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 동안 국방 정책을 주도해온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현직 의원들이 이번 20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대부분 낙선하거나 공천 탈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19대 국방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가운데 군 예비역 장성 출신은 20대 선거에서 1명만 당선됐을 뿐 4명은 낙선, 공천탈락, 불출마 등 재선에 실패했다.

이에 따라 20대 국회의 국방위가 안보포퓰리즘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군 출신이 아닌 군에 대한 문민통치 시대를 여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25일 중앙선관위 집계 당선자 명단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을 비교 분석해보면, 지난 19대 국회의 국방위원회 소속 위원 17명 중 10명이 낙선 또는 공천탈락, 불출마 등으로 재선하지 못했다. 7명 만이 당선됐다.

▲ 20대 총선 파주시을 선거구에서 군장성 출신 3선의 황진하(왼쪽) 새누리당 후보가 박정(오른쪽) 더민주 후보에 패했다. 사진=황진하 의원 홈페이지.
새누리당은 애초 10명의 국방위원을 보유하고 있었으나 김성찬, 홍철호 의원 등 2명만 당선되고, 낙선 3명(정두언, 정미경, 황진하), 공천탈락 1명(한기호), 불출마 1명(송영근) 등 거의 재선하지 못했다. 공천과정에서 갈등으로 탈당했던 유승민, 주호영 의원 등 2명은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이 가운데 군 출신은 해군참모총장 출신 김성찬 의원(해사 30기)을 제외하고 모두 낙마했다. 특히 합참 작전본부 부장 출신으로 3선을 지낸 황진하 의원(육사 25기)이 경기 파주시을에서 낙선했으며, 육군교육사령관 출신으로 18·19대에서 재선했던 한기호 의원(육사 31기)은 공천에서 탈락했다.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으로, 19대 비례대표로 등원한 송영근 의원은 재향군인회장 출마를 위해 20대 선거에 출마하지 않았다. 군 장성은 아니지만, 육군 중사 출신의 손인춘 의원도 불출마했다.

이밖에 새누리당은 국방위원장 정두언 의원(서울 서대문을), 정미경 의원(경기 수원무)이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밀려 낙선했다. 새누리당에서 군 출신이 아닌 유일한 재선 당선자는 홍철호 의원(경기 김포을)이 됐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국방위 소속 위원도 낙선자가 많았다. 19대 국회 국방위에서 모두 7명이었으나 20대 총선 결과 당선자는 2명(윤후덕, 안규백)에 불과했으며, 2명(백군기, 진성준)이 낙선했다. 또한 공천탈락(김광진)과 불출마(문재인)가 각각 1명씩이었다. 이밖에 당선한 의원은 국민의당으로 탈당한 권은희 의원 뿐이다.

특히 야당 국방위원 가운데 유일한 군 장성(3군사령관) 출신이었던 백군기 의원(비례대표)도 경기 용인갑에서 새누리당 후보에 패했다.

이와 함께 20대 국회에 초선으로 입성한 이들 가운데 군 또는 군 관련업종 종사자와, 다른 상임위에 있다가 이번에 재선된 군 출신 인사들도 몇 명이 있다. 그러나 대부분 국방위로 배치될 지는 확실치 않다.

19대 국회에서도 군 출신으로 의원을 지낸 이는 국군기무사령관 출신의 새누리당의 김종태 의원(상주군위의성청송-상임위는 운영위원회)으로, 20대 총선에서 재선했다. 고등군사법원장을 지낸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경남 김해시갑)도 재선에 성공했다.

한국국방연구원 안보전략연구센터 센터장 출신의 백승주 전 국방부 차관은 경북 구미갑 지역구에서 초선에 성공했다.

비례대표로는 윤종필 전 국군간호사관학교 교장이 새누리당 비례대표 13번을 배정받아 당선됐으며, 지뢰 폭발로 두 다리를 잃은 육군대령 출신의 이종명 ‘이종명리더십사관학교’ 대표도 2번을 배정받았다. 국민의당에서도 육군 보병 제70사단장(육군 준장) 출신의 김중로 후보가 비례대표 10번을 배정받아 당선됐다.

하지만 20대 국회의 국방위원회는 비인기 상임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합뉴스가 24일 20대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을 대상으로 가고싶은 상임위를 물어본 결과 국방위에 가겠다고 답한 이는 3명 뿐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종명(새누리당) 김중로(국민의당), 군김종대(정의당) 당선자 등 모두 초선 비례대표였다.

군 출신 국방위원의 대거 재선실패, 군 출신 인사들의 국방위 기피 현상 등이 나타난 것을 두고 우려와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례대표로 당선된 김종대 정의당 국방개혁기획단장은 25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를 포함해 신청자도 3명 밖에 없을 정도로 국방위가 무주공산이 될 공산이 크다”며 “전문성이 굉장히 필요한 상임위원회인데도 자칫 안보 포퓰리즘이 판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의 핵개발과 로켓발사 등을 두고 무작정 ‘핵무장해야 한다’, ‘핵을 배치해야 한다’, ‘2주 안에 사드배치가 가능하다’와 같은 안보 포퓰리즘이 커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김 당선자는 전했다.

▲ 김종대 정의당 비례대표 당선자(국방개혁기획단장). 사진=이치열 기자.
이에 반해 군 출신 중심의 국방위 운영이 같은 폐해를 극복하고 투명한 문민통치의 기회라는 장점도 제기된다. 김 당선자는 “군 출신 중심의 운영은 그동안 너무 군을 감싸고, 육해공 자신의 소속군 위주로 챙기는 것이 폐단이었다”며 “문민통치의 시대, 시민의 측면에서 군을 행정감독하는 좋은 계기도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20대 국회 국방위에 대해 김 당선자는 “북한과의 긴장관계 탓에 안보가 정치화되지 않도록, 안보 포퓰리즘으로 빠지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며 “군이 전문가 집단이 돼야지, 시민을 향해 무언가를 휘두르려 하는 권력집단이 돼서는 안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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