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청와대 행정관의 지시로 탈북민 단체를 집회에 동원한 사실이 밝혀지며 ‘어버이연합 관제데모 의혹’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동원 대상인 탈북민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다른 탈북민 단체들도 관제 데모에 동원됐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고 ‘일당만 받으면 무엇이든 하는 전문 시위꾼’이라는 탈북민 전체에 대한 편견도 강화되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7일 탈북민 단체의 입장을 듣기 위해 한국에 온 지 15여 년이 된 한 탈북민 A씨와 전화인터뷰를 진행했다. A씨는 국가보조금을 지원받는 탈북민 단체에서 일하고 있으며 북한 이탈 주민의 국내 정착을 돕는 일을 하고 있다. 다소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우려되는 부분도 있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가감 없이 그대로 싣는다. 

- 청와대가 탈북민을 동원해서 관제집회를 했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북한 이탈 주민들은 ‘어버이연합 사태’를 어떻게 보고 있나?

"어버이연합은 그 전부터 알고 있었다. 나도 성향은 보수적이지만 어버이연합은 (탈북민) 보수층도 좋아하는 않는 단체다. 낄 때 안 낄 때 구분 안 하고 경우 없이 (집회에) 나가서. 성향에 맞지 않으면 화형식하는 등 도를 지나친 시위를 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탈북민은 북핵 반대, 북 정권 반대, 북한인권법 관련 시위 외에는 안 나가는 게 원칙이다. 탈북난민인권연합은 어버이연합을 너무 추종했다. 어버이연합이 돈을 대주면서 난민인권연합 시켜서 탈북민 모집하고 시위동원한 거 아니냐. 둘이 좋을 때는 같이 해쳐먹다가 기분 나쁘니까 이제 와서 (서로가) 너네 당해봐라 하고 물고 뜯고 하고 있다. 우리도 (그들이) 돈 받으면서 시위나가는 건 형태적으론 알고 있었다."

- 탈북민들이 돈을 받고 집회에 나가는 건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인가?

"공공연한 사실인 게 아니고… 어버이연합이 탈북민들을 시위에 동원한 건 맞고 전경련에서 돈을 줬다. 핵심이 틀린 건 아니다. 다만 탈북민은 돈 액수가 적은 데도 나오는 거다. 직장 나오는 사람은 못 나오니 집에서 노는 어르신들이 나온다. 바깥바람도 쐬고 외부 활동도 하고 듣고 보는 것도 있고 하니 여러 사람이 동무삼아 나오는 거다.

나도 (집회) 지원해주는 사람한테 탈북민들 밥값이라도 넉넉하게 주게 돈 좀 많이 달라고 한 적이 있다. 이런 요구는 그냥 내 심정인 거고. 최소한 2만 원 정도 주니까 나오더라, 이거다. 그게 왜 2만 원이 됐냐. 원래 교통비, 식비였다. 처음엔 밥을 준다고 먹고 가라 하니 탈북민들이 ‘밥 말고 차라리 돈을 달라’고 했다. 그게 처음엔 난처했는데 그들에겐 현금, 상품권 주는 게 더 현실적이다. 밥 주는 거 필요 없다고 해서 시작된 건데."

▲ 관제데모 의혹을 사고 있는 보수성향의 단체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4월21일 시사주간지 '시사저널' 건물 앞에서 시사저널 규탄집회를 열었다. 사진=이치열 기자

- 언제부터 돈을 받고 집회에 나오기 시작한 건가?

"글쎄… 탈북민이 한국에 온 역사가 거의 15년이 돼가는데, (언제) 광범위하고 퍼지고 안 퍼졌는지는 모르겠다. 탈북민들이 그렇게 시위에 나온 것 자체를 나쁘다 하는 사람도 있고, 사회적 약자라서 돈 2만 원에 나오는 게 가슴 아프다는 사람도 있고 의견이 다양하지만, 탈북민에게 너무 돌을 던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보수 탈북민만 돈 받는 게 아니고 대한민국 모든 시위가 다 돈 받고 한다. 촛불집회든 뭐든 시위 나온 사람들, 진정성 가진 사람들 10%는 되나. 집회 많이 가서 봤는데 대절버스는 누구 돈으로 하나. 뒤쪽에서는 고기 사다 놓고 술 먹고 앉아있다. 보수나 진보나 똑같다. 대한민국 사람이 무슨 충정이 있다고 나서나. 탈북민은 돈 액수가 적은데도 나온 거고, 대한민국 국민은 돈 액수가 적으면 안 나오는 게 다른 점이다."

