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게이트’로 관제데모 의혹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청와대가 ‘개인의 문제’라고 선을 긋고 나섰다.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25일 ‘청와대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관련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국한 시켜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해운·조선업과 관련해 구조조정 논의가 가시화되는데 대해 조선일보는 “구조조정, 운명의 한달… 시간끌면 망한다”며 과감한 구조조정 단행을 강조한 한편, 경향신문은 “해고 노동자 보호할 돈 있습니까”라며 구조조정으로 인한 정리해고를 우려했다. 조선·동아 등 보수언론은 구조조정을 통한 해고는 불가피하다며 구조조정을 신속하게 해야 경제위기가 확산되지 않는다고 강조하는 논조를 보였다.

20대 총선 낙천·낙선자들의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단독 기사를 통해 “‘정피아(정치권+마피아) 낙하산의 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기관장 자리 97곳이 공석이거나 연내 임기가 만료되고, 이 자리에 사외이사와 감사를 합하면 수백 곳의 공석이 나올 전망인데 대해 중앙은 “현정부에서의 사실상 마지막 ‘공기업행 티켓’을 두고 낙하산 대전이 예고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또 ‘행정관 개인 일탈’ 꼬리자르기… 한겨레, 관제데모 배후로 국정원 지목하기도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본질은 청와대 지시가 있었느냐에 대한 것인데, 대변인 입장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청와대는 지시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면서 “행정관이 했다는 것이고, 그 행정관이 ‘지시가 없었다, 지시 안 했다’고 분명히 얘기했다”고 말했다.

▲ 경향신문 26일자 1면

청와대는 ‘어버이연합 게이트’ 개입 의혹이 제기된 지 5일 만에 입장을 밝힌 것으로 ‘허 행정관 개인의 문제’로 규정함으로써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책임으로부터 발뺌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같은 ‘꼬리자르기’는 국가정보원과 군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의혹, 비선실세 국정개입 의혹 등 대형 사건 때마다 청와대가 반복해온 ‘개인일탈’ 논리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경향신문은 “2013년 말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의 대선개입 의혹이 번지자 ‘일부 직원들의 일탈’이라고 둘러댔다. 2013년 12월 청와대 행정관이 채모군 인적사항 열람 과정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도 ‘청와대와 관계없는 일탈행위’라는 논리가 동원됐다”고 지적했다. 청와대는 2014년 말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이 터졌을 때도 “몇 사람이 개인적 사심으로 인해 나라를 뒤흔든, 있을 수 없는 일을 한 것이 밝혀졌다”고 말한 바 있다.

경향신문은 “4·13 총선 참패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청와대 입장에선 사건 파장을 이쯤에서 끊지 않으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어버이연합과 정권의 관련 의혹이 여기저기서 제기되는 만큼 청와대의 ‘발뺌’은 사태를 더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고 비판했다.

이 가운데 어버이연합 게이트 관제개입 의혹은 더 커지고 있다. 한겨레는 국정원의 관제데모 개입 정황을 포착하며 ‘국정원, 보수단체 컨트롤타워였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어버이연합에 집회 참여 ‘알바비’를 대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4억을 추가로 대준 사실이 확인됐다.

▲ 한겨레 26일자 1면

한겨레는 “친정부 관제 데모를 주도해온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의 돈줄과 배후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국가정보원이 이명박 정권 때부터 보수단체들의 활동을 사실상 지휘해온 정황이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며 관제데모 개입의 배후 중 하나로 국정원을 지목했다.

지난 25일 서울고법 형사7부 심리로 열린 ‘국정원 댓글 사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파기환송심 공판에서 검찰은 “국정원 심리전단 소속 직원 박아무개씨가 보수 우파단체와 청년 우파단체를 지원하고 지도하는 활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국정원이 2011년 6월부터 2년간 접촉한 보수단체는 약 7곳이다. 국정원은 보수단체를 통해 한진중공업 희망버스 비판, 무상급식, 무상의료 반대, 민주노동당 해산 등 정부와 여당에 유리한 신문광고와 보도자료 등을 내게 했다”면서 “국정원은 이들 단체가 벌이는 1인시위까지 관여했으며, 피켓 문구 등에 대한 의견을 직접 전달하기도 했다. 국정원은 이런 활동이 특정 보수매체에 보도될 수 있도록 직접 부탁했고, 보도된 기사들은 다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등을 통해 인터넷상에 전파됐다”고 밝혔다.

JTBC는 지난 25일 전경련이 어버이연합에 우회 지원한 돈이 모두 5억원을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는 단독보도를 냈다. 보도에 따르면, 전경련은 벧엘복음선교복지재단에 2012년 2월 1800만원 입금을 시작으로, 2013년 11월 5000만원, 2014년 2월 7000만원 등 2014년 연말까지 총 20차례에 걸쳐 5억23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재단의 계좌는 추선희 어버이연합 사무총장이 “선교재단 계좌 현금 카드를 관리했다”며 사실상 어버이연합의 차명계좌임을 인정한 바 있다.

이날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서울신문을 제외한 일간지에서는 어버이연합과 관련된 보도를 찾을 수 없었다.

보수언론 또 ‘노동자 고통 불가피’ 강조, 고통 발생시킨 경영진 책임론은 안 보여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구조조정, 운명의 한달… 시간끌면 망한다’ 보도를 통해 “4·13 총선은 여소야대를 만들어냈다. 구조조정 역사상 처음으로 야당의 협력이 필수 조건이 됐다”면서 “속도는 내지 못하고 경제 논리를 벗어나 실업 대책 등에 시간을 보내면서 골든타임을 흘려보낼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 조선일보 26일자 1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25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한진해운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등 구조조정 시기가 임박한 데 대해 조선일보는 “문제는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한진해운이 지난 2011년 발행한 1900억원의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오는 6월 말까지 1차 수술을 마무리해야 한다”면서 과감하고 신속한 구조조정 을 강조하고 나섰다.

