서도 "검찰은 증거를 은폐할 가능성이 높은 청와대 행정관 등을 즉각 구속하고 관련 기관을 압수수색해야 한다"(민주부산행동)는 주장이 나왔다.

정치권에선 더불어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도 어버이연합 테스크포스를 구성하기로 하면서 검찰 수사를 압박했다. 이날 임내현 국민의당 법률위원장은 "검찰에 요청한다. 전경련 자금지원 경위 및 그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면서 "청와대 허모 선임행정관의 어버이연합 집회지시와 관련해 청와대 윗선의 지시나 개입 여부를 수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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