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가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보도하지 않으며 극단적인 편향을 드러내고 있다. 공영방송이 논란을 은폐하고 여론을 조작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지난 17일부터 27일까지 11일간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지상파3사와 종합편성채널4사의 메인뉴스를 분석한 결과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지상파3사는 KBS 1건, MBC 1건, SBS 3건의 리포트를 내보냈다. KBS는 1건의 리포트마저 10초 수준의 단신이었다. 단신으로 ‘면피’를 시도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이다.

KBS와 MBC는 박근혜 대통령이 편집·보도국장과 오찬 간담회를 가졌던 26일에서야 메인뉴스에서 어버이연합 이슈를 보도했다. 이 날은 박 대통령이 어버이연합 게이트와 관련해 처음으로 직접 입장을 밝힌 날이었다. 이날 KBS·MBC 보도는 검찰이 ‘어버이연합 전경련 자금 지원 의혹’ 수사에 착수했다는 내용을 단순 전달하는 수준이었다.

▲ 지난 26일 언론사 편집·보도국장 청와대 오찬 회동 모습. 박근혜 대통령 왼쪽에는 정지환 KBS보도국장, 오른쪽에는 최기화 MBC보도국장이 앉았다.
ⓒ 연합뉴스
같은 기간 JTBC는 49건의 리포트를 내보내며 공영방송을 압도했다. 미디어오늘이 28일자 방송7사 메인뉴스까지 확인한 결과 이날 관련보도를 한 곳 역시 JTBC가 2건으로 유일했다. 12일 간 방송6사 메인뉴스 총 보도량은 21건인데 반해 JTBC는 51건으로 방송6사의 2.5배 수준이었다. TV조선의 경우 11건의 리포트를 내보내며 JTBC 다음으로 보도량이 많았다.

▲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련 JTBC 주요 보도현황. ⓒ민주언론시민연합
▲ 4월17일부터 11일간 7개 방송사의 메인뉴스 어버이연합 관련 보도량 비교.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어버이연합 게이트는 어버이연합이 누군가의 돈을 받았다는 단순한 수준의 사건이 아니다. 청와대, 국가정보원, 전경련이 묶여있는 거대한 여론조작사건이다”라며 사안의 중요성을 강조한 뒤 “TV조선이 명백한 정부편향 방송사임에도 사회의제를 덮어버리면 시청자에게 외면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보도하고 있지만 정작 KBS와 MBC는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만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종편은 정부에 불리해도 화제가 되는 내용을 외면하진 않지만 지상파는 정부에 불리한 내용을 아예 보도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종편 출범 당시 여론편향을 우려했던 지상파3사가 오늘날 종편보다 편향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이와 관련 전국언론노조(위원장 김환균)는 29일 <KBS·MBC의 ‘어버이연합’ 보도은폐, 이러고도 공영방송이라 할 수 있나>란 제목의 성명을 내고 “두 공영방송은 단순히 국민의 알권리를 외면한 것이 아니. 철저하게 보도를 은폐하면서 국민의 알권리를 고의적으로 침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 28일 뉴스타파 보도화면.
KBS·MBC에서 보도공정성과 제작자율성을 주장하다 징계를 받은 기자·PD들이 주축이 된 탐사저널리즘센터 뉴스타파는 28일 “KBS·MBC 등 주류언론은 정부여당에 정치적으로 불리한 상황이 생길 때마다 일반적인 시민단체나 시민들의 목소리와 대척점에 서는 ‘보수’의 주장으로써 어버이연합의 집회나 시위를 활용해 왔다”며 “이른바 1대1, 기계적 균형보도를 한다며 사실은 보수여당의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여론몰이나 물타기를 해왔다”고 보도했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보수 성향 주류언론이 어버이연합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하는 이유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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