- 허현준 행정관이 탈북민 단체를 두루두루 안다던데, 아는 사람인가?

"나는 모르는 사람이다. 들어보지도 못했고. 그 사람이 모든 탈북민 단체를 대면하고 다녔으면 나도 들었겠지. 이명박 정부 때 사회통합수석실인가 어딘가에서 나온 사람들이 탈북민 단체 사람들하고 점심먹은 적은 있다. 추선희와 허현준처럼 만나는 관계는 (아는 선에선) 없다."

- 허 행정관이 탈북민단체들과 연루가 돼 있다는 증언이 있고, 탈북민 동원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지적이 일반적인데.

"청와대나 전경련이 연관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또 하나가 추선희란 사람이 허영이 심하다는 평판이 있다. 자기가 청와대 큰 줄이 있는 것처럼 ‘BH 쪽에 뭐가 있고 어쩌고’ 얘기하고 전화하는 것처럼 군다. 사람들이랑 얘기하다가도 (BH랑) 통화한다고 나가고, 또 나가고. 진짜 청와대랑 연관됐다면 조심하는 게 상례아닌가? 실제로 연관됐다면 그렇게 행동했겠나. (지인이) ‘청와대랑 연결도 되고 힘이 있는가 보다’라고 말해서 ‘청와대가 얼마나 바쁜데 어느 보수단체 사무국장하고 (우리가) 매번 볼 때마다 통화하고, 또 통화하고 그러겠냐. 속지 마라’고 말한 적이 있다. 만약 사실이면 그 사람이 누군지 나도 정말 궁금하다. 기자들이 밝혀줬으면 좋겠다."

- 탈북난민인권연합처럼 집회에 나가는 단체가 더 있나?

"없다. 거기가 왕초다. 난민인권연합이 어버이연합하고 주구장창 제일 많이 했다. 몇 년을. 다른 단체는 그런 여력도 없고 힘도 없어서 한 적이 없다. 여력이 없다는 건 돈이 없다는 말이다. 난민인권연합은 그동안 탈북민 구출하는 좋은 일도 많이 해서 돈도 받고 어버이연합이나 다른 단체로부터 돈 받고.

탈북어버이연합은 어버이연합 안에서 만든 거다. 사무실도 같고 같이 움직인다."

- 재향경우회가 탈북민 단체에 돈을 입금한 게 확인됐다. 경우회 말고 돈을 지원해주는 보수단체가 또 있나?

"재향경우회 말고는 없다. 재향경우회는 보수집회, 종북척결 집회 거기다 행사비용으로 돈을 대주는 거다. 김정은 타도하고 북핵 반대하는 북한 관련 집회니 탈북민들에게 협조요청한 거다. 어버이처럼 아무 집회가 아니라. (북 관련이면 탈북민도) 당연히 해야 될 일 아닌가.

두 가지다. 탈북민들은 자발적으로 나갈 때가 있고 시위 자주 하다 보면 어떻게 매번 갈 수 있나. 단체에서는 미안하니까 교통비라도 드린다, 식비라도 드린다, 이렇게 된 거다. 자꾸 ‘보통 받느냐’고 물어보는데 보통 받는 거도 아니고 가끔 받는다."

- 언론에서는 계속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데…

"그렇게 중요하면 청와대, 전경련을 파야지 왜 자꾸 탈북민을 파고들고 들쑤시냐. 전체 탈북민이 3만 명인데 동원 시위 나간 어르신들 꼽아봐야 몇십 명 안 된다. 그걸 언론이 연인원으로 몇 명 계산해서 (수치가) 나오는데… 언론이 (많은 인원처럼) 몰아간다. 2만 원 교통비 정도 받은 걸 알바라 하냐. 탈북민한테 뭐가 미운 게 있어서 그렇게 혈안이냐. 청와대, 전경련 쪽을 해야지. 탈북민은 어버이연합이 동원했을 때 가고한 것 거기까지다. 다른 거 없다.

(밝혀지게 된) 핵심 이유는 (해당 단체 간) 내부 갈등이 벌어져서 지금 지네끼리 주고받은 통장내역까고, ‘우리(탈북난민인권연합)가 너희(어버이연합)가 준 돈으로 시위나갔다’ 하는 거 아니냐. 그래서 터진 거다. 김용화라는 사람이 말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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