조선일보는 관료·경제인 등 전문가들의 의견을 실은 보도를 통해 “고통 따르지만… 썩은 사과 지금 안 솎아내면 상자 전체가 썩는다”는 논리를 강조하기도 했다. 조선은 이 기사에서 “맨살도 도려낼 수도 있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외과 수술을 해야 한다”면서 “전문가들은 또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휘말려 구조조정이 골든타임을 놓치고 좌초하게 될 것을 가장 우려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이 나섰다가는 한진중공업이나 쌍용차와 같은 최악의 사태가 되풀이될 것”이라고 말한 윤상직 전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발언, 2011년 부실 저축은행 퇴출을 진두지휘했던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의 “구조조정의 책임과 권한을 가진 사람에게 전적으로 믿고 맡겨야 하며, 옆에서 왈가왈부하는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발언 등을 실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도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조조정의 근본 원인이 설비 과잉과 공급 과잉에서 비롯된 만큼 통폐합할 건 하고 버릴 건 버리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단기적으로 실업도 발생하겠지만, 지금 하는 것이 피해를 줄이는 길이라는 걸 근로자들도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동아일보 26일자 2면

동아일보는 1면 단독 머릿기사 ‘조선 빅3 중 2곳, 해양플랜트 손떼게 한다’ 기사에서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빅3’ 중 경쟁력을 갖춘 한 곳만 남기는 방식으로 사업 재편을 추진 중이라며 조선업 구조조정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어 동아는 ‘‘구조조정’ 단어가 금기였던 勞 이러다 공멸… 필요성 인정’ 2면 보도를 통해 “최근 노동계에서는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폭넓게 감지되고 있다”며 “과거처럼 ‘닥치고 투쟁’을 주장하기보다는 건설적 대안을 제시해 보자는 주장도 고개를 든다”고 강조했다. 노동계도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인정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동아일보는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이 25일 성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는 구조적 토양을 다지는 구조조정이 되길 희망한다”고 밝힌 점을 지적했다. 또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지난 22일 성명이 “단골처럼 써 먹었던 총파업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일자리를 지키기 위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모든 시민사회와 함께 힘과 지혜를 모으겠다’며 대안을 제시할 뜻”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 노동자협의회는 사측과 함께 수주 영업활동에 나섰고, 민주노총 소속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임금 동결에 동의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그러나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 논의가 노동자들의 해고만 강조할 뿐 업계 위기 문제의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한 분석은 사라졌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중복투자를 한 삼성중공업 이건희 회장, 5조 원 이상 부실 회계 의혹을 받는 조재호 전 사장 등 경영진의 책임은 보도에서 볼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선·동아 등의 26일 보도도 해고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해고를 동반한 신속하고 과감한 구조조정 단행을 강조하는 데 그친다.

이 가운데 경향신문은 1면 ‘해고 노동자 보호할 돈 있습니까’ 기사를 통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시 해고노동자에 대한 사회안전망 강화가 동반돼야 함을 강조했다. 경향은 정부의 안이 “기업 구조조정에 필요한 돈의 조달 방안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우려했다.

▲ 경향신문 26일자 1면

경향은 그 이유로 “정부가 노동자들에 대한 안전망을 강화하지 못하는 것은 돈이 없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증세 없는 복지’를 금과옥조처럼 여기니 정부가 과감한 ‘안전망 플랜’을 세울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것”이라면서 “‘복지 수준을 어느 정도로 높이고, 이를 위해 얼마나 세금을 걷어야 하는가’를 설득해 장기적인 복지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세 방지, 지출 구조조정 등 증세를 통해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성공적인 구조조정이 가능다고 지적했다.

‘정피아 낙하산’ 대량 투하 조짐… “올해 총선 전까지만 10여 명 정피아 낙하산”

한국광물자원공사 신임 감사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민대통합위원회 등 ‘친박’ 경력이 도드라진 김현장 국민대통합위원회 전 위촉위원이다. 중앙은 2009년 이후 임명된 네 명의 감사 모두 정치권 출신이라 지적했다. 한국전력공사의 신임감사는 세월호 참사 당시 부실 수사에 따라 옷을 벗은 이성한 전 경찰청장이, 감사위원에는 20대 총선 낙선자 조전혁 전 의원이 재선임됐다. 중앙은 “부채가 100조원이 넘는 방만한 경영으로 눈총을 받고 있는 한전을 감시할 핵심 라인이 에너지와는 무관한 인물들로 꾸려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 중앙일보 26일자 3면

한국국토정보공사 상임감사로는 이문수 전 자유수호 구국국민연합 대표가, 국립공원관리공단 신임 상임감사는 이진화 전 새누리당 부대변인이 선임됐다.

중앙일보는 “올 들어 총선 전에 공공기관의 이사·감사 자리를 꿰찬 정치권 출신 인물만 10여 명에 이른다”면서 “공공기관이 또다시 정치인·관료 출신 낙하산 부대의 ‘드롭존’으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고 비판했다.

중앙은 한국철도공사·한국지역난방공사·대한법률구조공단 등의 기관장 공모가 진행 중이며 한국장학재단·한국국제협력단·근로복지공단·신용보증기금·한국거래소·기술보증기금 등은 연내에 새로 기관장을 뽑을 예정임에 따라 향후 전체 공공기관의 28.5%의 기관장 공석이 예정돼있어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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