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박근혜 대통령의 양적완화 정책을 비판하며 경제 정책의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국민의당의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등 새로운 지도부가 꾸려진 후 처음 갖는 회의에서 지도부가 공통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던진 것이다. 이런 메시지는 26일 열린 워크숍에서 감상조 교수가 강조한 내용이기도 하다. 국민의당은 이날 비공개회의에서 ‘안철수-천정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당헌을 개정했다.

▲ 29일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9회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박지원 새 원내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28차 최고위원회의에서 안철수 대표는 “기업부실과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박 대통령께서는 양적완화 카드를 꺼내셨다”며 세 가지 점에서 옳지 않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양적완화는 비전통적 통화정책이며 전통적 방법이 효과가 없을 때 쓰는 것이므로 지금까지 정책이 실패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 △한국은행에서 돈을 찍어내는 것보다 추경이나 공적자금 투입이 먼저라는 점 △국회에 의논 없이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입장을 먼저 밝힌 점을 지적했다.

이어 안 대표는 “양적완화 카드는 국민들을 불안하게 하고 경제와 시장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다른 수단을 제쳐두고 양적완화카드를 꺼낸 것은 무책임한 일”이라며 “지금 대통령이 할 일은 기업의 부실과 경제의 위기를 있는 그대로 국민들 앞에 설명하고 함께 극복해 나가자고 설득할 때”라고 말했다.

다른 지도부도 마차가지였다. 천정배 공동대표는 “양적완화를 포함한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비용을 고스란히 후세대에게 부담시키는 일”이라며 “이런 수단을 이야기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경제 정책, 정치 운영의 실패로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된 데 대해서 국민들께 먼저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천 공동대표는 안철수 대표가 지적한 3가지 외에 대기업 등의 도덕적 해이를 문제로 꼽았다. 천 대표는 “박 대통령식의 양적완화는 정부와 부실 대기업에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부실 대기업 입장에서는 정부 관료들만 잘 관리하면 기업 위기가 오더라도 선별적 양적완화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새 원내대표로 추대된 박지원 신임 원내대표는 “지금까지 경제가 잘됐다고 주장했던 박근혜 대통령은 이제 와서 조선 해운 업계만 구조조정하면 될 것 같이 얘기를 하지만은 총체적으로 구조조정 해야 한다”며 “먼저 다시 한 번 대통령께서 변해서 (경제 정책의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하고 국민과 국회를 설득할 것을 간곡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경기도 양평에서 열린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김상조 한성대 교수가 강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렇게 국민의당 지도부가 정부의 양적완화에 한목소리를 내는 것은 지난 26~27일에 열렸던 워크숍의 영향으로 보인다. 워크숍 프로그램 가운데 김상조 한성대 교수의 강의에서 나온 말들이 오늘 최고위원회의 내용의 골자였다.

26일 김상조 교수는 국민의당 워크숍에서 “여당 쪽에서 한국판 양적완화를 꺼냈을 때 야당은 양적완화가 마지막 카드라는 것을 인식하고 우선 박근혜 정권의 경제정책 실패를 인정하자고 하면서 논의하자고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워크숍 이후 처음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당 지도부는 김상조 교수의 주문대로 입을 모은 것이다.

한편 국민의당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안철수-천정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당헌을 바꾸는 작업을 마쳤다. 비공개 회의 이후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브리핑을 통해 “전당대회 개최 시기 관련한 당헌을 개정했다”며 “창당 및 총선이 끝난 지 얼마 안 돼 열리게 되어 지역위원회 등 당 골간 조직 구성을 완성하기 위해 전당대회 시기를 2017년 2월 28일 이전에 개최하는 것으로 개정했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당헌 부칙 제2조(창당대회에서의 당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제3항에 따르면 차기 전당대회는 창당 후 6개월 이내에 개최한다고 규정돼있었다. 애초의 당헌대로라면 전당대회를 열어 새 대표를 뽑아야 하므로 전당대회를 늦추는 것은 결국 지금의 ‘안철수-천정배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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