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상은 지난해 집수조 폭발사고로 6명의 산재 사망자를 낸 한화 케미칼에게 돌아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자신들의 산재 사망에 대해 제대로 책임지고 있지 않은 대기업을 대표해’ 특별상을 받았다.

노동건강연대, 매일노동뉴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등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과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016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수상 사실을 발표했다. 최악의 살인기업은 지난 한 해 동안 산재로 가장 많은 노동자가 사망한 기업이 선정된다.

▲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 등은 27일 오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2016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을 열고 기업살인상을 시상했다. 사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제공

지난해 산재 사망이 가장 많이 발생한 기업은 한화 케미칼이다. 지난해 7월3일 한화케미칼 울산 공장에서 폐수 집수조 보수공사에서 폭발사고가 일어나 용접작업을 하던 하청 노동자 6명이 사망하고 인근에 있던 경비노동자 1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하청노동자들은 수조 내 인화성이 강한 화학물질이 있었음에도 중화 작업없이 고열 용접 작업을 했고 그들이 작업하기 위해 받은 작업허가서도 원청 한화케미칼이 형식적인 안전점검 후 10분 만에 발급한 것이었다. 조사과정에서 해당 하청업체가 면허 자격이 없는 시공사였던 점, 한화 케미칼은 1996년 ‘녹색기업’으로 선정돼 19년 동안 정부감독을 받지 않았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조사에서 한화 케미칼은 300여 건의 안전 관련 법 위반이 적발됐다.

전경련은 공동캠페인단 자체 조사 결과 산재 사망 사고가 많은 50대 기업 중 39개가 전경련 소속 기업으로 나타남에 따라 특별상을 수상했다. 공동캠페인단은 노동부 산재보험 통계, 중대재해 보고 자료, 공무원연금, 해양경찰청 자료 등을 통해 2005년부터 2014년까지 10년 동안 산재 사망 통계를 냈고 하청기업의 산재를 원청기업의 산재로 합산했다.

이들에 따르면 2015년 중대재해 발생 833건 중 100건이 전경련 소속 회사를 원청으로 두고 있었고 전경련 회원사 523개 중 59개 기업에서 2015년 한해 104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중대재해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 비율은 2012년 37%, 2014년 38.6%로 증가하는 추세를 보인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상황이 이럼에도 전경련은 2014년 규제개혁 종합건의 제출, ‘규제 기요틴 과제’ 제출 등으로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파견 규제 완화 등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정부에 지속적으로 건의해온 바 있다.

전경련은 지난 2013년 노동자 5명을 죽음으로 몰고 간 구미 불산 누출사고 이후 발의된 화학사고 관련 기업 과징금 강화 입법안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항의했다. 매출액의 5% 이내 과징금을 부여한다는 강도 높은 규정은 이후 ‘최근 2년간 같은 위반행위를 한 경우’에만 적용하거나 1차 위반행위에 대해 개선 명령을 이행하면 같은 위반 행위로 보지 않도록 하고 과징금 처분도 2분의1을 감경할 수 있게 하는 등 대폭 완화된 안으로 통과됐다.

공동캠페인단은 기자회견문에서 “현재 화학물질 관리법은 하위 법령을 다 풀어 주어서 어떤 대기업도 화학 사고로 처벌받지 않는 휴짓조각이 되었다”며 “그 결과 화학사고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고, 결국 한화 케미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돌아왔다”고 비판했다.

공동캠페인단, 416연대 안전사회 위원회.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연대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재벌 대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1000조를 넘어가고 있는 오늘의 한국에서 수 백 건의 법 위반이 적발된 사망사고도 재벌 대기업이 받는 벌금은 사망노동자 1명당 250만 원 수준이다. 이런 현실을 개선하지 않는 한 반복적인 산재 사망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면서 “산재 사망은 기업에 의한 구조적 살인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생명과 안전에 대해 기업과 정부 관료에 조직적 책임을 묻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을 위해 더욱더 힘차게 싸워나갈 것”이라 밝혔다.

▲ 사진=노동건강연대

기업살인상 수상을 준비한 공동캠페인단은 철도 유관 노동자 산재 사망의 심각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해 한국철도공사에서 노동자 5명이 산재로 사망했고 한국철도시설공단에서는 4명이 산재로 사망했다. 공동캠페인단은 “2015년 국토교통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철도 건설현장 사고로 매년 10명꼴로 산재 사망이 반복되고 있으며 철도시설관리 공단 발주공사가 중대재해 발생률이 민간발주보다 높다”면서 “노후차량 운행, 인력 부족, 설비 보수 외주화 등이 잦은 철도사고로 이어지고 있으나, 구조적 원인은 도외시한 채 철도 기관사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몰고 가는 조직문화도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한국은 임금노동자 만 명 중 6.8명이 산재 사고로 사망한다. 2013년 OECD 주요국가의 산재 사고 사망률 수치로 영국의 11배, 독일의 5배에 달하는 등 OECD 국가 중 1위의 사망률을 기록한다. 공동캠페인단에 따르면 2014년엔 2134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했고 사망자 수는 2001년 이래로 2000명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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